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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카논
2018.09.09 20:42
어젯밤에 친구 단풍이랑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침에 늦게 일어났어.
오늘은 뭐하며 놀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빛이 훅 들어왔어. 
그리고 커다란 빛이 내 온몸을 감싸는 거야.
그날인가? 친구들이 갑자기 몇 명씩 사라지곤 했었는데, 나도 이제 어딘가로 실려가나봐.
옆의 친구들과 속닥속닥 이야기해봐도 뾰족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웅성웅성 사람 소리가 들려. 그리고 살구색의 집게발이 내려와 내 친구들을 하나씩 가져가네.
악~ 드디어 내 차례야.
아, 어지러워. 커다란 집게발이 자꾸 나를 빙빙 돌리고 있어.
이 집게발이 기억나. 내 고향 바닷가에서 여름마다 몰려오는 사람들의 다섯손가락 같아.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냄새를 맡으니까 왠지 졸려워져.
쓱쓱, 싹싹,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내 몸이 갈리고 있어. 빙글빙글 도는 중간에
사람의 검은 눈동자와 자꾸 마주쳐. 이 사람은 누굴까. 왜 뻣뻣한 까만색 잎사귀에 나를
돌리는 걸까. 처음에는 무척 아팠는데 자꾸 부딪히다보니까 열이 나고 내 살이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
이 사람의 손길이 봄바람처럼 한없이 부드럽네.
내가 부끄럽게 생각하는 옹이를 자꾸 만져주니까 이상한 기분이야.
나는 이 옹이 때문에 형제자매들하고 헤어져서 작은 나무조각으로 쪼개졌어.
그래서 이 옹이가 난 정말 맘에 안 들어. 친구들도 처음엔 커다란 옹이를 보고 못생겼다고
놀려대지 뭐야. 그런데 이 사람은 이 옹이가 맘에 든다고 꽃잎처럼 보인다고 말하네.
내 옹이가 꽃이라고? 향기나는 아름다운 꽃이 내가 될 수 있다고?
이상한 냄새의 기다란 색깔 막대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이 사람이 드디어 완성이라고 
씩 웃네. 내가 자기 이름표 목걸이래. 나는 못생긴 옹이가 있는 소나무인데 목걸이라니 믿기지 않아.
미끈거리는 하얀색의 뭔가가 내 몸을 여러 차례 이불처럼 덥어주더니
따스한 불이 내 몸을 녹이고 있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마치 아기로 돌아간 것 같아.
머리 위 구멍으로 기다란 줄이 달리더니 곧 내 몸이 붕 떴어.
사람들이 여러 명 보이고 다들 웃으면서 자기 나무 목걸이를 만지고 있네.
나를 아껴준 사람의 얼굴이 잘 보이진 않지만 나는 이젠 무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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