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3학년아이들과 두해를 함께보내며 무진장 싸돌아 다녔다.일주일에 두번은 그림도구 챙겨 경기도 근방을 뒤집고 다니고 사진기를 각자 들고 사진도 찍는답시고 애들과 마냥 희희낙락한 세월을 보내고 다녔다. 봄에가기 좋은 곳도 찜해오고 여름이면 3박4일 바다 다녀와 그도 아쉬워 2박3일 계곡물도 보고오고,내기분따라 애들 학교쉬게하고 샌드위치 휴일을 놓칠새라 1박2일 속초여행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다행히 학교보다 그런 여행이 약이된다 싶어하는 부모들이 붙여준 "니맘대로 방과후"의 약발을 충분히 누리며 마음대로 몸을 쓰다보니 바닥난 체력으로 일을 접긴 했어도 아직도 생각나는건 갔던 곳에 대한 기억의 풍요로움이 아니라 아이들과 내가 누렸던 "공감"에 대한 기억이다. 어슴프레 넘어가는 달을 닮아가는 해를 그리며 강가에 앉자서 노닥거리던 아이들의 수다와 그풍경속에 넋을 잃고 쳐다보던 내아이들의 뒷모습에서 나와 애들이 같은걸 느끼고 있구나 하는 공감.목을 제껴 쳐다보던 용문사 은행에 "우와!"하는 한마디로 함께 나무를 경외하던 기억속의 그 지점.눈싸인 백담사길을 수행자처럼 걷는듯이 느껴지던 아이들의 침묵. 그 표정. 바위에 잠시 앉아 힘든표정으로 멍하니 앞을 보는 그런 피곤함에서 함께 느낀 바로 그런 것. 이걸 뭘로 표현할까. 도저히 전달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을 품고 집에 오면 부모들은 어디다녀왔니, 재미있었냐, 그 나무는 얼마나 크더냐,친구와 싸우지는 않고 사이좋게 지냈냐 뭐 이런걸 물어온다.궁금하기도 할터. 서서히 아이들은 그표정에서 벗어나 세상이 듣고싶어하는 내용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재미있었고 친구 누구에게 미안해라고 했고 밥은 잘 먹었고 잠잘땐 엄마가 보고 싶었고...

그래서 난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걸 "감응"이란걸 어렴픗하게나마 잡아낼수 있었다. 자연속에 아이들이 자연과 잠시 놀러간 자연이 아닌 구별하지도 구지 자연과 친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그저 거기에 그대로 있어줌을 느끼는 감응. 박물관의 박제가 주는 색다른 효과보다 비가 엄청왔던 어느 한날 집에서 부침개를 부쳐먹던 날의 날씨와 느낌의 동화. 친구와 싸우고 방안에 문을 잠그고 혼자 삐쳐있던 순간의 문밖의 기운을 느꼈던 기억들. 싸우면 안된다는 백마디의 말보다 혼자이던 방안에서 느낀외로움이 친구를 더 애틋하게 느끼게 만들지 않았을까.

박형만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싸움시켰던 내속에 내가 이제 돌쯤의 걸음마를 하고있다. 동물농장은 사회속에서도 내속에서도 있구나..수업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밥이 먹히지 않던 날도 있었지만 그런 볶닦거림을 따라 가다가 한가닥 잡은 건 조금 뭐가 잡힌것같은 느낌정도는 든다. 아둔한 학생이 선생께 많이 배워 많이 깨달았다 드려야 할텐데 이제 조금이라 말씀 올리기가 민망스럽고 죄송스럽기 짝이없다.수업 다 마치고 이제야 선생님과 공감하고 감응하게 되었읍니다 말씀드릴 날이 오기야 할런지...
말로써 아닌 사는 모습으로 교사노릇 하기가 더욱 무서워 집니다만
선생님! 아직은 돌잔치를 치르지 못할것 같습니다. 지금 준비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