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업이었습니다. 다만 저를 비롯해 몇 분은 재판 과정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해서 재판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실제 상황이 아닌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재판이라 모호한 부분도 있었고, 분명하지 않은 상황은 상상과 추측에 의해 심증으로 주장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실제 재판 과정을 좀더 면밀히 검토하고 했었다면 더 실감나고 재미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검사측 논고와 변호인의 심문 내용, 피고의 답변 등 각자 자신의 역할에 대한 특성 파악과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재판 결과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정의가 존재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죄"에 대한 기준도 사회의 권력 주체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 내용의 정당함보다는 논리의 강도에 따라 달라지는 죄의 유무, 사실의 진위가 형식에 의해 왜곡될 수도 있다는 법의 논리가 씁쓸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많은 부분도 분명히 시대적 필요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란 것에 회의가 입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논리라는 것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가, 논리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가 하는 점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형만 선생님의 수업을 마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급하게 쫓아다니는 수업 태도가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평소 학생들에게 강요하던 자세를 제 자신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 부끄럽고 학생들 앞에서 "논술이란 어떤 것이다"라고 확실하게 이끌어갈 자신이 없어집니다. 부족함을 알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현장에서 학생들과 실제 수업을 해 보지 않아 더욱 감이 오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편견에 치우쳐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안목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