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논술 자료함
씨네21 칼럼/ 귀족과 부르주아 / 진중권(문화평론가. 중앙대 겸임교수)
1789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부르주아 혁명. 우리 사회는 200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이 봉건제 척결을 위한 움직임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다. 전국의 부르주아들이 떨쳐 일어났다. 이 모두가 ‘구체제’ 아래 엄청난 특권을 누려온 귀족들을 타도하고, 귀족들의 전제정치로부터 이 사회를 해방하기 위한 운동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봉건귀족들은 수세를 만회하려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 극렬한 저항도 역사의 도도한 흐름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
최근에 자살한 어느 “노동귀족”의 급여 명세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얼마나 부당한 특권을 누려왔는지 알 수 있다. 기본급이 무려 102만원에, 근무한 지 20년밖에 안 된 주제에 ‘근속수당’으로 무려 6만7천원, 회사가 바쁠 때에 잔업 좀 해주었다고 ‘시간외 수당’으로 따로 43만원, 한달에 자그마치 16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챙겼다. 전직 대통령까지 지낸 이가 70평생을 모아 남긴 돈이 29만원이라고 할 때, 그 다섯배가 넘는 금액을 단 한달 만에 손쉽게 챙겨왔던 것이다.
이런 귀족들의 횡포 아래 사는 ‘자본가’ 가족의 삶이 오죽했겠는가. 한진 중공업 조남호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이 배당이라고 받은 돈은 2000년에는 겨우 32억원, 2001년에는 고작 23억원이었다. 한나라당의 일개 의원이 대선이라는 명절을 맞아 SK에서 축의금으로 받은 돈이 100억원이었다. 이 액수의 1/3 내지 1/4밖에 안 되는 돈으로 회장님 이하 전 인척이 그동안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이러니 “대한민국, 저 노동 귀족들 때문에 기업 해먹기 더럽게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이걸로도 모자라 ‘노조’라는 이름의 로열 클럽을 결성해 툭하면 ‘파업’을 한답시고 나라 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려온 게 바로 이 ‘노동귀족’이라는 자들이다. 파업을 하면 당연히 기업에 손실이 간다. 그리고 그 손실은 마땅히 그 원인을 제공한 자들에게 부담을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법적으로 약간의 책임을 물었기로서니, 천막 농성을 하고, 목에 밧줄을 매고, 심지어 제 몸에 불을 지르는 등 온갖 난리를 쳐서 사회를 시끄럽게 만든다. 이게 저 노동귀족이라는 이름의 수구세력들이 기득권을 유지해온 방법이다.
가령 골리앗 크레인 위에서 자결한 김주익 백작의 경우를 보자. 회사에서 입은 손실을 가압류하고도 남은 돈이 무려 13만원하고도 5080원. 전직 대통령이 가진 전 재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제 아무리 귀족이라도 그 정도면 품위를 유지하고도 남음이 있을 터, 뭐가 모자라 목숨을 끊는단 말인가. 귀족이라면 모름지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일. 전직 대통령은 평생 모은 29만원의 재산에서 10만원을 뚝 떼어 경찰의 날을 맞은 민중의 지팡이들을 위해 흔쾌히 내놓았다. 이런 걸 좀 본받으면 안 되는가?
부당한 파업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혀놓고, 우리의 노동귀족들은 그동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아왔다. 자결한 김주익 백작이 거주하던 곳은 무려 5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그 정도 가격이면 저 멀리 초원이 내려다 보이는 넓은 베란다에 큐피드가 조각된 분수대가 놓인 정원까지 딸려 있을 게다. 이런 호화 저택에서 충분히 호사를 누려보았으니, 경기도 안 좋은 지금, 남들처럼 서민의 삶으로 돌아갈 때도 되지 않았는가. 그래서 저택 좀 가압류했기로서니, 35m 상공의 스카이라운지로 거처를 옮겨 요란하게 항의를 할 건 또 뭔가?
두산 중공업 배달호 공작의 분신, 한진 중공업 김주익 백작의 자결에 이어, 이번에는 세원테크 이원중 자작이 몸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툭하면 “노동귀족” 운운하던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의 저질 기자들도 이 참에 함께 급여 명세를 공개했으면 좋겠다.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소리를 ‘기사’라고 써 제끼는 대가로 연봉을 얼마나 받아 처먹는지 우리도 좀 알면 안 될까?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에서는 ‘구조조정’ 안 하나? 실없는 기사나 쓰며 종이와 잉크나 낭비하는 기자들 과감하게 정리해고하고,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전환해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겠는가.
“노동귀족” 운운하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장단에 맞춰 ‘대기업’ 노조를 비난하던 노무현 대통령. 파병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볼 때 영 노동능력에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이왕 ‘재신임’받겠다고 나섰으니, 이 참에 대통령직도 과감하게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전환해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게 어떨까?
1789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부르주아 혁명. 우리 사회는 200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이 봉건제 척결을 위한 움직임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다. 전국의 부르주아들이 떨쳐 일어났다. 이 모두가 ‘구체제’ 아래 엄청난 특권을 누려온 귀족들을 타도하고, 귀족들의 전제정치로부터 이 사회를 해방하기 위한 운동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봉건귀족들은 수세를 만회하려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 극렬한 저항도 역사의 도도한 흐름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
최근에 자살한 어느 “노동귀족”의 급여 명세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얼마나 부당한 특권을 누려왔는지 알 수 있다. 기본급이 무려 102만원에, 근무한 지 20년밖에 안 된 주제에 ‘근속수당’으로 무려 6만7천원, 회사가 바쁠 때에 잔업 좀 해주었다고 ‘시간외 수당’으로 따로 43만원, 한달에 자그마치 16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챙겼다. 전직 대통령까지 지낸 이가 70평생을 모아 남긴 돈이 29만원이라고 할 때, 그 다섯배가 넘는 금액을 단 한달 만에 손쉽게 챙겨왔던 것이다.
이런 귀족들의 횡포 아래 사는 ‘자본가’ 가족의 삶이 오죽했겠는가. 한진 중공업 조남호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이 배당이라고 받은 돈은 2000년에는 겨우 32억원, 2001년에는 고작 23억원이었다. 한나라당의 일개 의원이 대선이라는 명절을 맞아 SK에서 축의금으로 받은 돈이 100억원이었다. 이 액수의 1/3 내지 1/4밖에 안 되는 돈으로 회장님 이하 전 인척이 그동안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이러니 “대한민국, 저 노동 귀족들 때문에 기업 해먹기 더럽게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이걸로도 모자라 ‘노조’라는 이름의 로열 클럽을 결성해 툭하면 ‘파업’을 한답시고 나라 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려온 게 바로 이 ‘노동귀족’이라는 자들이다. 파업을 하면 당연히 기업에 손실이 간다. 그리고 그 손실은 마땅히 그 원인을 제공한 자들에게 부담을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법적으로 약간의 책임을 물었기로서니, 천막 농성을 하고, 목에 밧줄을 매고, 심지어 제 몸에 불을 지르는 등 온갖 난리를 쳐서 사회를 시끄럽게 만든다. 이게 저 노동귀족이라는 이름의 수구세력들이 기득권을 유지해온 방법이다.
가령 골리앗 크레인 위에서 자결한 김주익 백작의 경우를 보자. 회사에서 입은 손실을 가압류하고도 남은 돈이 무려 13만원하고도 5080원. 전직 대통령이 가진 전 재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제 아무리 귀족이라도 그 정도면 품위를 유지하고도 남음이 있을 터, 뭐가 모자라 목숨을 끊는단 말인가. 귀족이라면 모름지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일. 전직 대통령은 평생 모은 29만원의 재산에서 10만원을 뚝 떼어 경찰의 날을 맞은 민중의 지팡이들을 위해 흔쾌히 내놓았다. 이런 걸 좀 본받으면 안 되는가?
부당한 파업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혀놓고, 우리의 노동귀족들은 그동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아왔다. 자결한 김주익 백작이 거주하던 곳은 무려 5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그 정도 가격이면 저 멀리 초원이 내려다 보이는 넓은 베란다에 큐피드가 조각된 분수대가 놓인 정원까지 딸려 있을 게다. 이런 호화 저택에서 충분히 호사를 누려보았으니, 경기도 안 좋은 지금, 남들처럼 서민의 삶으로 돌아갈 때도 되지 않았는가. 그래서 저택 좀 가압류했기로서니, 35m 상공의 스카이라운지로 거처를 옮겨 요란하게 항의를 할 건 또 뭔가?
두산 중공업 배달호 공작의 분신, 한진 중공업 김주익 백작의 자결에 이어, 이번에는 세원테크 이원중 자작이 몸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툭하면 “노동귀족” 운운하던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의 저질 기자들도 이 참에 함께 급여 명세를 공개했으면 좋겠다.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소리를 ‘기사’라고 써 제끼는 대가로 연봉을 얼마나 받아 처먹는지 우리도 좀 알면 안 될까?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에서는 ‘구조조정’ 안 하나? 실없는 기사나 쓰며 종이와 잉크나 낭비하는 기자들 과감하게 정리해고하고,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전환해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겠는가.
“노동귀족” 운운하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장단에 맞춰 ‘대기업’ 노조를 비난하던 노무현 대통령. 파병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볼 때 영 노동능력에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이왕 ‘재신임’받겠다고 나섰으니, 이 참에 대통령직도 과감하게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전환해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