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공소장-

동물농장의 구성원중 하나인 당나귀 벤자민은 농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경험이 풍부합니다. 벤자민은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줄 아는 동물농장의 지식인입니다. 돼지들이 동물농장을 그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이용한다는 것을 벤자민은 자신의 인생경험과 돼지들이 바꿔놓은 7계명을 읽으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동료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고 방관.방조하였습니다. 그 결과 나폴레옹 일당들의 독재체제는 더욱 견고해졌고 동료동물들은 노동착취와 죽음을 당했습니다.
사회의 연장자이며 지식인인 벤자민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동물농장 구성원들의 부당한 대우를 방관한 벤자민을 현실방관,현실방조죄로 기소합니다.
벤자민이 나폴레옹처럼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라 징벌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사회에 만연해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한 구성원인 지식인 역시 맡은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야 건전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식인이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아는 바에 대해 침묵해도 벌하지 않는 사회적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벤자민을 기소하는 바입니다.

-벤자민 사실심리하기 위한 심문내용-
피고 벤자민에게 묻습니다
1. 피고는 농장에서 가장 연장자는 당나귀 벤자민. 피고가 맞습니까?
2. 피고는 글을 읽을 줄 압니까?
  피고는 동물농장에 씌여져 있는 글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3. 피고는 기억력이 좋아서 농장에서 있었던 여러 전투 등 지난 일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4. 메이저 연설 덕택에 농장의 머리깨나 쓴다는 동물들은 삶에 대해 전적으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반란후에도 달라지지 않았지요. 맞나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5. 동물농장이 초기 스노볼 vs 나폴레온으로 편이 갈라졌을 때 어느편에도 들지 않았지요?
   왜 그랬나요?
6. 클로버가 피고에게 타동물을 죽이지 말라는 6계명을 읽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지요?
   피고는 읽어주었나요?
   피고는 클로버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클로버가 글을 못 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클로버의 부탁을 거절한 이유는 6계명이 변조된 내용을 클로버가 알 필요가 없는 경미한 사항이어서 인가요 아니면 클로버의 부탁을 들어주면 자신에게 불편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이기적인 생각때문인가요?
7. '7계명은 동물농장의 헌법'이라는 것에 피고는 동의하십니까?
   피고는 스퀼러가 7계명을 변조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다른 동물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8. 피고는 피고가 내심 존경하는 복서가 도살업자에게 끌려가자 마차의 글을 동료동물들에게 크게 읽어준 사실이 있습니까?
   그동안 다른 동물들이 글을 읽어 달라고 부탁해도 읽어 주지 않았는데 이때 글을 자발적으로 읽어 준 이유는 복서가 죽으면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외로움 등)가 오기 때문에 이를 막고 싶어서였지요. 맞습니까?
9. 피고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클로버가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했을 때 거절했다고 앞서 진술했습니다. 복서가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는 자진해서 동료들에게 글을 읽어주었지요.
  자신에게 이득이 있으면 행동하고, 부당한 일이라도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없으면 모르는척하는 피고의 행동이 올바른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하나요?

<증인채택-복서>
Q) 증인은 일요일이면 과수원 너머 작은 목장에서 피고와 함께 풀을 뜯은 적이 있나요?
Q) 이런 관계를 보았을 때 증인과 피고가 친했다고 생각합니까?
Q) 피고가 증인에게 스퀼러가 7계명을 바꾸고 있음을 이야기해준적이 있나요?
Q) 증인이 도살업자에게 끌려갈 때 피고가 글을 읽어 증인을 도와주려 한 적이 있나요?
Q) 피고의 도움으로 증인은 살 수 있게 되었나요?
Q) 피고가 증인을 도와준 시점이 적절했다고 생각하나요?

-벤자민 논고장-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공정하신 배심원 여러분!
피고 벤자민은 동물농장에서 돼지 지배계급을 제외하면 유일한 지식인입니다. 또한 나이도 많아 경험이 풍부합니다. 글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피지배계급의 유일한 지식인입니다. 동물농장은 나폴레옹 독재체제하에서 많은 무고한 동물들이 죽음과 노동착취를 당했습니다. 피고 벤자민은 7계명을 고치는 등의 나폴레옹의 부당한 행위를 알면서도 "무리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다른 동물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닭과 오리가 부당한 죽음을 당하는 데도 피고 벤자민은 '무리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라는 이유로 동료들에게 나폴레옹의 잘못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친한 동료 복서가 도살업자에게 끌려갈 때는 '무리를 일으켜' 동료들에게 나폴레옹의 잘못된 행동을 알려주는 이기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피고 벤자민이 동료들에게 나폴레옹의 부당함을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폴레옹의 독재체제가 지금과 같이 흔들림없이 지속되었을까요? 결국 현실을 방관한 채 알고 있으나 말하지 않는 피고의 침묵 행위는 나폴레옹의 독재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는데 일조한 것입니다.
혹 '말하지 않을 개인의 자유'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는 사회의 테두리안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사회의 테두리안에서 개인의 자유가 가능하다는 것은 개인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의 권리와 의무를 다 해야함을 전제조건으로 합니다. 피고 벤자민의 권리와 의무는 무엇이었나요? 피고 벤자민은 피지배계급의 유일한 지식인으로써 동물동장의 동료에게 자신이 아는 부당함을 알려 동물농장이 보다 건강한 사회가 되도록 일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피고 벤자민은 자신의 사회적 권리와 의무는 망각한 채, 개인의 자유만을 주장하는 이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일말의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본 검사는 나폴레옹의 독재체제가 유지되도록 방관한 피고 벤자민에게 현실 방조, 현실 방관죄로 평생 하루 3시간 사회봉사를 구형할 것을 요청합니다. 피고 벤자민은 동물농장의 동료, 어린이들에게 하루 3시간씩 글을 깨우쳐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사회봉사를 통해 지식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깨닫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공정하신 배심원 여러분,
부디 올바른 판단으로 이번 판결이 지식인이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아는 바에 대해 침묵해도 벌하지 않는 역사의 과오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도록 해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