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병'과 속도 숭배의 사회
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상황 하나를 상기해 보자.
웬 사람이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문득 그가 뭔가를 회상하고자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 기계적으로, 그는 발걸음을 멈춘다.
반면, 자신이 방금 겪은 어떤 끔찍한 사고를 잊어버리고자 하는 자는
시간상, 아직도 자기와 너무나 가까운,
자신의 현재 위치로부터 어서 빨리 멀어지고 싶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 한다.
느리게 살아가야 할 몇 가지 까닭을 정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