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영

콩.콩.콩.
부를 수록 경쾌한 이름
콩은
콩이어서 좋을까
콩나물, 메주. 된장. 청국장
모습을 바꾸어도
콩의 콩됨은 그대로겠지?
나.
나는 나여서 좋다.
어리숙하고 부족하지만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 더
변화되고 성장하는 나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품으며
나의 길을 가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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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향숙

작은 네 몸안엔
소중한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담겨있다.
무더운 여름
내리쬐는 햇살을 뚫고
시원한 시냇물에 친구들과 물놀이가던
논두렁 사잇길에
푸른 풀향기 풍겨주었지.
네 잎을 따서
손으로 짓이겨 귀를 막고
또 네 줄기로
친구들 머리를 예쁘게 감아 말아 올려주었던 추억들
풍성한 가을엔
어느새 마당에 수북히 쌓여져있고
힘없는 할머니의
콩타락 소리가 들려오고
파아란 가을 하늘에 만국기 휘날리던
운동회
양손에 움켜줬던 그 콩주머니의 느낌은
지금도 풀벌 웃음을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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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의 꿈

                -한숙정

콩깍지속 콩알들 와글와글 시끄럽다.
넌 다음에 뭐될래?
난 엄마 콩나무 될거야. 난 맛좋은 된장될래.
서로 서로 앞으로 모습 꿈꾸며 시끄럽다.
어느날 타작마당
도리깨에 맞아 튀어나온 콩알들 앞다투어
때굴때굴 굴러가다,
자루 속에 담겨 모두 떠나요.
빈 마당에
남은 막내 혼자 남았어요.
난 어디로 가지?
멋진 모험 꿈꾸며
통통통 굴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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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의 사계

                -정말례

입술 터지게 물 빨아먹고
힘들게 땅 뚫고
나를 찾아온 너!

여름 날 너를 보았을 때
보들보들 반기더니,

가을 날 너를 만났을 때
바삭바삭한
쓰라림을 주는 구나.

하얀 겨울
엄마의 손끝을 지나
구수한 맛으로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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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봐~!

                -진연숙

엄마품에서 맘편히 잠자고 있는 병아리같다.
아니 아니 영광의 상처투성이 개구쟁이 같다.
한 마리의 물고기가 살고 있는 연못같다.
비지를 좋아하는 울 아버지의 얼굴 같다.
콩!
너 정체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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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주

콩.
넌 공갈빵을 닮았다.
잘 부풀어 터지기 직전인 모습도
깨진 구멍이 한 두 개쯤 있어도
바람이 빼지 않는 배짱도
넌 영락없는 공갈빵이야.

콩.
너는 나의 스승이다.
너의 침묵에서 또다른 가능성을 꿈꾸게 하고
너의 딱딱함에서
부드러운 생명을 꿈꾸게 하는
넌 나의 길잡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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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친구 찾다.

                -김자연

떼구르~~~르 툭.
아!
여기는 어딜까?
무지개 빛이 눈부시구나.
까르~릉 아이의 웃음소리.
나와 함께 놀자.

콩콩! 탕탕! 또로~~롱.
온 몸에 힘을 모아
높이 점~~프
나처럼 해보렴.

다람쥐도 나무 숲 가지에 숨어
재주를 휘리릭 부린다.

너도 나도 멋진 재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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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에 대한 명상

                -이은자

입 꽉 다문 조개 모양의 모습이
무엇을 간직한 것 같구나.

지네 멋대로 어딜로 튀려고 하니.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같구나.

무어을 품은듯 벌어진 틈이
무척이나 아파보이는구나.

똑바로 세우려 해도 고집을 피우는 구나.
넌 누구를 닮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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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미정

떼구르르 굴러가는 콩알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떼구르르 굴러가는 콩알에서
갈래머리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떼구르르 굴러가는 콩알에서
푸르게 커져 가는 새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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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미경

규리야 오늘은 콩밥이다
“난 콩밥 싫어”
규리야 콩을 많이 먹으면
생각주머니가 늘어나서
더 똑똑해지고
또 예뻐진단다
“그래두 콩은 싫단 말이야”
그럼 콩이 섭섭해 하지 않을까
규리가 자기만 싫어한다고….
“알았어. 그럼 딱 한 개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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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인애

병아리가 나올 것 같은 동그란 알.
입구가 깨져 들여다보니
이리저리 도망가네.

같은 친구들끼리 모여 소리네네
칙칙칙 반주소리 노래소리
싸우니? 어깨동무하고 있니.

나한테 뛰어오니 아플까
하얀 수건의 엄마 웃음 생각나네
그 웃음 영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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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실

어스름한 4시 반이면
어머니는 호미를 들고
콩밭으로 가신다.

깍정이 같은 손으로
축축히 내린 이슬 헤치며
고랑을 일군다.

가을에
이 여린 콩잎 자라 거두면
막내 아들네
김치 냉장고 들여놔 줄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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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아!

                -이마리

데굴데굴
또르르 굴러가는
“니 이름은 뭐니?”
마당에 심어놓고 쪼그리고 앉아
니 얼굴이 나오기만 기다린다.
‘혹시 싹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시간이 더디게 지날수록 더 걱정이다.
어서 봄이 되었으면….
“니 얼굴을 보여줘.”
마냥 앉아서 혼자 불러본다.
“콩아! 콩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