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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eerabbit
2018.09.10 05:51
나는 북한산 오솔길 언덕 모퉁이에서 태어난 소나무야. 키가 큰 밤나무 밑에서 나는 작은 보득솔이었지. 커다란 밤나무 아줌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는 하루도 쉬지 않고 몸을 쭉쭉 키웠지. 내 뿌리는 물과 양분을 찾아 아래로 아래로 쭉쭉 뻗어 내렸고, 내 몸은 태양을 향해 위로 쭉쭉 가지를 키웠지. 그러던 어느날 심한 바람과 비가 쏟아지던 그날 밤, 천둥 번개가 치고 이 세상은 난리도 아니었지. 나는 번개님이 너무 무서워서 될수 있는대로 몸을 웅크렸고, 밤나무 아줌마가 나를 대신해서 번개를 맞아 쓰러지셨고 나도 정신을 잃었어. 
쓱싹쓱싹 톱질 소리에 눈을 뜬 나는 내 오른 가지가 잘려지는 것을 느꼈어. 어떤 사람아저씨가 번개 맞아 쓰러진 밤나무 아줌마와 그때 꺽인 나의 오른 가지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주고 계셨지. 그 아저씨는 매일 새벽 산책을 나오시던 아랫마을 형만이 아저씨였지.. 나는 아저씨와 함께 아저씨 작업실로 가게 되었고, 내 몸은 싹뚝싹뚝 잘려 나무 그릇에 담겨졌어. 날이 어둑해지자 세상은 고요해졌고, 천둥번개의 충격과 긴 여행으로 피곤했던 나는 바로 잠이 들었지. 그러던 어느날 평안한 노랫소리에 잠을 깬 나는 아저씨의 손에 담겨 다른 아줌마의 손에 전해지는 것을 느꼈어. 그녀는 나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톱질로 뾰죡뽀죡 울퉁불퉁한 나의 몸을 만져보고 돋보기로 들여다 보고 했지.. 그러더니 나의 몸을 매끄럽게 사포질 해주었어. 나의 모난 부분은 곱게곱게 갈려지고, 나의 나이테가 나오기 시작했어. "너는 쉬지 않고 몸을 열심히 키웠구나,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니? 나이테 한 가운데에 번개 자국이 있구나." 
그녀는 내가 가운데 번개모양이 있다며 신기해 하며 나를 따뜻한 손으로 안아주었어. 그러곤 예쁜 꽃 그림을 나의 모양에 맞게 그림 그려주고, 그녀의 이름도 새겨 주었지. 그리고 초를 입히고, 촛불에 나를 가까이 가져갔지. 나의 몸이 뜨거워짐을 느낄때 따뜻한 액체가 내 몸속으로 쏙~ 들어와 다시 굳었지. 앞으로 나는 목걸이가 될꺼래. 
"오래오래 함께하자." 지름 5cm도 안되는 얇고 작아진 나의 몸을 따뜻한 두 손으로 감싸주며 그녀가 말했지. 그 동안 나의 아픔과 두려움이 사르르 녹는 순간이었지. 나는 목걸이로 다시 태어나 작은 우주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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