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회 게시판
달
박성우
난, 니가 야자 끝나고
교문 빠져나오는 거 매일 보는데
학원 끝난 책가방이 너를 메고
집으로 가는 거 매일 보는데
너는 혹시 요새 나, 본적 있니?
난, 니 방이 니 몸을 끌어다
책상 앞에 앉히는 거 매일 보는데
눈싸움
박성우
눈이 그치고 햇볕이 났다
쉬는 시간에 우리는 우르르
운동장으로 몰려 나가 눈싸움을 했다
장갑을 끼고 나온 애들도 있었지만
맨손으로 눈을 뭉치는 애들도 적잖았다
눈이 그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눈이 잘 뭉쳐지지 않았다 그랬지만
꼭꼭 누르다 보면 얼추 모양이 나왔다
애들은 모두 신나게 눈싸움을 해 댔다
평소 친한 애들끼리
눈 뭉치를 들고 쫓고 쫓기며 깔깔거렸다
인기가 많은 몇몇 애들은 아예
눈사람이 되어 갔다 아쉽게도
내게 날아오는 눈 뭉치는 없었다
눈 뭉치를 던지고 도망치고는 했지만
나를 향해 눈 뭉치를 던지는 애는 없었다
혼자 넘어지며 도망치다 보면
따라오는 애가 없어 좀 민망하기도 했다
아슬아슬하게 내 옆으로
날아가는 눈 뭉치가 있긴 있었지만
나를 향해 던져진 눈 뭉치는 아니었다
- 박성우, 『사과가 필요해: 박성우 청소년 시집』,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