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봄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가운데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어서야 우리는 1전시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우리니라에 온 중국과 일본 광관객이 죄다 이곳으로만 모였는지 정말 발디딜 틈이 없더군요. 비가 오다 보니 모든 야외활동을 중단하고 박물관으로만 모였는지 무슨 대피소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용감하게 약간의 밀어내기도 해가며 한번 뿐인 박물관 수업을 듣느라 바짝 긴장했지요.

먼저 제1 전시실은 생활 문화 전반에 걸쳐 가장 전시의 폭이 넓은 곳으로 선사 시대부터 개화기까지 시대의 흐름을 보아야 하는 곳이었습니다.즉 시대와 국가의 변화 과정을 비교하며 볼 수 있겠지요.
- 청동기 모형 전시물을 보며 청동기 시대의 특징 찾기를 해보았고, 다들 참 잘 찾더군요. 제사장, 풀무질, 땅위로 나온 움집, 고인돌 그림, 토기굽는 것, 가축 기르기, 큰 규모의 가족 형태, 대규모 무리 생활, 농사, 베짜기 등등
- 반달 돌칼
- 간토기

- 철기시대 후기 전시물 : 철기가 중국에서 전파되었음을 알수 있었고, 아울러 붓과 한자 그리고 칠기가 같이 들어왔다는 것.
- 삼국시대 에서는 백제의 금동 향로 만드는 과정의 섬세함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어른 주먹만한 향로에 우주 삼라만상의 어울림을 다 조각해 놓았더군요. 자세히 보며 확인해 보니 신비롭더군요. 아이들과 함께 본다면 보이는 것 10개 이상 찾기를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신라시대 경주 모형도를 보며 각종 탑이나 건축물들이 지어진 순서를 더듬어 보아도 좋겠습니다.
- 발해유물로 정효 공주 무덤이 있었습니다만 워낙에 많은 인파로 인해 떠밀려 다니며 이산 가족이 되는 바람에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답니다.
- 고려 시대하면 인쇄술의 발달이겠지요. 목판으로 인쇄된 팔만대장경과 금속 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을 보며 두 인쇄 방법의 차이를 찾아내려 애썼습니다만, 그 글자가 그 글자 같아서 잘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선생님 말씀이 목판은 아무래도 한 판에 다 새기다 보니 가지런하고 활자는 한 자씩 골라서 판을 만들다 보니 인쇄된 글자가 들쑥 날쑥 한다고 하네요.
- 조선 시대의 앙부 일구나 측우기. 자격루와 같은 것을 보며, 보통 농민들은 오히려 이런 시계나 측량 도구들이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면 중앙 정부가 이런 도구들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요. 당시 세수의 근간인 농업이 안정되어야 했을 테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기나 절기의 변화 또는 천재지변등에 대처할 무언가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농업을 오로지 하늘의 뜻에 맞기기 보다는 자연을 다스려 보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라고나 할까요? 혼자 생각해 본 것인데 확실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상은 제 1 전시실 이야기이고요, 제2 전시실과 제3 전시실로 이동했는데, 좀 우습게도 그 많던 사람들이 절반 이상 쑥 줄었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1전시실에서 나가 떨어진 것이지요. 사람들이 줄어서 좋기는 했는데, 우리들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메모하는 열정도 줄고 걸음도 무거워지고...... 게다가 2전시실은 왜그렇게 맛있는 음식 전시가 많은지, 오로지 밥 생각만 나더군요. 꼬르륵 꼬르륵

제2 전시실은 농업 상업 과 같은 우리 민족의 생업과 관련된 것과 의식주가 전시되어있습니다.
- 특히 농기구의 쓰임새가 자세하게 나와 있지요. 하지만 게중에는 설명만 있고 사용하는 모습이 안 나와 있어 장면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도 더러 있어 아쉬웠습니다. 특히 "두레"가 그런 경우였는데, 두레 앞에 쓰여진 설명을 읽게 한 후 두레를 사용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그리게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집의 시대적 변화와 지방마다의 특징과 기후와의 관련성등을 공부할 수 있겠지요. 또 식문화에서는 "누가 누가 음식 이름 많이 알고 있나? "를 해볼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 삼국 시대 옷을 비교해 보니 고구려 백제 신라로 갈수록 금 장식이 많고 화려해지더군요.

제2 전시실은 주제별 수업을 하기에 적당한 장소였습니다. 집의 변화와 공통점 찾기, 의생활의 변화, 농기구의 발전 과정 등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농사와 관련해서는 지금은 강동 구청으로 옮긴 농업박물관이나 대학로에 있는 짚풀 박물관과 연결해서 보아도 좋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3전시실은 한국인의 일생을 다룬 곳으로 우리 민족이 태어나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관례와 계례를 치루는 모습, 혼인과 회갑, 장례식 등이 하나의 드라마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나이살이> 라는 책하고 주제면에서 딱 맞더군요. 선생님께서는 아이들과 와서 볼 때는 3전시실을 다 본 후에 화첩 그리기나 병풍 그리기를 해도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빠듯한 시간에 다소 무리를 해서 세개의 전시방을 다 돌아 보았습니다만 정말 힘든 일이었구요, 아이들과 올 때는 한 곳만 집중해서 자세히 보고 재미있는 활동도 해볼 것을 적극 권하셨습니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는 말은 박물관에 딱 맞는 말임을 다시 한번 느끼며,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많이 볼 수 있게 해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도 그날 사람이 많아서 무척 힘드셨을 거예요.
아, 이제 이번 수업의 하일라이트인 자장면 이야기 좀 해드릴게요. 선생님께서 앞장 서신 40년된 자장면집, 배 무척 고프지요, 다리 아프지요, 비까지 오지요, 이런 상황에서 먹게된 자장면과 짬뽕 맛 거의 무아지경이었습니다.게다가 학생 선생님들 왜 이렇게 부지런한 지 수박에 참외에 갖가지 반찬까지 곁들인 도시락을 펼쳐 놓아 식당주인 눈치보면서도 너무나 즐겁게 맛있게 먹었지요. 아 그런데 그 자장면집 이름이 기억 안나네요. 제가 그렇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꼭 멍해지거든요.어무튼 민속 박물관 정문에서 길 건너서 100미터 쯤 내려오면 왼쪽에 있고 지하입니다.
선생님께서 밥 같이 먹는 것을 이번 박물관 수업 목표로 하신다고 하시더니 분위기 진짜 화기애매모호해지더군요. 선생님을 10년은 젊어 보인다고 막 띄우다가 "기분 좋으실텐데 밥값 내실거죠" 라는 식의 다소 얌체 발언도 있었구요. 아무튼 이 분위기 계속 살리고 싶은 마음에 다들 하나된 마음으로 차 한잔의 유혹 속에 빠지더군요. 저와 유승화 선생님, 먼저 일어나신 몇 분 빼고 모든 분들이 새로운 장소로 이동 했습니다. "아, 수업이 뭔지, 약속이 뭔지"를 중얼거리며 돌아서 오는바람에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니까 이만 글 줄일게요.참 즐거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