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벤자민과 복서에게 무거운 벌을 내리고 싶었다. 그들의 행동이 무책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재판장이 진리와 진실이 숨쉬는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남편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너무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무료변론을자청한 인권변호사가 있었다. 그때 그 변호사를 만나서 "우리 신랑은 아무 잘못도 없다고"말했더니 그 변호사가 나에게 "아주머니 참 답답하시네요. 일단 법정에 서면 잘못이 있고 없고,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하든지 석방시키는 것이 과제입니다."
그때 내가 받은 충격은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 세상에 진실이 안통하는 공간이 있다니....
아니 바꾸어말하면 이세상 모든 공간에서 진실은 숨쉬기 힘든지도모른다. 소피스트와 같이 현란한 말솜씨와 논리를 자랑하는 힘있는 자들이 언제나 이 세상의 주류였다는 생각이 든다.

복서와 벤자민..깨어서 행동하지 못한 죄. 비판적인 안목을 기르지 못한 죄가 너무 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서와 벤자민이깨어 행동하지 못하면 독재는 언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변호하는 역할을 맡아보고 싶었다. 자신의 소신과 반하는 논리를 얼마나 펼칠 수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못했고(^*^) 제대로된 논리를 펴지 못한것 같다.
이번 수업을 하면서 검사나 변호사가 되지 않고 선생이 된 것을 무척 다행으로 여겼으며 아무리 진실을 위해 일한다 하더라도 검사나 변호사는 진실되게 살기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