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20일 화요일/ 샛강 환경지킴이 전문지도사 4-5/ 잡곡 관찰록 / 전경애

 

통찰에 이르기 위한 첫 관문으로 관찰을 경험해 보는 시간이다. ‘여름팀원들이 가져 온 잡곡이 책상위에 가득하다. 지난주에 나눠서 가져오기로 한 잡곡 중 나는 내가 맡은 한가지만 위생팩에 한주먹 가져왔는데, 우리 팀원들은 지퍼팩이나 작은 공병에 종류별로 정성스럽게 준비해오셨다. 작은 것도 이렇게 세심하게 준비하시는 팀원들의 모습을 통해 배려를 배운다.

바깥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 산책하기 참 좋은 날씨다. 나의 몸과 마음도 선선한 바람처럼 가벼우면 좋으련만, 어제 있었던 워크샵의 후유증인지 머리도 눈꺼풀도 무겁고, 모든 감각이 무뎌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관찰을 하려면 감각이 팔짝팔짝 살아있어야 하는데 시작부터 걱정이다.

, , 율무 등등 잡곡의 종류도 많다. 그 중 율무를 선택했다. 찬바람이 불면 율무차를 종종 마시는데 율무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듯하여 율무를 관찰해보기로 한다.

율무 5~6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눈을 감는다. 생각만큼 별다른 느낌이 없다. 손바닥 피부가 매우 두껍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율무를 촉각으로 느끼기가 어렵다. 다른 손 엄지와 검지로 율무를 한 알씩 만져본다. 아주 작고 단단하다. 손끝이 예민하게 살아나려면 더 집중해야 하겠지만, 쉽지 않다. 냄새를 맡아보았다. 어제 저녁 밥에 보리쌀을 섞었는데, 보리쌀 퍼 담을 때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곡식 가루가 날리면서 나는 특유의 구수한 냄새.

눈을 뜨고 관찰해본다. 옅은 미색의 율무는 가운데에 길게 홈이 파였다. 표면의 미색에 갈색의 띠처럼 무늬가 보이기도 한다. 율무끼리 부딪혀보았다. 작게 톡톡톡 소리가 난다. 맑고 통통 튀는 소리이다.

늘 분주하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작은 곡식, 씨앗 하나를 이렇게 저렇게 관찰해 보니, 순간 시간이 멈춘 느낌이 든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이 율무를 만났더라면 ~율무구나하고 그냥 지나쳤을 텐데, 공감각과 루페를 통해 율무를 관찰하니 율무랑 친해진 느낌이다. 이것이 관계맺기의 시작일까? 이 작은 씨앗 속에 우주를 품고 있다고 한다. 아직 난 율무 속에서 우주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늘의 경험을 시작으로 내 주변에 있는 작은 씨앗들, , 나무, 곤충 등을 관찰하며 위대한 자연과 거대한 우주를 발견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