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리코더를 전혀 불지 못합니다. 아니 초등학교 시절 겨우 배웠던 것도 까마득히 잊어버려서 도레미 자리조차 모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 초등학교를 참 힘들게 다녔습니다.  조회시간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끝까지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몸이 약했고 예방주사 맞은 다음날은 어김없이 앓아누워 결석을 해야했고...그래도 시골로 이사가서 6년동안 그렇게 약한 몸이지만 걸어다닌 덕분에 이만큼의 제가 되었지요. 학창시절 제가 가장 두려웠던 시간은 예체능이었답니다. 느낌 표현이나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기능, 실기 위주였던 그 시간들은 거의 공포의 시간이었습니다. 결석이 잦아 수업시간에 제대로 배운 것도 적고 차근차근 이해하지 못한 것은 놓치고마는 부족한 면이 많아서 피리, 피아노, 스케치, 그림 그리기 등은 아직도...
김혜옥 선생님께서 20강 수업 말미에 농담처럼 리코더 못불면 수료증 안주시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올것이 왔구나 싶었지만 여지껏 불지 못하던 것을 1주일 연습한다고 어디 따라갈 수 있겠어요. 제 딴에 그래도 인터넷 뒤져 운지법도 찾아보고 절 가르칠 선생도 물색해보고 했답니다. 남은 해오름 수업때에도 여전히 전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리코더 연주를 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조금씩 배우고 연습해서 언젠가는 학원 뒷산에 올라 새들을 불러모을 정도는 아니어도 연주해볼랍니다. 김혜옥 선생님, 제가 리코더를 안불더라도 선생님께 반항^^:하는 것은 아니고 더구나 일부러 성의없이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불지 못하는 것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양해를 얻고자 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도 참 부끄럽지만 선생님과 다른 도반들께 죄송해서 이실직고를 하는 것이니 이그 저 못난이 하며 그냥 눈감아주시길...세상엔 이런 모자란 사람도 있답니다, 글쎄...
또한 25강 종강잔치를 한다고 하신 말씀도 걱정은 됩니다. 수업에만 왔다갔다 했지 다른 선생님들처럼 결과물이 풍성한 것도 아니고 공책도 없는데 다음주부터 가지말아야하나 싶어지기도 하지만 끝까지 철판깔고 수업엔 그냥 열심히 가려고 합니다. 못말리는 척 넘어가 주시길 감히 당부드립니다.(협박이 되나?)

지난주 인문계성적우수(일부)로 수업료 24,400(25,000도 채 안되는 금액이지만) 면제되는 소식을 듣고 좋아라했는데 오늘 등록하려고 조회하니 국문학과로 편입한 제 경우엔 그 수업료 면제가 반영되지 않는다는군요. 정말 기분 확 깨진거 있죠...원래 장학금 목표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과락면하자는 게 성적우수가 된 거지만...쩝...입맛 다시고 2학년 1학기 새롭게 나아가야지요, 뭐...삶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다고 빨간머리 앤이 그랫으니까 다시금 기운내야겠어요..원래 하고싶던 공부로 결국 돌아오게 되네요. 중어중문학과에서 불문학과, 문화교양을 거쳐 드디어 국어국문학과로...그래서 친구들이 더 기뻐하고 격려해주더군요. 이 불행이 더큰 행복으로 뒤바뀔 수 있도록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