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은 쓰여진지 오래되었지만 그 시절에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이번 동물농장 동물들 중에서 피고가 된 여러 동물들(나폴레옹,스퀼러,벤자민,복서,개떼,양떼,모지즈)에 포함되지 않았던 동물들도 그 자리에 서지 않았다고 해서 "난 죄가 없어" 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동물농장이 누구의 것인가. 농장안의 모든 동물들의 것이기에 최초 혁명이 성공했을 당시로부터 돼지들의 독재가 이루졌을 때까지 단지 돼지나 기타 몇몇 동물들에게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힘을 보여 주지 못한 많은 동물들의 무지와 우매함이 그 독재를 형성시키는데 단단히 한몫을 한것이다.
나는 스퀼러의 변호를 맡게 되었다. 솔직히 농장을 뒤집어 엎을 때는 나폴레옹이나 스퀼러나 다른 여러 동물들이나 한마음이었지만 동물중에서도 머리가 좋은 돼지들이 농장을 운영하는 입장이 되고, 그 돼지들에서 스퀼러는 식용돼지임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머리와 뛰어난 언변으로 나폴레옹의 신임을 받게된다.
스퀼러는 어찌 보면 나폴레옹보다 더 간교하고 비겁하며 이기적인 돼지로 얄밉기 그지 없는 케릭터이다. 그래도 그런 스퀼러에게 조금이라도 형량을 덜하게 하여야 하는 임무를 지닌 나로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막상 심문할 질문들과 변호를 맡은 이유문과 최후 변론문을 끙끙대며 준비하긴 했지만, 모의 재판과정에서 많이 미흡했던 것 같다. 만약 재판이 실제 상황이였다면 나는 피고 스퀼러를 위해서 총탄을 막는 방패역할을 해야 하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그런 방패를 준비한 셈이다.비록 소설 속의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재판이었지만 많은 생각할 점을 얻게 되었다. 그 죄가 무거운 것으로 생각했던 동물이 변호사의 철저한 준비와 논리적 설득력으로 인해 그렇게 무겁지 않은 죄로 생각되기도 할 수 있다는 것, 죄가 없어 보이던 동물이 검사의 집요한 추궁과 사전 치밀한 조사로 점점 무거운 죄인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물론 처음해 보는 모의재판은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첫째, 피고인에게 심문하는 과정에서 질문내용이 너무 많았던 점이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집약해서 준비해야 하는데, 이 질문을 안하면 뭔가 부족할 것 같고,그러다 보니 약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루함마저 느끼게 한 것도 있었다.
둘째,재판 과정을 모두 하지 못한 점이다.
조금 시간의 안배를 해서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셋째,약간은 상황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어쩐지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내용을 대상으로 재판을 하다보니, 현실성이 떨어져서 그런지 자신과 맡은 역할이 각각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맡은 동물이나, 역할이 바로 지금 자기가 처한 상황이라 생각하고 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 수업을 할 때, 이 모의 재판을 하면 참 좋을 것 같다.한 책을 보더라도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점을 아주 논리적으로 근거를 내세워 주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또한 재판 과정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는 훈련도 아울러 될 것이다.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완벽하고도 구체적인 설명이나 해석은 생각보다 참 어려웠다. 또한 굳게 믿고 있었던 어떤 사실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난 후에 그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참으로 인간이 가진 사고와 언어란 그 존재가 무한함을 느낀다.
끝으로 이 재판이 오직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에 의해서 아무도 부당하게 더 많은 죄값을 치르지 않고, 또 죄가 많은 이가 빠져나가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