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등24기 전정열 선생님께서 1-8강 수업을 마치고 난 소감 글입니다.

<1강부터 8강까지 수업을 마치고> 전정열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에 대한 물음의 해답을 찾아보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해오름 중등논술을 듣게 되었다.
여러 번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듣게 되면서 나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수업에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자라고.

  첫 시간 전철을 타고 신도림역에서 갈아타면서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액자 속 글귀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였는데 골리앗을 바라보는 다윗과 다윗 군사들의 차이점을 말하고 있었다. 군사들은 저렇게 큰 거인을 우리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 하면서 지레 겁을 먹었는데 반해 다윗은 저렇게 큰 덩치를 가진 거인의 몸을 새총으로 맞힐 수 없다면 바보 같은 짓이지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바로 골리앗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싸움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내가 이 말을 새기고 첫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목표가 중등논술 관점 세우기였다. 그리고 그 관점 세우기는 세상을 통찰하고 삶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자신을 튼실하게 세우는 주춧돌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내게 첫 수업은 촉촉한 단비를 적시고 있는 풀잎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기대에 부푼 첫 시간부터 8강 수업을 들으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에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오롯이 배우는 일에만 몰두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깨달음을 얻으려는 태도를 가져보려고 하면서 8강 수업을 마쳤다. 이 수업을 통해서
고민만 하지 않으리라. 조금 용기를 내어 나를 건강하게 채우는 시간으로 삼으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수업에 임하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무엇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지만 존재가치의 의미를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매번 수업 때마다 내 자신이 부족하고 미흡한 상태지만 순간순간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배움을 열기에 앞서 읽은 짧은 글들은 내 생각체계에 아주 큰 영향을 주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에서는 지금 이 논술 수업을 좀 더 일찍 접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했고, 내 생각이 이르러야 할 곳인 허준의 동의보감 내용 중의 한 글귀는 내게 모든 인간은 우주적 존재로서 가치가 있다는 자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사람을 바라보는 눈은 평등해야 한다는 소박하지만 의미심장한 진리를 마음에 새기게 해주는 글귀로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진리와 수행이라는 글에서는 용기 있는 자만이 희생할 수 있으며, 용기 있는 자는 자신을 채운자로 관대함과 친절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다는 말에서 나도 용기를 갖고 싶어졌다.  
또한 무재칠시를 읽고 나서는 남을 위한 방법에는 물질만 가지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안시와 화안시에 대해서는 그 주 내내 주위 사람들에게 이용하기도 한 문구였다. 참된 자유에서 뽑은 글에서는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희생이며 도의 완성은 사랑인데 사랑의 전제는 희생이기 때문이라는 말에서 요즘 무시되고 있는 가치 중의 하나인 희생의 참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었다. 인디언 머스코기 부족의 기도에서는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지향해야한 다는 걸 다시금 익혔다. 거창고등학교의 직업 선택의 십계명에서는 비주류의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으며, 루이 아라공의 시에서는 인생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을 또 다시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이렇듯 본 수업 이전에 마음을 여는 글에서 가슴이 뭉클 뭉클해져서 이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큰 배움의 길이 되었다. 문제는 일상에서 이런 진리의 글귀를 잊지 않고 조용히 내 삶에 녹아낼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조금씩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8강까지 수업을 하는 동안 팝, 코즈믹줌, 레밍에이드, 인간의 운명, 꼬리 없는 쥐, 식욕을 감상하며 매체를 이용하여 인식의 세계를 신선하게 조명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색다른 기회를 갖게 된 순간이라 정말 흥미롭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감상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느낌을 가졌다. 하지만 감상 후에 감상 소감을 나눈 것은 정말 뜻 깊은 일로 흥미롭고 집약된 배움의 시간으로 각인 되었다.

  또한 레밍에이드, 살림의 경제학,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엔트로피, 노래하는 나무, 꽃들에게 희망을과 같은 텍스트 자료들을 통해 나와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삶의 태도는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이 책들은 깨닫도록 도와주었다. 책을 통해 배우는 참된 가치들을 자기 말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자기 삶속에 녹아들게 하기 위한 전제 부분이라는 걸 알았으며, 내가 참된 세상을 열어가는 주체가 될 수도 있지만 세상이 나를 휘두르게 내버려두는 비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자각의 힘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길을 따라 스스로 걸어가야 하는 애씀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채워간다는 것은 무엇이며, 올 곧고 참된 가치관을 정립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세상과 진실하게 소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큰 진리의 세계에서 나는 미약하나마 나의 존재가치를 존중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삶을 일구어가야 하는 농부와 같은 삶의 태도를 간직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논술 공부는 텍스트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해가며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아니하든 세상은 존재하며 세상에는 참된 것과 부조리한 것들이 동시에 나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진의를 가릴 수 있는 통찰력을 가져야하며 지혜롭게 진의를 선별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7강때 “1명의 교사가 1개의 학교”라는 말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문구였으며, 안다는 일은 머릿속에 지식으로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실천의 문제라고 여겨졌다. 비록 아직은 내 삶이 불안하고 튼실하지 못하지만 조금씩 삶의 태도를 바꾸어 가며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으로 나아가야하겠다는 건강한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 8강 수업을 하면서 얻은 큰 수확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채우는 일에 게으르면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리고 부조리한 세계와 맞설 수 있는 통찰력과 실력을 갖추고 생활 속에서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나는 그래서 요즘 작은 옹달샘에서 포~옹 퐁퐁 솟아오르는 물줄기 같은 행복을 아주 작게나마 느낀다. 이 느낌이야말로 8강 수업을 해오면서 내가 받은 커다란 선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