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평생학습대상을 수상하면서

 

 

 

우선 이 큰 상을 주시기로 하신 분들께 고마움을 드립니다.

그러면서도 이 귀한 상을 받을 만큼 해오름이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충실히 했나 되돌아봅니다.

 

지난 1994년 설립한 해오름이 2005년 평생교육기관으로 거듭나면서 지금까지 우리 교육 현실에 어떤 생기를 불어넣었고 작은 소명을 다했는지 생각해보니 부끄러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해오름국어연구소로 출발할 당시만 해도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사랑을 교육을 통해 펼쳐내고자 하는 소박한 뜻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오름 뜻에 함께하려는 연구자가 많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우리 교육 현실에 절망하거나 아쉬워하던 감정을 걷고 우리가 스스로 나서서 교육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학생 교육보다 길잡이 역할을 맡고 있는 교사 교육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교사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구상하고 이를 실천할 길을 모색해 왔습니다.

우리보다 몇십 년 앞서고 있는 선진국 교육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 차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에 몰입하였고, 한편으로 우리가 스스로 서서 서로 함께 가는 길을 하나씩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독일 루르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과, 프랑스 프레네 교육, 러시아 톨스토이 학교 교육, 일본 키노쿠니 학교 교육을 통해 우리에게 결여된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알았고, 우리 교육의 내용을 보완하거나 새롭게 뼈대를 세워야 할 것 중 가장 바탕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 전통교육에서 중시했던 지덕체 교육이 한국현대교육에서는 명목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천력이 부재하는 문제에 주목하게 되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하나씩 찾아보았습니다.

그래서 해오름은 살림교육배워서 남주자정신을 교육의 근본으로 삼고, 인지학에 바탕을 둔 교육예술을 통해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이 삼위일체 되는 교육체계를 지향하는 것을 평생교육실현의 모토로 삼게 되었습니다.

 

이 땅에 평생교육개념의 현실화는 아직 미미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 5일제 노동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치가 일반화되면서 평생교육에 대한 욕구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봅니다.

또한 학교교육의 부실화에 따른 사교육 팽창이 교육소비자들의 고급화된 눈높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우리 아이들의 삶이 황폐화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성적부담과 성적비관에 따른 끝없는 자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 만성적인 위염과 장염에 시달리는 아이들, 어린 여중고생들이 감당하기 힘든 극심한 생리통, 끝없는 두통과 변비, 척추 측만, 요추염이나 척추염, 소아당뇨 등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온갖 질병들이 우리 아이들 삶을 억누르는 비극적 현실이 점점 더 확장되어만 가는 상황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어린이 시기를 되돌려 주라는 톨스토이의 호소는 당시 제정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현실이기도 합니다. 아동기, 청소년기를 박탈할 수 있는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현실에 좌절하기보다는 해법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건강하게 살면서도 자신이 이루고 싶은 욕구를 실현하려는 행복한 삶은 교육을 통해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이 우리 해오름이 가고자 하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지금 해오름은 평생교육의 작은 터전을 다지고 있는 어린이에 불과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이들을 안내하는 교사와 학부모가 해오름 평생교육 울타리에서 함께 연구하고 배우며 익히는 교육공동체 틀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단단하고 굳건한 교육실천을 하고자 합니다.

해오름이 걷고 있는 서툴고 연약한 발걸음을 우습다 여기지 않으시고 격려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해오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교육일꾼들, 함께 일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식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땅의 교육을 살리고 꽃피우는 밀알이 되는 길이 쉽지는 않지만 스스로 힘내면서 즐겁고 힘차게 해오름평생교육을 일구어 가겠습니다. “배워서 남주자정신을 꼭 붙잡고 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격려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해오름평생교육원이 나아갈 방향 및 활동 계획

 

해오름은 내년이면 이제 열여덟 빛나는 청춘의 나이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교육내용을 좀 더 구체화 하고 내실을 다져 다음 몇 가지 방향으로 해오름평생교육원의 길을 펼쳐내고자 합니다.

 

먼저 어린이 교육은 주중 방과 후 프로그램과 주말체험학습, 여름과 겨울방학 기간 동안 계절학교 프로그램을 강화해 갈 계획입니다. 어린이 교육은 교육예술을 중심으로 어린이들 감성을 일깨우고 이를 통해 이 세상의 아름다운 가치를 내면화하는 인성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에 소재한 해오름살림학교에서 사계절 동안 이루어지는 순환농법을 활용하여 농사체험교육과 식물관찰, 곤충관찰 등 자연학습을 병행하게 됩니다. 또한 함께 어울려 즐겁게 놀이를 하면서 서로 협동하는 방법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도 함께 키우는 놀이교육을 하고, 습식 수채화, 조소활동, 리코더 불기, 합창하기 등 예술활동과 노작활동을 통해 손이 가지고 있는 위대함을 깨치는 교육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 교육은 그동안 주력해 왔던 인문학 중심의 독서와 토론, 글쓰기를 꾸준하게 실천하고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과 고학년들이 저학년의 멘토가 되어 학습방법, 진로, 상담 등을 할 수 있는 멘토링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서로의 힘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자립성과 자주성을 키우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인연을 맺어왔던 해외 봉사기관과 협력관계를 더 강화하여 청소년들의 해외봉사활동을 더 활발하게 펼치고자 합니다. 특히 캄보디아와 인도 등 제3세계 지역에서 교육봉사와 노력봉사 등을 통해 청소년들의 인성을 함양하고 다른 민족과 언어 및 인종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다문화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모해 보고자 합니다.

 

또한 성인교육은 새롭게 독서토론지도를 통해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고학력자들에게 교사교육 전문과정을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저소득 지역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 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일하시는 교사들에게 전문화된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특히 2011년 서울시에서 위탁하여 실시한 지역공부방 교사 재교육 프로그램이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성과를 바탕으로 교육예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관련 공공기관 프로그램 공모에 지원하여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 더 안정적으로 많은 교사들이 교육비 부담에 걱정하지 않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학점 이수제를 도입하여 공교육 교사연수 프로그램도 가동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현직에서 일하는 많은 교사들이 해오름평생교육원에서 연수를 받아 왔지만 학점이수제가 없어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내년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여 교사들에게 좀 더 많은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도록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영등포 지역 학부모를 위한 학부모 독서교실과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여 지역사회에 평생교육의 장을 펼쳐낼 계획입니다. 그동안은 산발적으로 학부모교실을 운영해 왔으나 앞으로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교육원으로서의 위상을 세우도록 할 것입니다.

 

해오름평생교육원은 오랫동안 교육기부운동을 조금씩 실천해 왔습니다. 해오름에서 공부한 청소년들과 교사들이 지역사회에서 저소득층 공부방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기부를 해 왔는데 이 활동을 체계화 시켜서 멘토와 멘티들의 유기적 관계를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평생교육원이 배움의 장으로 기능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아낌없이 나누는 배워서 남주자정신을 실현하는 장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실천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겠지만 함께 하는 교사들과 서로 격려하고 배우면서 느리더라도 단단하게 가고자 합니다.

이제 우리 해오름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던 것을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과 기관에 힘입어 더 힘차게 갈 것입니다.

 

20111215

해오름평생교육원 원장 박형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