교육 후기 시

-아이들의 손-

아이들에게 자기 손을 자세히 그려 보라고 했다.
처음엔 누구 손인지도 모르는 손 하나를 그렸다.
자세히 보라고 했다.
자기 손을.

아이들 어느새 잠잠하다.
다시금 제각기 제 손들을 깊이 들여다 본다.
그렇지!
자기 손을 들여다 보는 게 얼마 만이냐?
명상이구나!

'어떻게 그려요'
징징 우는 소리 하는 아이 손을 가만히 잡았다.
손이 이쁘다!
손이 가느랗구나!
하얗구나!
여긴 덴 거니?
몇 살 때 다친 거야?
이게 네 역사구나.
네 손에서 개구장이 역사가 보이는 구나!

갑자기 아이들,
더 조-용해진다.
내 손을 기다리나 보다.
아이들에게 또 배우는구나.
돌아가며 한 손 한 손 잡아본다.

까스랑 맞던 5학년 여자아이,
"얼굴처럼 손도 예쁘네!"
평소 톡 튀어나오던 말꼬리가 오늘은 잠잠하다.
정말 빈 말이 아닌 걸 네가 알아주었구나.

세상 불만 다 가진 6학년 남자 아이,
새끼 손가락이 한 마디 밖에 없다.
그 손 잡아도
녀석, 뿌리치지 않는다.
고맙구나!
녀석에게 나 어릴적,
리어카 바퀴 굴리다가 일그러진 손톱과
유리에 넘어져 찌그러진 손톱살을 보여주었다.

돌아오는 차창이 자꾸만 뿌얘진다.
손과 손이 만나면 가슴이 더워진다는 건
진작에도 알았지만,
손 끼리의 아픔을 나란히 펴놓을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구나.
         -농촌과 도시의 경계에 사는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손을 그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