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생명권 수업할 때 쓰시면 좋은 자료입니다.
동물의 어린 자식을 일컫는 말이 입력불가라고 자꾸 튀어나와서
'새OO끼' 라는 복잡한 문자표현을 하게 되었습니돠. 양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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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권익보호냐 의약산업 성장이냐…실험중인 ‘실험동물법’  [한겨레 2005-09-23 14:39]  

질문=쥐를 냉동실에 넣으면 어떻게 되나요? 생물시간에 변온동물과 정온동물에 대해 공부하다 이런 질문이 나왔어요.

답변=제 경험으로는 영하 20도의 냉동실에서 래트(실험쥐)가 하루 이상 죽지 않고 느린 행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관찰했는데… 온몸에는 고드름을 달고 원망의 눈초리로… 하지만 그 동물의 체온을 재보지는 못했어요.

한 동물실험 관련 학회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오고간 대화다.

“대학시절 지도교수의 지시에 따라 기형독성 연구를 할 때였어요. 실험쥐를 임신시켜놓고 말기에 배를 갈라 새OO끼를 꺼내고, 또 그 새OO끼의 배를 갈라 기형 여부를 관찰한 적이 있어요. 동물실험을 즐기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 기억은 지금까지도 나쁘게 남아 있습니다. 젊은 학생들에게 나쁜 기억이 남지 않도록 지도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요.” 한 수의학자의 고백이다. 그는 몇년 전부터 육식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실험으로 죽어가는 동물은 500만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실험시설은 960여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시설은 영세하고 낙후돼 실험을 하기에 부적합한 곳이 대부분이다. 실험동물들은 이런 곳에서 제대로 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인간의 편익과 이익’이라는 명목 아래 희생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설문조사를 봐도 연구기관 137곳 가운데 81곳만이 실험동물의 사육·실험 지침서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동물실험운영위원회를 둔 곳은 37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다수 동물실험위원회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 생의학 관련 외국 저널들은 논문을 제출할 때 연구과정의 동물실험에 관해 ‘동물실험위원회’를 거쳤다는 것을 알리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학관련 학회지나 <실험동물학회지>의 경우 편집장이 요구하면 동물위원회 통과를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한 생명공학자는 “많은 국내 연구자들이 외국 저널에 논문을 낼 때 자신이 속한 연구소나 대학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동물실험을 했다고 적어넣지만 엄밀한 의미로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털어놨다. 서울대에서 동물실험의 윤리적 및 과학적 수행에 관한 내용 등을 담은 통합 관리 규정을 올해 초에야 마련했다.

국제적 기준에 걸맞게 운영되는 규정으로는 처음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의 한 박사는 <네이처>에 논문을 냈다가 실험동물 관리상태가 문제가 돼 게재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뒤늦었지만 동물실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실험동물법안 제정이 활기를 띠어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장향숙 의원(열린우리당)이 지난 5월 ‘실험동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의원 입법으로 발의한 데 이어 농림부도 곧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과거’ 고백한 수의사 육식 안해

그러나 실험동물법안의 ‘실험’은 순탄하지 않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6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흥로 식약청 정문 앞에서 이원복 동물보호연합 대표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가 두른 샌드위치 피켓에는 ‘식약청의 실험동물법은 실험동물악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대표는 “국회에 계류 중인 실험동물법안은 동물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윤리조차 없는 동물학대방조법”이라고 비난했다.

이유는? 동물보호단체들은 법안이 동물복지와 윤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동물산업 육성과 실험참가단체의 이해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법안 이름에 ‘관리’라는 낱말이 들어간 것도 못마땅하다.

또 이들은 보호대상 동물을 ‘과학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척추동물로서 식약청장이 정한다’고 돼 있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경영학 및 환경이론)는 “문어 등 두족류의 경우도 동물보호론자인 철학자 피터 싱어의 ‘의심의 이득’이라는 윤리개념을 적용해 보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싱어의 이론은 ”우리가 죽이려는 존재가 인격체인지 의심이 간다면 그 존재에 의심의 이득을 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덤불 속에 움직이는 것이 사슴인지 사냥꾼인지 확실하지 않다면 총을 쏘지 말아야 한다는 사슴사냥꾼의 법칙과 같다. 영국 동물실험위원회는 1992년 두족류가 통증과 고통을 경험한다는 증거를 내세우며 보호대상 동물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고, 이듬해 문어가 법적 보호대상 동물로 지정됐다.

시민단체의 두번째 요구는 실험동물운영위원회 위원에 동물의 권익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를 포함시키라는 것이다. 현재 법안은 위원회 6인 가운데 수의사 1명과 시민단체 추천 전문가 2명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케네디윤리연구소의 바바라 올랜스 박사(생리학)는 그의 논문에서 “인도적 기준에 가장 관심이 많은 유권자이기 때문에 동물보호단체 대표자를 실험동물운영위원회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실험 금지조항이 없다는 것도 지적사항이다. 1986년에 제정된 독일의 동물보호법은 무기나 담배, 세제, 화장품 제조를 위한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도 최근 담배나 알코올 생산을 위한 동물실험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동물실험의 법규화와 관련한 또다른 쟁점은 농림부 주관으로 동물보호법을 개정할 것인지, 장 의원이 발의한 법안처럼 별도 법률을 제정할 것인지다.

동물보호법은 1991년 제정됐다.

여기에는 동물실험을 할 때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취하라는 선언적 조항만이 있을 뿐이어서 좀더 구체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농림부가 법안 개정 논의를 본격화한 것은 16대 국회 때 김홍신 전 의원이 식약청 주관의 실험동물법안을 발의하면서부터여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있다.

계류법안 동물위한 윤리 등한시

농림부 가축방역과의 김규억 사무관은 “미국의 경우 동물보호법을 근간으로 하위에 실험동물만 별도로 관리하는 법률을 두고 있다”며 “애초 마련한 개정안에 대해 관련 부처와 기관에서 요구한 사항들을 반영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곧 입법예고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향숙 의원실의 김명신 비서관은 “식약청이 실험동물 생산·판매업자나 실험실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다”며 “실험동물의 관리가 국민보건과 관련된 사항임에도 보건복지 분야에서 관련 법률을 못 찾아 별도 법률 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동물실험 법규화를 주창했던 한국실험동물학회 안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있다. 학회 편집위원장인 박재학 서울대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수의대 교수)은 “외국 법에서처럼 동물보호법에 동물실험을 윤리적으로 수행하도록 동물실험위원회 정의를 신설하고, 실험동물 생산 관리가 가능하도록 규정해주되, 현재 발의돼 있는 실험동물법안의 구체적 규정들은 대통령령에서 구체화하는 것이 실험동물 복지와 동물실험의 과학화를 이루기 위한 지름길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회 고문을 맡고 있는 장자준 서울대 의대 교수는 “시민단체들은 동물복지와 윤리에 관심이 많아 동물보호법에 언급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지만, 바이오산업의 성장과 실험동물수 급증이라는 상황 속에서 실험동물 관리의 표준화를 담기에는 (동물보호법이) 부족하다”며 독자적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초의 동물보호법인 영국의 ‘동물학대법’은 우리보다 무려 130여년이 이른 1876년에 제정됐다. 법 제정 과정은 역설적이다. 현대와 같은 동물실험 방법론은 프랑스인 클로드 베르나르에 의해 확립됐다. 그러나 그는 화로에 동물을 올려놓고 체온이 올라가는지를 관찰하는 등 잔혹한 실험을 해 부인과 딸한테 버림을 받았다. 부인과 딸은 베르나르가 애완동물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동물복지재단을 만들어 길 잃은 개를 보호하는 집을 세웠다. 제자인 영국인 조지 호간은 스승의 잔인한 연구를 묵과할 수 없어 고국으로 돌아간 뒤 동물 학대를 방지하는 법 제정에 앞장섰다.

동물실험을 수행하는 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이 있다. 영국의 과학자인 러셀과 버치는 1959년에 동물실험을 할 때 지켜야 할 ‘3아르’를 제안했다. 다른 방법을 찾고(리플레이스먼트),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며(리파인먼트), 실험 횟수를 줄이라는 것(리덕션)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3아르’ 정책을 편 뒤 전체 동물실험에서 과도한 고통을 수반한 실험의 비중이 1984년 29.3%에서 1997년 18.8%로 줄어들었다. 실험동물 수도 1984년 124만2천여 마리에서 61만8천여 마리로 줄었다.

박재학 교수는 “올해 안에 동물실험 관련 법률이 마련돼 많은 실험동물들이 조금이나마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