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논술 강의 나눔터
중등논술 17기 곽정완
* 피고인 스퀼러의 최후 진술문 *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이렇게 피고의 자리에 서고 보니 우리‘장원 농장’아니‘동물농장’에서 있었던 지난 일들이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찌하여 저 스퀼러가 이 피고석에 서게 되었는지.... 만감이 교차할 따름입니다.
저는 오로지 우리 동물들의 비참한 현실을 깨닫고 우리의 적인 인간의 멸망을 위해 전 동물들은 일치단결하여 일어나라는 메이저 영감님의 유시를 받들어 위로는 나폴레옹 동지의 명령을 잘 받들고 아래로는 우리 농장의 모든 동물 동지들의 안위와 영원한 번영을 위하여 몸 바쳐 지금껏 이 한 몸 부서져라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나폴레옹 동지의 명령은 짧고 간결하여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면도 있지 않습니까? 농장을 빼앗긴 존스 뿐만 아니라 영국의 모든 인간들이 우리 동물농장이 망하기만을 바라며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들은 나폴레옹 동지를 중심으로 하여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습니다. 그러자니 나폴레옹 동지의 의중을 정확히 살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농장의 동물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참으로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저 스퀼러는 잘하면 본전이요 못하면 곤욕을 치를 자리인 줄 알면서도 나폴레옹 동지의 대변인 노릇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또 윔퍼라는 인간 변호사가 동물농장의 대외적인 문제들을 처리한다고는 하나 농장 내에서 일어나는 온갖 중요한 일들을, 예를 들어 생산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생산량을 통계내고 회의의 의사록을 정리해서 보존하는 등등의 일들을 누가 하겠습니까? 솔직히 말해 동물여러분들은 글을 읽고 쓰는데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잖습니까?
저를 보고 거짓말쟁이에 위선자라고 하신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제가 타고 나기를 두뇌회전이 빨라서 상황파악이 빠르기 때문에 우리 동물 농장에 생길지도 모르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마음과 달리 때로는 하얀 거짓말도 하게 되고 때로는 엄포도 놓아야 했다는 것을 십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맹세코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고라도 우리 동물들 모두는 존스가 농장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는 않았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저 역시 모든 악역을 눈물을 머금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픈 것은 복서 동지의 죽음입니다. 사실 저는 복서 동지를 병원에 보내기보다는 농장으로 수의사를 불러 치료를 받게 하고 우리 동물들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게 하고 싶었지만 나폴레옹 동지가 반대를 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왕 일이 그렇게 된 것 복서 동지의 죽음의 진실을 나머지 농장 식구들이 알게 된다면 어찌되었겠습니까? 아!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러니 어차피 하는 일이 진실 알리기보다는 진실 은폐하기 쪽에 익숙한 제가 또 악역을 맡을 수밖에요.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물고 저는 복서동지가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받고 행복한 임종을 했다고 동물들에게 말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동물농장엔 폭동이 일어나서 영국의 모든 인간들이 바라던 대로 우리들은 자멸의 길로 내달렸을 것이 분명하고 그렇다면 여러분에게는 오늘과 같은 날도 없었을 것입니다.
7계명을 제 손으로 페인트로 덧칠해서 고친 것도 알고 보면 동물여러분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반란이 성공한 직후에 만들어진 동물주의 원칙과는 자꾸만 다른 상황이 생기는 것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 안타까워 제가 욕을 먹을 셈치고 밤중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고친 것이지요. 덕분에 제 다리가 부러질 뻔 한 적도 있었지만 여러분들은 체념일수도 있겠지만 빨리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에에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말하려 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저도 알고 보면 피해자입니다. 저도 늘 나폴레옹 동지의 감시를 받고 있었어요. 왜 저와 항상 함께 다니던 개 두 마리가 있었지요? 여러분들은 제가 그 개들을 잘난 척하면서 협박용으로 데리고 다닌다고 생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폴레옹 동지는 그 개들을 이용해 저를 감시해서 자신의 수족처럼 부렸던 것입니다. 제가 조금만 낌새가 달라져도 그 으르렁거리는 개떼들은 저를 물어뜯었을 것입니다. 정말 비참한 일이지만 사실입니다. 저도 알고 보면 참 불쌍한 돼지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부탁드릴 것은 제가 한 모든 행동들은 진정으로 우리 동물농장이 질서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원한 번영을 누릴 것을 기원하는 뜻에서 한 것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