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선생님들과 "동물농장"을 갖고 모의재판을 해 보았습니다. 아직 후기 올리신 분이 없어 저 먼저 올리게 되네요.
처음엔 "벤자민" 검사를 맡을까 하다가, 도저히 감정이입 될 수 없는 이에게 감정이입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나폴레옹을 맨 처음 지원했어요. 결과적으로 다른 분들 두세 개씩 글 쓰실 때 최후 진술문만 쓰면 되어 잘했구나 싶기도 했죠.
나폴레옹이 7계명을 어긴 것이야 모두들 아는 사실이고, 책만 들이대면 어찌할 수 없는 증거가 있으니, 최대한 뻔뻔하게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등을 떠올리면서 "전체를 위해서는 그게 가장 좋은 거였다"고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원래 제가 카리스마가 없어서 목소리까지 뻔뻔하게 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거란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어요. ^^
보통 때 글쓸 때보다 훨씬 글을 쉽게 썼어요.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갖다 붙이면 되었기 때문에, 특히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라는 얘기, 꼭 넣고 싶었답니다.
글을 쓰고, 실제로 모의재판을 하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나쁜 놈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복서나 몰리, 벤자민, 양떼들 역시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데 한몫 해왔음을, 자각 없이 사는 것이 독재자들에게 얼마나 유리한 논리를 제공해 주는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포와 억압 속에서 오랫동안 신음했지만, 용기와 눈물, 그리고 피로... 무너질 것 같지 않은 독재의 벽을 무너뜨린 우리 역사가 참 자랑스럽게 느껴졌지요. 제가 지금 이렇게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사는 것도, 그동안 노력해 온 사람들의 눈물 덕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번주로 박형만 선생님의 강의가 끝났네요. 저는 선생님 강의 중에서 "노래하는 나무"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넘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그들에게 "스며들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은 제가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업 중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실제로 고 1 아이들에게 적용해 보았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짙어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엄두가 안났었는데, 아이들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요.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지요. 기대가 됩니다. 박형만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