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 사진을 보고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사진의 흐름에 따라 적어본 텍스트를 올립니다.
그리고 아래 링크는 사진(인터넷에 이미지 파일이 있었어요)과 텍스트로 만들어본
동영상화일 링크입니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만들고 나니 배경음악도 있고 해서
개인적으론 더 다가옵니다.

http://blog.empas.com/yoofirst/2213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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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가 서 있는 이유

                                                  -해오름 초등논술 38기 유훈정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른다. 다만 내가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느릅나무는 거기 있었다.
지친 발걸음으로 가을 들판까지 온 내 앞에 벼려진 듯 서 있는 느릅나무 한 그루.

'넌 여기 왜 서 있지?' 느릅나무는 말 없이 내려다볼 뿐.
사실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니까.
"나는 두 발로 걸을 수 있지만 넌 가고 싶어도 갈 수도 없구나"
나무는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래, 발이 있으면 뭐하니. 난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걸."

버려진 듯한 느릅나무와 갈 곳 없는 나는 서로 기대어 밤을 보냈다.
누군가 옆에 있는 것이 이렇게 편한 적은 없었다.

'아, 잘 잤다!'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잔 후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다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빛나고 있었다!
버려진 듯 덩그러니 선 채 말없이 내려다만보던 느릅나무가...
온몸으로 아침 해를 받아 잔가지 하나 하나 맨끝까지 온 힘을 다해 생기를 전하고 있었다.

보아주는 이도 없고 그렇게 열심히 살라고 말해주는 이도 없는 이곳에서 참으로 열심히도 살고 있구나......
그런데...왜지?
느릅나무를 향한 새 질문이 내 속에 자라났다.

이미 매서운 겨울 바람이 들판을 꽁꽁 묶고 있었지만 느릅나무는 꼿꼿이 서서 말없이 견디고 있었다.
나 또한 묵묵히 서서 느릅나무를 바라보았다.
겨울같은 긴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 대답해주리라 믿으며...

느릅나무와 함께 지낸 겨울은 몹시 추웠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하얀 눈송이들을 가지에 태운 채 느릅나무는 춤을 추었다.
매서운 겨울바람조차 느릅나무에게는 부드러운 음악이었다.

기다림이 익숙해진 탓일까?
느릅나무는 대답이 없지만 화가 나지도 초조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느릅나무는 대답했고 난 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느릅나무와 아침을 맞이하면서 하루가 시작되는 것과 대지 위에 깨어나는 모든 생명을 느끼고
나 또한 그 안에 있음을 알았다.
저녁이 되면 아쉬움과 두려움으로 몸을 움추리는 대신 느릅나무 가지 사이로 마지막 손을 흔드는
저무는 해에게 따스히 인사를 건네고 대지의 친구들과 함께 잠드는 법을 배웠다.  

'왜지? 왜 거기 서서 그렇게 살지?'
느릅나무에게 물어보았지만 함께 지내며 만난 하늘, 바람, 새, 풀, 꽃들에게서도 난 들을 수 있었다.

어디에서, 왜, 어떻게......난 묻기만 했을 뿐 살아가려 하지 않았다.
묻고 답하기 전에 이미 우리 안에 숨쉬고 있는 생명을 느끼고 열심히 살아갈 때
생명 자체가 대답임을 알게 된다. 말없이 살아가는 저 느릅나무처럼

대답처럼 기다리던 봄이 오고......
죽은 듯 숨죽이던 대지에 생명의 탄성이 가득했지만 내가 찾은 느릅나무는 말이 없었다.
단지 새로 돋는 잎사귀들을 위해 땅 속에 박힌 뿌리로 물과 양식을 열심히 빨아올리고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 작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느릅나무와 함께 한 시간들이 가슴 속에 가득 차 올랐다. 느릅나무에게 다가가 두 팔로 꼭 껴안았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내 숨소리, 내 심장 소리, 내 체온...... 느껴지지?
나도 느껴. 너의 숨소리, 너의 온기, 너의 마음도.
느릅나무야, 고마워. 함께 살아줘서......

느릅나무는 말이 없었다. 봄바람에 기분좋게 가지만 흔들 뿐.
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우린 오랫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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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귀한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월요일에 뵐게요.
총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