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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빛과소금
2018.09.09 19:54

"어~ 여기가 어디지?" 분명 내가 거센 태풍 속에 쓰러진 곳은 숲속이었는데 일어나서 보니 깜깜해서 여기가 어딘지 도통 모르겠어.
어~어~어~ 갑자기 뭔가 쑥 들어오더니 나를 위로 들어 올리고 있어. “악! 눈부셔~” 오랜만에 빛을 봐서 그런지 눈이 부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그림과 글자가 가득한 종이 위에 나를 누가 눕혔어.
잠깐만! 이상하다. 나는 분명 소나무의 길쭉한 가지였는데, 누군가 나를 짜리몽땅하게 잘라 놓았네. 나머지 내 조각들은 어디로 갔지?
나의 달라진 모습에 한참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다시 위에서 투명한 돋보기가 내려와 나의 몸을 누르고 있어. "캑캑, 숨 막혀.” 나를 앞뒤로 뒤집어 가며 돋보기가 나를 누르더니 커다란 눈이 나타나서 “와~ 이 나무는 나이테가 많네” 하며 이야기를 하네. 요리조리 나를 돌려가며 내 껍질까지도 열심히도 보더군. 그러더니 손가락 하나가 내려와 나를 문질러보더니 “까슬까슬해!”라고 외쳤어. 그러더니 나를 다시 들고 볼에 대더니 “앗 따가워!”라고 외치네. 그래, 나 까칠한 나무다. 나 만만하게 보지 마!
그 사이 나는 다시 짙은 흙색의 오돌토돌한 종이 위에 올려졌어. 어! 뭐 하는 거야? 이번엔 큰 손가락 다섯 개가 나를 잡고 사정없이 그 종이에 문지르기 시작했어~ “아~ 시원해!” 사각사각사각, 까슬까슬하고 간질간질했던 것들이 다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야.
내 몸이 점점 매끈해지는 기분이 들어 한참 좋아하고 있는데 킁킁~ 이건 또 무슨 냄새지? 어디서 휘발유 같은 냄새가 나더니 빨갛고, 파랗고, 노란 막대기가 내려와 내 몸에 꽃을 그리고 색을 칠하기 시작했어. 와~ 색이 곱기도 곱다. 여름이 되면 내가 살던 숲속 작은 연못에 피던 그 연꽃들이 생각난다. 막대기들은 한참을 정성 들여 내 몸에 색을 칠하더니 색연필에 나타나 내 등에 또박또박 뭐라고 쓰기 시작했어. 뭐라고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색연필이 왔다 갔다 할 때마다 간지러워서 혼났어~
이번에는 초가 나타나 나를 앞뒤로 돌려가며 열심히 나를 마사지해주네. 오일 마사지라도 받은 것처럼 내 몸에는 초가 두껍게 발렸어.
탁~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어두워지고 초 하나에 불이 켜졌어. 어~ 뭐야 나를 촛불로 가져가잖아~ 나를 태우려는 거야? 안 돼~안된다고오오오옹?
아! 따뜻해~ 나를 태우려는 게 아니었나 봐. 숲속에서 쨍쨍한 햇빛 아래 있었던 생각난다. 정말 따뜻해. 촛불 가까이 있다 보니 내 몸이 반지르르 빛이 나~ 아까 내 몸을 두껍게 덮고 있던 초들이 스르르 녹아 물결치듯이 내 몸 안으로 들어오더니 나를 반짝거리게 만들어 주었나 봐.
"고마워, 초야." 한창 초의 희생에 감사를 표하고 있는데, 내 몸에 조그맣게 뚫린 구멍 사이로 줄 하나가 들어와 나와 친구가 되었어. 이제부터 나와 이 줄은 함께 다닐 거래. 나를 열심히 다듬고 칠하고 반짝이게 만들어 준 사람이 나에게 “넌 나만의 목걸이야”라고 말하며 나를 목에 걸고 꼭 끌어안아주었어. 이제는 내가 크고 자란 숲속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지만, 이렇게 나를 소중히 여겨 주는 친구가 생기고 나니 어느새 처음에 느꼈던 두려움은 사라지고, 여기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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