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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나무한그루
2016.11.20 19:35
<이해리>

오늘은 소나무들의 긴급가족회의가 있는 날이다.

오늘 낮에 주인아저씨가 이웃집아저씨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내일 드디어 말로만 듣던 가지치기가 있을 예정이란다. 15년 동안 함께 자라온 소나무들은 처음 겪는 가지치기가 두렵기도 하지만 이제 많이 자랐다는 것을 인정받는 성인식이기도 하기에 할아버지 소나무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얘들아. 10년 동안 잘 자라주어서 고맙구나. 우리 소나무들은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기도 하고 혹독한 자연 속에서도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하여 선비의 절개에 비유되기도 하였단다. 또한 그 쓰임도 다양해서 땔감 뿐 아니라 식품(송화가루), 약재(송진), 관재 등으로도 쓰였지. 사람들에게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주었단다. 각자 어떤 모양으로 쓰이던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면 그 삶이 길거나 짧거나 상관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산 거란다. 내일은 너희가 처음 겪는 가지치기가 있을 거야. 우리가 더 튼튼하게 자라려면 가지를 잘라내는 작업이 필요하단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잘려지는 가지들도 그들 나름의 쓰임에 순종하며 자신의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면 좋겠다.”


“네~ 할아버지! 남겨진 나무도 잘려진 가지도 각자의 소명을 다하는 거라는 걸 기억하며 담대한 마음으로 준비하겠습니다.”


10년 지기 소나무들의 반장인 ‘꿈꾸는 소나무’가 동기들을 대신하여 씩씩하게 대답했다. 대답은 씩씩하게 했지만 ‘꿈꾸는 소나무’와 친구들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밤잠을 설쳤다. 잘려지는 가지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드디어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가지치기가 시작되었다. 잘려진 가지들은 땔감이 되든 건축자재가 되든 그냥 버려지는 것만 아니면 다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상자에 담겨 트럭에 실렸다. ‘꿈꾸는 소나무’도 상자에 담겨 서울에 있는 한 사무실로 옮겨졌다. 무엇에 쓰일지 모르지만 하루하루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꿈꾸는 소나무는 날마다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기도를 드렸다.

 

다섯 달은 족히 지난 것 같은 어느날!

‘꿈꾸는 소나무’가 신문지에 싸여 한 아주머니의 선택을 받았다. 아주머니는 ‘꿈꾸는 소나무’를 집에 데려가자마자 감자 깎는 칼을 들고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몇 번 시도하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다시 커터 칼을 들고 다시 껍질을 벗기는 것이 아닌가? 한 시간이 넘도록 자리 한 번 뜨지 않고 ‘꿈꾸는 소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꿈꾸는 소나무’는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주인이 예쁜 무늬를 넣어주니 그나마 위안이 되는 듯하다. 주인의 돌봄에 감사의 표시로 소나무 향기를 선물하기까지 했다. 주인은 모래종이를 가져와서 모난 부분과 잘려진 부분도 문질러서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문지를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소나무 향기에 취한 주인의 얼굴을 보니 ‘꿈꾸는 소나무’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게다가 자신의 몸이 주인에 의해 딱딱 마주치니 아름답고 맑은 소리까지 난다. 누군가에게 한 순간 뜨거움을 선물하는 땔감이 되어도 감사한데 평생 아름다운 소리를 선물할 수 있는 악기가 되었다는 놀라움에 ‘꿈꾸는 소나무’는 감사의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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