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진

 

 

돌 

 

첫인상은 하얗고 동그랗게 다듬어진 모습이 '어디서 왔을까?' 하는 궁금함을 자아내었다. 따듯한 나라의 해변에서 모래가 굳고 마모되어 만들어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얀 돌 안에 투명한 광석이 쪼개져 콕콕 박혀 있는데, 마치 수정처럼 빛난다. 이런 투명한 빛깔의 광물들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화산 폭발 때 마그마가 급속히 굳어 만들어진 광물들이 그런 빛깔을 낸다고 했던것 같다. 크기에비해 묵직한 느낌에서 단단한 밀도가 느껴지고 겉면에 옅게 결이 보이는데, 이 돌이 동그란 모양이 되기 전 땅속에 오래 눌려 압력을 받은 흔적 같다. 일정하지 않게 홈과 구멍들이 패여 있는데, 전체적으로 단단해 보이는 겉면과는 부분부분 다른 인상을 보여 이 돌의 역사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 구멍들은 마모되면서 생긴 구멍일까? 아니면 퇴적 될 때 생긴 공기구멍일까? 아마도 이 돌을 잘라 속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조개껍질 

 

자세히 알기 전엔 아는 선에서 선입견을 갖기 마련이다. 나는 이 조개 껍질을 보는 순간 내가 아는 굴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내 굴일까? 아닐까? 하는 관점에서 이 조개껍질을 관찰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 굴은 검은 빛을 띄는데, 이건 하얗다. 내가 모르는 껍질이 하얀 새로운 종의 굴일까? 아니면 굴의 검은색을 띄는 겉부분이 마모되어서일까? 자세히 보니 옴팍하게 홈이 파진 곳에 벗겨진듯한 검은색면이 약간 보인다. 원래는 겉면이 검은색이었을 수도 있을것 같다. 루페로 관찰하여 보니 전체적으로 반들반들하고 매끈한 우윳빛이다. 얇은 껍질층이 겹쳐져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모래 

1. 

병을 집을 때부터 해변에서 온 모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병 뚜껑에 '푸켓'이라고 적혀 있다. 푸켓 해변의 모래였으리라 짐작해 본다. 광안리, 해운대 해변에서 본 모래의 인상과 비슷해 보였다. 하얀색, 커피색, 투명한 색, 검은색의 작은 모래조각들이 보인다. 어떤것은 조개의 파편, 어떤것은 광석의 파편처럼 보인다. 만져보니 마치 통후추를 직접 갈아 놓은것 같은 입자의 느낌이 들었고, 약간 따끔한 느낌도 주었다. 맛이 궁금하여 맛을 보았는데, 짠맛이 생각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어쩌면 바다가 아닌 강의 모래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강과 바다의 모래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진다. 

2. 

커피색과 검은색, 투명한색의 모래가 모두 일정한 크기의 입자로 되어있다. 마치 황설탕을 절구로 잘게 빻은것에 바닐라 향신료 씨를 넣은것 같다. 모두 크기가 비슷한걸 보니, 비슷한 밀도의 바위나 돌이 같은 조건과 시간안에 마모되어 만들어진것이 아닐까?  

 

 

나뭇잎

흔히 보는 스킨답서스 잎. 보드랍고 매끈하고 촉촉한 촉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루페로 보니 반전이었다. 잎의 윗면엔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코팅되어 있었지만 그 위로 사람의 살처럼 하얀 솜털이 나 있었다. 가운데 줄기가 굵게 지나가고 곁에는 마치 강줄기가 뻣어가듯 잔줄기가 나 있다. 뒷면은 털이 거의 없다. 그런데 작은 동그란 세포조직들이 빼곡히 쌓여 물을 머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