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연세대 1학기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가 있었지요.

모두 함께 열심히 준비했는데 운명의 신은 한 쪽 손만 들어주는 법칙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번 수시전형은 말 그대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누가누가 잘했나를 한판 겨루었는데

결과는 극소수 합격자만을 선택하는 싸늘함과 냉정함을 남겨주었습니다.


우선 불합격의 쓴 잔을 훌쩍 들이킨 도반들에게는

참다운 쓴 맛의 진리가 어떠한지를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을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가슴 밑바닥에서 삼투압 되어 되살아나는 쓴 맛은

앞으로 무수히 맛 볼 진정한 기쁨과 환희를 예비를 하는 것이지요.

그런 여유있는 성찰을 통해 또다시 거듭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합격이라는 커다란 기쁨을 안은 도반들은

그 동안의 노고가 한꺼번에 스르르 풀어지는 안도감에 휩싸이겠지요.

잠시나마 깊은 잠과 느긋한 아침을 맞이하는 여유를 한껏 부리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보아야겠지요.

그리고나서는

이제 다시 두 눈 부릅뜨고 새 길을 떠날 대장정의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준비하시길.

늘 그렇지만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길에서는

멀리 앞을 내다보고 내가 가야할 길이 어떠한지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곰곰하게 계획하고 다짐해 보는 시간도

바로 지금 해두어야겠지요.


그 동안 못 다한 일들을 한풀이 하듯 해치우려다가는

흔히 말하는 폐인의 길로 곧장 들어서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어요.

그래서

무더운 여름이 가기 전에

서늘한 찬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훌훌 털고 자신을 다시 한번 추스려

이제 진정한 학문의 길로 들어서길 기대합니다.


앞으로 남은 대학들 발표가 또 제 가슴을 졸이게 하겠지만

저는 아름답게 새 길을 떠나는 도반들을 보며

저의 기쁨을 나직하게 간직하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으로

축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