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샘 나눔터
도반들 기말고사 준비로 모든 수업이 휴강에 들어갔다.
고3 도반들은 아쉬운 종강을 하였고
고대 1학기 수시전형 논술대비반 첨삭 수업을 하느라 늦은 시간에
학원 강의실에 홀로 남아
아무도 없는 고요함을 나름대로 만끽하고 있다.
도반들이 한바탕 수선스럽게 드나들기를 마치고나면
커다란 학원 강의실은 일제히 숙면에 들어가는 듯이
창 밖에 오가는 차들의 질주만 요란하다.
참으로 이러한 시간이 좋은 것은
오직 내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통해 나를 찬찬하게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달날과 물날에는 강원도 횡성에 있는 해오름살림학교에 다녀왔다.
지난 봄에 심은 감자며 고구마, 옥수수랑 고추, 토마코가 싱싱하게 머리 내밀기
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그 사이로 온갖 마을식물들 - 명아주며 환삼덩쿨, 쑥부쟁이, 애기똥풀들이
어깨를 맞대며 키맞추기를 하는 통에
밭은 온통 곡식과 풀들로 아우성이었다.
점잖하게 고랑을 파고들어 앉아서
호미로 밭을 쪼아대며 풀을 뽑아내었다.
고랑마다 가득한 풀을 보며 윤구병 선생님이 '잡초는 없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
쓴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곡식을 탐내며 영양을 나누려 하는 치열함이 아무래도 그런 잡초(?)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농사꾼에게 밭에서 무성하게 이름을 봄내는 풀을 '마을식물'이라는 우아함으로 부르기보다는
곡식을 탐하는 '잡초'라고 해야 더 성질이 풀릴 것 같다.
아무리 뽑아내고 캐내어도 돌아보면 풀들로 가득한 고랑엔
그 녀석들을 '잡초'라고 불러야 맘껏 제거해도 양심이 찔리지 않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환삼덩쿨을 뽑아 내면서 그 녀석의 완강한 저항에 내 팔둑은 온통 상채기를 입었다.
속 모르는 남들이 내 팔을 보면
혹 '조폭'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선연한 칼질 상채기가 드러난다.
토마토가 잘 올라 와서 열매를 건사하도록 하기 위해
울타리를 쳤다.
울타리를 치면서 토마토 줄기와 잎에서 나는 강렬한 향기는
내 코를 거의 지배해 버린 것 같다.
아직도 새콤하면서도 알싸한 토마토줄기 향은
다시 횡성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은 손짓처럼 느껴진다.
다음 주에는 달날, 불날, 물날 사흘동안
온통 밭에 붙어 있을 예정이다.
밭 뒤에 울창한 잣나무 숲에 들마루를 앉히려고 한다.
서늘한 숲 속에 누워 책이라도 볼라치면
부엽토 위로 스멀스멀 다니는 온갖 생명체들이 같이 놀아달라고 내 몸에 달라붙어서
도대체 책 한장 넘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누워서 한가로이 하늘 구경에다 바람맞이를 하려면
오랫동안 뒹굴 수 있는 들마루가 제격이라는 생각을 해내곤 나 혼자 신이 났었다.
목공에 조예가 깊은 동생과 함께 숲에 어울리는 예쁜 들마루를 만들어 놓고
세 해를 익힌 솔잎술을 한 잔 가득 부어 벗하노라면
이 세상에 신선이 따로 있을 것인가~!
사방이 벽으로 꽉 막힌 좁은 강의실에 혼자 앉아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내 마음은 이미 숲 속에 있는 것이리라.
고3 도반들은 아쉬운 종강을 하였고
고대 1학기 수시전형 논술대비반 첨삭 수업을 하느라 늦은 시간에
학원 강의실에 홀로 남아
아무도 없는 고요함을 나름대로 만끽하고 있다.
도반들이 한바탕 수선스럽게 드나들기를 마치고나면
커다란 학원 강의실은 일제히 숙면에 들어가는 듯이
창 밖에 오가는 차들의 질주만 요란하다.
참으로 이러한 시간이 좋은 것은
오직 내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통해 나를 찬찬하게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달날과 물날에는 강원도 횡성에 있는 해오름살림학교에 다녀왔다.
지난 봄에 심은 감자며 고구마, 옥수수랑 고추, 토마코가 싱싱하게 머리 내밀기
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그 사이로 온갖 마을식물들 - 명아주며 환삼덩쿨, 쑥부쟁이, 애기똥풀들이
어깨를 맞대며 키맞추기를 하는 통에
밭은 온통 곡식과 풀들로 아우성이었다.
점잖하게 고랑을 파고들어 앉아서
호미로 밭을 쪼아대며 풀을 뽑아내었다.
고랑마다 가득한 풀을 보며 윤구병 선생님이 '잡초는 없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
쓴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곡식을 탐내며 영양을 나누려 하는 치열함이 아무래도 그런 잡초(?)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농사꾼에게 밭에서 무성하게 이름을 봄내는 풀을 '마을식물'이라는 우아함으로 부르기보다는
곡식을 탐하는 '잡초'라고 해야 더 성질이 풀릴 것 같다.
아무리 뽑아내고 캐내어도 돌아보면 풀들로 가득한 고랑엔
그 녀석들을 '잡초'라고 불러야 맘껏 제거해도 양심이 찔리지 않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환삼덩쿨을 뽑아 내면서 그 녀석의 완강한 저항에 내 팔둑은 온통 상채기를 입었다.
속 모르는 남들이 내 팔을 보면
혹 '조폭'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선연한 칼질 상채기가 드러난다.
토마토가 잘 올라 와서 열매를 건사하도록 하기 위해
울타리를 쳤다.
울타리를 치면서 토마토 줄기와 잎에서 나는 강렬한 향기는
내 코를 거의 지배해 버린 것 같다.
아직도 새콤하면서도 알싸한 토마토줄기 향은
다시 횡성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은 손짓처럼 느껴진다.
다음 주에는 달날, 불날, 물날 사흘동안
온통 밭에 붙어 있을 예정이다.
밭 뒤에 울창한 잣나무 숲에 들마루를 앉히려고 한다.
서늘한 숲 속에 누워 책이라도 볼라치면
부엽토 위로 스멀스멀 다니는 온갖 생명체들이 같이 놀아달라고 내 몸에 달라붙어서
도대체 책 한장 넘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누워서 한가로이 하늘 구경에다 바람맞이를 하려면
오랫동안 뒹굴 수 있는 들마루가 제격이라는 생각을 해내곤 나 혼자 신이 났었다.
목공에 조예가 깊은 동생과 함께 숲에 어울리는 예쁜 들마루를 만들어 놓고
세 해를 익힌 솔잎술을 한 잔 가득 부어 벗하노라면
이 세상에 신선이 따로 있을 것인가~!
사방이 벽으로 꽉 막힌 좁은 강의실에 혼자 앉아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내 마음은 이미 숲 속에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