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준비하는 김선우 시인의 말]
"지난 3월 31일, 문인들과 음악인들이 함께 만든 '강정마을 살리기 콘서트'에 이어 두번째 강정후원 콘서트입니다.
제주도로 날아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들이 육지에서 할 수 있는 연대의 방법으로 찾아낸 것이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이런 콘서트였습니다. 이번엔 사회자 여균동 감독과 시사만화가 손문상 화백의 참여로 문학과 음악 분만 아니라 영화, 미술까지 문화예술인들의 콘서트로 폭이 확대되었습니다.
이야기손님으로 도법스님을 비롯해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두분을 모신 것은, 강정마을의 싸움이 현실적이고 시급한 연대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강정마을 지킴이들은 19대 국회에서 해군기지 특검과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강정마을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절실한 이때에, 진보적 성향의 국회의원들이 강정마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해주시길 요청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랜 싸움으로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몹시 지쳐있습니다. 지쳐있지만, 꼭 지키고 싶은 생명과 평화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뜨겁게 타오릅니다. 지쳐있는 마음들을 보듬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강정과 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구럼비,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매일매일 죽을힘을 다해 공사를 막고있는 사제들과 활동가들. 그들이 완전히 지쳐버리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육지의 사람들이 제발 힘을 보태주시길.
끈질기게 강정마을을 기억하고 '구럼비'를 말해주는 것이 육지의 우리가 강정과 연대하고 강정마을에 힘을 줄 수 있는 첫번째 방법입니다. 강정과 구럼비와 관련된 모든 장소에 열렬히 모여주시는 것이 강정분들에게 힘이 됩니다.
육지에서 전해지는 강정연대콘서트에 제주도 사람들이 얼마나 눈과귀를 쫑긋하고 있는지 육지사람들은 짐작하지 못합니다. 4.3의 고립된 학살을 경험한 제주도민들은 육지사람들이 보내는 응원으로 인해 큰힘을 얻습니다. 고립된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요구는 뭘 새로 지으라는 것도 아니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라는 것도 아닙니다. 있던 것을 그냥 그대로 놔둬달라는 것입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구럼비해안, 천연기념물들, 꽃들, 돌멩이들, 그 모든 자연의 것들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그냥 있던 대로 놓아달라는 것입니다. 400년 전부터 생겨나 오순도순 살던 대로 그렇게 마을의 전통을 보존하면서 평화롭게 농사짓고 물일하면서 지금껏 살아온 대로 그렇게 살아가겠다는 겁니다.
기나긴 싸움의 여정 속에서 지칠대로 지쳤건만, 믿을 수 없이 환하던 그곳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강정천 물빛과 해맑은 몽돌의 살빛처럼 평화로운 얼굴로 “구럼비를 살려줍서”라고 말하는 사람들. 꽃 같고 별 같은 그들의 춤과 노래를 육지 사람들이여 부디 들어주시길.
끈질기게 기억하고 ‘구럼비’를 말해주시길.
제주도로 가는 여행자들이여, 강정마을에 꼭 한번 들러주시길.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이 빚어내는 지극한 아름다움을 경험해주시길.
경험한 것이 그대로 생명을 향한 기도가 되는 곳. 구럼비를 살려줍서!
강정을 향한 마음으로 한곳에 모인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구럼비를 살릴 가능성이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