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

<북점령의 3개월, 서울의 기억> 다큐멘터리 감상문

조회 수 53112 추천 수 0 2014.07.14 21:14:35

-<북점령의 3개월, 서울의 기억> 다큐멘터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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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JTBC에서 6.21일에 방영되었던 6.25전쟁 특집 <북점령 3개월, 서울의 기억>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그 당시 서울에 살았던 10명 정도의 생존자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늘 들어와서 이제 마음에 그다지 와닿지 않는 실상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었죠. 그리고 지금까지도 좌우익 대립이 극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죠. 증언을 했던 생존자들은 지금은 70대 중반에서 80대인 분들로서 6.25전쟁 당시에는 10세에서 20세의 학생들이었습니다. 김성환 화백, 탈렌트 사미자, 엄앵란, 그 당시 휘문고 학생이었던 이희철씨, 연극평론가 이태주씨, 가수 김영만씨, 사대부고 학생이었던 박진서씨, 강신표씨 등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서울대학교 교수였던 김성칠 선생님이 쓰신 일기 구절을 보여주고,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연필로 스케치했다가 집에 돌아와서 그 그림을 완성시켰다는 김성환 선생님의 그림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역사를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시고 편벽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기협선생님도 아버님이신 김성칠 선생님의 일기를 소개하면서 출연하셨더군요.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한 시기는 한여름이었습니다. 가택을 수색하고 길에 보이는 학생들을 마구 잡아가서 인민군으로 강제 징집했습니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3개월동안 특별히 만든 집지하실에서 한여름을 보내야했던 이범희씨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인민군이 들어와서 쌀 뿐 아니라 된장, 고추장까지 식량을 다 가져갔다고 합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10세였던 사미자씨도 오빠와 함께 빵을 팔러다녔고, 사대부고 학생이었던 박진서씨도 자두를 팔러 다녔다고 합니다. 반야월씨는 전쟁으로 딸이 영양실조로 죽어서 그 애환으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작사했다고 합니다.

국군이 적을 격퇴하고 있고 자신도 서울을 지키고 있다고 거짓방송을 한 이승만의 말을 믿었던 서울 시민들은 나중에 북한군이 서울점령을 한 것을 알고 피난하던 중 한강대교가 없어져서 물에 많이 빠져죽고 이승만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고 합니다.

친하게 지낸 사람들과 동네 사람들이 제일 무서웠다고 합니다. 평소 가까이 지낸 사람들이 돌변하여 고발하고 강탈하고 인민재판관에 넘겼습니다. “저 사람이 반동이요라고 이르면 그 사람이 살고 있던 양옥집을 주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도 좌우학생 대립이 극심하여 교사가 학생들을 학생들이 교사들을 끌고 가서 몽둥이로 패기도 하고 총살을 가했다는 것입니다. 비원은 일제시대에 경찰서가 있던 곳인 데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는 공산주의자들이 우익사람들을 총살했고, 서울이 수복되자 숨어 지내야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괴롭혔던 좌익 사람들을 총살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휘문고 학생이었던 이희철씨는 아버지가 한국 최초의 서울대 총장 이춘호박사인 데 중학교 수학교사였던 제자들이 잡아가서 아버지가 평양감옥에서 옥사하였다고 하면서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강신표씨는 6.25전쟁 때 공산주의 체제하의 삶을 체험했던 70세 이상 세대들이 보수 우익으로 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니 틈만 나면 상이군인 단체등 우익단체들이 북한을 규탄하는 것도, 6.25전쟁으로 가족들을 잃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들을 극히 미워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김기협 선생님께서는 <해방 일기>를 쓰시면서 일제시대를 거치며 우리 민족에서 가해진 최대의 문제점이 민족이 분열되었음을 지적하셨습니다. 그리고 통일민족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분단에 이르게 된 원인도 내인론보다 외인론에 비중을 두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니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친일파에 대한 적대감, 해방공간에서의 좌우익의 대립, 6.25전쟁을 거치면서 좌익과 우익으로 나누어서 일반 민중들도 친한 사람들까지도 서로 대립되어 싸워야만 했고, 인민군에 끌려가서 또 미군에게 폭격을 받아야했던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남한에서는 또 사회주의 사상을 공부하는 학생들까지도 교도소에 잡혀 들어가서 몇 십년을 보낸 이들도 있습니다. 이제 서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면서 안고 울어줄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의 한반도는 화합하는 한반도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인 착하고 온순한 한민족의 심성을 되찾아야 하겠습니다.

6.25전쟁을 체험한 사람들이 아직 살아있을 때, 그들을 찾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준 JTBC에 감사함을 가집니다. 고등학생들과 함께 보았는데, 웬만한 재미있는 동영상이 아니면 집중을 하지 않는 요즘 아이들인 데, 이 영상은 모두들 집중하여서 잘 보았습니다. 6.25전쟁에 대한 지금까지 흔히 보여주는 영상과 다르게 북한군이 점령했던 3개월간에 겪었던 서울의 모습에 초점을 가지고 그 당시의 사진, 그 당시 상황을 재현해주는 일기와 그림,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집중이 잘되었다고 합니다.

한의 침략, 몽고의 침입, 임진왜란, 병자호란,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거치면서도 이 조그만 한반도를 지켜온 한민족의 역사는 들여다볼수록 우리 민족의 강인함을 느끼게 합니다. 한편 침략을 당해야했던 세계정세와 우리민족이 노력한 바를 전혀 이야기하지도 않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공부했다는 일부 정치지도자들, 사학자들이 과연 이 나라 사람들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저 역시 이해할 수 없었던 극우익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도 있었고, 지금의 민족의 대립양상이 한민족의 지나온 역사로 볼 때는 그래도 많이 완화되어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시청하실 수 있는 JTBC 홈페이지 주소입니다.) 

http://home.jtbc.joins.com/Vod/Vod.aspx?prog_id=PR10010286&menu_id=PM1002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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