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수업이 끝나고나면 수업 후 남는 자투리 생각들이 있습니다.
수업정리가 일찍 올라오면 수업감상과 함께 못다한 얘기들을 주절주절 풀고 싶은데
늦게 올라올 때면 벌써 생각들이 꼬리를 감추고 말거든요.

오늘 '친구'에 대한 수업을 하며 '나'와 '우리'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박형만샘께서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지나칠 경우 경계해야 할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교육 받고 자란 것을(예를 들어 국기에 대한 맹세...) 생각하면 느닷없는 문제의식일 수
있지만, 논술을 지도해야 할 교사로서 다시 한번 의심해 봐야 할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것과 관련되어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으니 최근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황우석사건'입니다.
저에게도 그 사건은 쇼킹한 것이었습니다. 줄기세포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몇 조(!!)의 값어치를
가진 일인지 심드렁하기만 했던 제가 놀란 건 그 사건을 처음 취재한 프로가 방송에 나간 뒤
네티즌들이 보인 살기 어린 반응이었습니다. 약간 수위만 낮았을 뿐 언론들도 대단했지요. 우리 사회가
이렇듯 똘똘 뭉쳐 '애국'을 하는 걸 보고 집단심리가 참 무서운 거구나 느꼈습니다.

일본이 2차대전 당시 아시아에서 보인 비인간적인 만행들이 있지요.
우리나라의 징용과 종군위안부를 비롯해 만주 731부대 '마루타', 중국에서 저지른 남경대학살...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이란 나라가 그 지경으로 미쳐 돌아가는데 그것을 멈출 양심적인 인사가 왜 없었을까?

황우석 사건을 보며 나는 그 시절 일본사회가 문득 그려졌습니다. 집단 이기심이 '애국'이란 이름으로 포장이 되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기분 나쁜 일이지만, 일본사회가 생각 났다니까요.

박형만샘을 보면 논술교사가 지녀야 할 여러 자질을 골고루 지닌 듯합니다.
학생에 대한 애정..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 아주 작은 것까지 챙기는 꼼꼼함(자애로운 모습)
그런 것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과 함께 절망스러운 마음도 함께 듭니다.
저는 그런 부분의 발등에도 닿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물론 노력하고 노력하면 될 일이지만,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교사로서 실력을 가다듬고 노력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인데
정작 그런 노력을 기울일 때에 내가 가장 관심 보여야 할 '내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겁니다.
모든 주부 교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 3년을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요즘은 한편으로 회의가 물밀듯 밀려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적절한 시기에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지도해 주는 것이(특히 독서, 학습..)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엄마의 관심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절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 아이가 항상 뒤로 밀려나는 이 아이러니를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들더군요.
올해는 일을 줄여서라도 아이들과 많이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엄마가 일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