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빼빼로 데이 토론거리 찾다가 발견한 의미있는 글.
함 보세요.
아이들에게서 선물받고 재미있어하다가( 겉으로는 비판하면서~~)
뜨끔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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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종순]‘빼빼로 데이’와 ‘농업인의 날’"
  
[동아일보]

젊은이들에게 “11월 11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빼빼로 데이”란 대답이 나올 듯하다. ‘빼빼로 데이’는 1990년대 중반 중고교생들이 ‘키 크고 날씬해져라’는 의미로 가늘고 길쭉한 모양의 과자 빼빼로를 주고받은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하지만 달력을 보면 이날은 ‘제10회 농업인의 날’로 적혀 있다. ‘농업인의 날’이 공식 제정된 것은 1996년. 그 이전부터 농업인의 날을 제정하자는 의견은 있었지만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계기로 정부가 공식 제정했다.

농업인의 날을 11월 11일로 택한 배경도 이채롭다. 농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흙 토(土)자를 풀어 쓰면 열 십(十)자와 한 일(一)자가 된다. 즉 토월토일(土月土日)인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이 된 것이다. 또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에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토월토일토시(土月土日土時)인 11월 11일 11시에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올해 ‘농업인의 날’은 개방 파고가 거세지는 가운데 맞는 만큼 의미가 작지 않다. 쌀 재협상 타결에 따른 관세화 여부가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올해 농업인의 날 주제는 ‘미래를 이끌 생명산업, 꿈이 있는 푸른 농촌’이다.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적극 홍보하기 위해 이달 들어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다. 러브미(Love米) 농촌사랑 국제 마라톤대회를 비롯해 ‘흙을 살리자’ 심포지엄이 이미 열렸고 농촌 사랑! 우리 농산물 한마당 큰잔치(9∼11일)와 도농(都農) 교류 심포지엄(11일) 등도 많은 관심 속에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시대의 치열한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첨단산업 육성 정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농업이 주된 산업으로 대접받던 시대에는 농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에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도 있었지만 요즘은 이런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어진 듯하다.

하지만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위상은 줄었을지 몰라도 환경 보전, 식량 안보 등 다원적 기능으로서 농업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농업이 인류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또 산업화와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치렀던 농업인들의 희생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배려가 부족했다. 그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빼빼로 데이’는 재미있는 발상이며 날씬하고 건강하게 살자는 국민의 소망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농업인의 날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지 않은가. 지금 우리나라 농업은 시장 개방과 농가 부채, 인구 고령화, 도시와의 소득 격차 확대 등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번 농업인의 날이 쌀 시장 개방 등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농업인들이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 또 농업의 가치에 대해 국민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자연 재해와 개방 파고를 극복하려는 눈물겨운 의지로 국민의 ‘생명 창고’를 지키는 전국의 농업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박수를 보내자.

이종순 농민신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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