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독서논술 바탕과정-52기 - 관찰기록  (최문주)
 

 

1. 돌

 

하얗고 반짝이는 돌. 손에 쥐었는데 찬 느낌이 낯설다. 햇볕에 따뜻하게 달구어진 돌이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차갑다.

모양이 둥글둥글한걸 보니 어디서 많이 구르다가 왔나보다. 돌 안에 반짝이는 가루들을 이곳 저곳에 뿌리며 여기까지 왔을 것만 같다.

루빼로 들여다보니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받을 때마다 반짝이는 부분들이 꼭 물고기 비늘처럼 빛나며 움직인다. 너는 꼭 바다에서 왔을 것만 같구나.

 

 

2. 조개껍질

 

손에 쥐어보고 가벼워서 놀랐다. 예전에는 껍질 안쪽 가득 생명의 알맹이를 품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가벼운 빈 껍질뿐이구나.

겹겹이 쌓인 주름진 껍질 층이 네가 생명을 품기 위해 애쓰며 살아온 흔적을 보여주는 것 같다.

네가 살았던 바다는 부드러운 파도가 일렁거렸을 것 같다. 그 파도가 우아한 너의 주름을 만들지 않았을까.

가볍고, 주름지고, 상처도 많지만 순백의 색을 가진 너. 그렇게 늙을 수 있다면. 생명을 다 할 수 있다면.

 

 

3. 모래 1)

 

곱고 하얗다. 그렇지만 순백의 하양은 아니다. 자세히 보면 작은 검은색, 붉은색, 갈색 모래알이 섞여 있다. 루빼로 들여다보니 모래알 알알이 저마다 각진 모습도 보인다.

너는 왠지 뜨거운 햇볕이나 거친 바람에도 이미 단련이 되었을 것 같다. 시간을 거치며, 시련을 거치며 이제 조금 여유 있는 모래가 된 것 같은 느낌? 아이들이 장난을 치며 노는 것도 받아주고 너를 찾는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 넘치는 발걸음도 경쾌하게 받아줄 것만 같다.

 

 

4. 모래 2)

 

굵게 갈아놓은 후추 같기도 하고, 잘게 부숴진 톱밥 같기도 하다. 여러 가지 양념, 허브 조각들을 뒤섞어 놓은 듯도 보인다.

루빼로 들여다보니 여러 가지 종류의 돌, 모래 조각 뿐만 아니라 깨진 조개껍질도 섞여있다.

짙은 갈색의 동글동글한 입자라서 마치 흙처럼 보였다. 바다모래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너는 바다에서 왔나보구나

지금은 물이 그냥 빠져나갈 것 같은 성근 모래인데, 니가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5. 나뭇잎

 

처음엔 초록색이었다가 가을을 나며 갈색이되었을 나뭇잎이, 지난 겨울을 나면서 바싹 말랐고 색깔도 하얗게 퇴색되었다. 마르면서 뼈대만 남듯이 잎맥은 더 진하게 드러나 있다. 길가에 각종 먼지와 흙도 묻어있다.

루빼로 들여다보니 더 삭막하다. 땅이 갈라진 마른 사막같고, 나이든 노인의 마른 손과 마른 얼굴주름을 보는 것 같다. 산맥이 있고 강줄기의 흔적이 남은 땅의 지도를 보는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