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장수
         -연화리 시편 11

어느 날
강변 내 오두막집 앞에
한 고등어장수가 닿았습니다
먼 바다에서 온 그의 고등어들은
소금에 잘 졀어 파랗게 빛났습니다
고등어 값은 너무 비쌌습니다
난 이렇게 말했지요
왜 고등어 값이 쌌다가 비쌌다가 그러지요?
먼 바다에서 온 고등어장수가
내게 말했답니다
당신 제일 가까운 곳의 사람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 하면서
먼 바다 고등어의 값을 어떻게 셈하겠소?



꽃을 드리는 이유
              -연화리 시편 17

끝없이
정말 끝없이
여기가 천국의 끝이기나
한 것처럼
오만해질 것

그리하여
어느 날
눈 화안하게 트여 오는
순정한 지평 하나를 볼 것.


소나기
       -연화리 시편 25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마음
      
나무와
나무 사이 건너는

이름도 모르는
바람 같아서

가지와
가지 사이 건너며

슬쩍 하늘의 초승달
하나만 남겨 두는
새와 같아서

나는 당신을
붙들어매는
울음이 돌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한 번 떠나간
나루터의
낡은 배가 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