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 에세이

그 때는 많은 느낌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일주일이 지나니까 가물가물하다. 생각나는 것부터 풀어놓아볼까?
  육중함. 자신감. 혹은 자존심. 화면에 꽉 찼던 위풍당당한 그 모습이 생각난다. 땅을 딛고, 중력을 딛고, 나무는 튼튼히 자라고, 풍성하게 가지를 내었다. 하늘로 차곡차곡 선 모습에서 ‘의지’가 느껴진다.  
  백조의 뒷모습에 대해 말이 많다. 백조의 우아함과는 달리 다리는 아둥바둥 물장구를 친다는데, 직접 확인한 적은 없다. 아름다움을 시샘한 누군가의 관찰이었을까. 아니면, 그 노력을 칭송하는 말이었을까. 느릎나무는 그렇게 서기 위해 혹독한 겨울을 난다. 주변에 텅빈 벌판은 느릎나무의 고독함을 전달해준다.
  얼마 살지 않은 삶이지만, 고진감래라는 말을 인정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no pain, no gain.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 이 주옥같은 교훈들을 인정하면서도. 내 마음이 쓰린 건, 사람은 열매를 가져야 하며, 무엇인가를 얻어야 하는 존재이며, 그러기 위해 온몸으로 겨울을, 차가운 바람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겨울을 감내하고 다시 나이테를 긋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느릎나무 사진에는 태양이 보내는 빛, 터가 되어주고, 양분을 주는 대지, 계절마다 나무와 함께하는 자연계였다. 다시 느껴지는 것은 감사함이었다.
  오늘, 용산 도서관을 다녀왔다. ‘부숭이는 힘이 세다’를 빌리기 위해. 작은 나무를 보았다. 작은 나무의 잎들이 가을이라서 누래져갔다. 위풍당당한 느릎나무도 이럴 때가 있었겠지. 나뭇잎들을 피우고, 떨어뜨리며, 계절을 나고, 겨울을 나서 차곡차고 세월을 쌓아 그가 되었겠지. 오늘, 부숭이는 힘이 세다를 읽으며 나도 몸으로 계절을 하나하나 충실히 맞고 보내지 못했구나.. 생각들었다. 그러나..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분명한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 정리하고 그다음날 생각난 거는요..자연은 느릅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에너지를 주고, 터를 주지만..느릅나무가 이겨내야할 환경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