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재판소감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미적거리다 스퀼러를 맡게 되었고 일주일 동안 죄에서 달아날 부분만 찾았습니다. 찾기는 했는데 최후진술문을 쓰려니 손에 잡히지 않아 날짜를 넘기고 말았습니다. 재판을 하며 스퀼러의 뻔뻔스런 변을 늘어놓았습니다. 모든 피고인들이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면 저의 역할의 변은 합리화의 일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 말중에 자꾸만 생각하게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 하지 않았으므로 ...” 힘없고 바보 같은 그들입니다. 그리고 그들 속에 저도 들어있습니다. 사회 속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옳지 않은 일을 덮고 묻고 살아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기도 합니다. 부딪혀서 복잡해지는 것이 싫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희망 없는 동물농장을 만든 원인이라 갑갑해집니다. 제가 이 사회에 주변에 그런 인물로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스퀼러와 같은 무리들의 합리화를 들으며 기가 막힙니다. 수업을 들은 지 며칠 후에 신문에 우리가 했던 법정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된 기사가 나왔습니다. 죄는 분명히 있는데 끼워 맞춘 진술을 뒤집을 증거가 없어서 무죄가 되었습니다. 한참 웃었습니다. 우리들이 했던 웃지 못 할 상황이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그럼 어찌 살아야 하는 지 그것도 고민입니다. 용기가 있으면 되는 것일까요?
8강 중 4강을 못 듣게 되었지만 제게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 목이 뻣뻣하고 힘들었지만 늘 머릿속에만 맴돌던 생각들이 조금씩 확실해 지는 기분입니다. 정화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를 돌아보게 하는 주제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머릿속에만 있지 말고 입으로도 나와 주어야 할 텐데요. 생각한 것과 말이 적절히 나오지 않아 힘든 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로부터 배우고 오는 것도 많았습니다. 박형만 선생님이 이제야 편안해 지려고 하는데 섭섭한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못들은 4강을 기대하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