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선유도 공원에서 들공부를 했습니다.

10여년전, 프로그램을 위해 초등학생들과 함께 과천 청계산에 올랐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이들과 동고비와 오색딱다구리란 새도 관찰하고 나무도 관찰하고 눈을 감고 누워 자연의 소리를 듣곤 했었는데,

10여년동안 잊고 지냈던 그날의 기억이 신기하게도 새록새록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때 그 체험을 같이 했다기보다는 체험을 하는 아이들을 한발자욱 떨어져 관찰하는 입장에 있었는데

오늘 그 아이들처럼 내가 자연을 느끼는 입장에 있어보니 즐거웠습니다.

자연다큐멘터리 작가를 한 경력도 있지만 주로 촬영 영상으로만 대했던 자연들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소리를 직접 듣는 경험은 늘 새롭고 신비롭습니다.

카메라에 담긴 자연들은 클로즈업되어 무척 세세하고 또 크게 보이는데,

실제 눈으로 보면 너무나 작고 여립니다.

자세히 보아야 그들 또한 이 세상에 함께 숨쉬고 살아가고 있는 생명임을 느낄 수 있지요.

한 겨울 시린 바람속에 꿋꿋하게 나름의 방식으로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생명들을 보며

나도 저들처럼 좀 더 강인한 생명이 되어야 할텐데... 반성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