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박봉화  첨부파일

Subject  글쓰기 17기 (못다한 이야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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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강좌 종강 시간에 과제로 낸 글들을 읽어보며,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특히 강사님께서 말씀하신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라 제 얘기도 하고 싶었습니다.

저번 주에 지방 사시는 큰 형님(맏시누이)께서 서울에 자취하는 자식들 집에 다니러 오셨습니다. 누나들을 끔찍히 사랑하고(?) 어딜가나 인사맨인 남편이 안 갈 수가 없지요. 워낙 나이차가 크고,(50대 중반) 가장 인품이 뛰어난 분이라 저도 항상 조심스러워하는 분입니다.

일요일 오후 그 집으로 갔더니 둘째 형님, 막내 시누이 식구들까지 다 모였습니다. 며느리는 저 혼자더군요. 서로 미워하는 사이가 아니라도 시댁 식구 중에 혼자 끼어 있으면 왠지 분위기가 싸아~ 합니다. (안 그러던가요^.^)

문제는 과일이 나오면서입니다. 여러 과일이 나왔는데 그 중에 수박이 있었지요. 울 아들 수박을 먹겠다고 합디다. 아직 나이가 어려 뭘 주면 줄줄 흘리는지라 제가 한쪽 귀통이 자그마한 쪽을 집어 주었습니다. "이 거 흘리지 막고 조심해서 먹어라" 친절한 당부와 함께요.

그 걸 보던 고모가
"가운데 큰 토막을 줘야지, 큰 거 두고 왜 작은 걸 줘"
"그 건(작은 건) 자네가 먹지"
"우리 애는 잘 흘려서 손에 쥐기 좋은 걸로 줘야 해요"
얼버무렸지만 기분이 참 그렇데요.전혀 악의가 없는 얘기란 건 알지만 마음이 안 좋더군요.

우리 시댁이 워낙 손이 귀한 집안이라 남아선호 사상이 투철합니다. 게다 딸들만 엄청 많거든요. 우리 어머님 어려서부터 고모들을 그렇게 키웠으니 고모들만 탓할 일도 아니죠.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제 기준은 그렇습니다. 우리 가족 중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반드시 가운데 토막만 먹어야 할 사람도, 한쪽 귀통이에 작은 것만 먹어야 할 사람도 없다. 거만할 지 모르지만, 제 자신이 남편보다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해 본적 한번도 없습니다. 다만 힘들게 일하는 가장으로서의 대접은 하지요.

누군가를 소중하게, 높게 대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것 때문에 어느 한쪽이 항상 일방적으로 낮힘을 당한다면, 그래서 그 사람이 불만이 가득하다면 그 관계는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지 못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던 시대도 있었지만요.

우리집은 무얼 먹더라도 공평하게, 구분하지 않고 먹을 겁니다. 제 딸은 아들만큼 소중하구요, 그리고 저 역시 중요한 사람입니다. 텔레비젼 광고 멘트 하나가 생각납니다.
"저는 소중한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