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해 하고도 다섯해 전 쯤에 대학입학예비고사를 보았습니다.

제가 다녔던 모교가 경북 안동에 있어서

대구에 있는 어떤 대학에 가서 시험을 치룬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제가 워낙 시골 촌놈이어서인지 큰 도시인 대구로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들떠 있어서 새롭게 만나는 발달된 도시 풍경에 넋을 놓았지요.

시험은 그저 그렇게 대충 치루고나서

화려한 도시 거리를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각 지역별 커트라인이 있어서

서울지역 커트라인을 통과하면 된다는 소박한 생각이 있어서

예비고사 그 자체에는 그리 비중을 두지 않고 본고사 준비에 열을 올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 수능시험을 치루려고 지금 이 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을

도반들 생각을 하면 성장기에 겪는 통과의례가

이제는 구조적으로 거대한 관문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늘 그래왔듯이 입시한파라 불리는 몹쓸 기운들이

올 해에는 그냥 조용하게 잠자코 있어 주길 기원합니다.


그 동안 공부하느라 지칠대로 지친 몸과 마음들이

기온이라도 포근하다면 한결 가벼운 상태에서 실전을 치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릴 때 쯤이면

모든 언론들이 수능 결과에 대해 지지고볶겠지만

그래서 허탈해진 수험생들 가슴을 더 짓이겨 놓겠지만

큰 짐을 내려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하루밤을 길고 편히 쉬었으면 합니다.


다시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고

마지막 정시전형과정이 있어서

아직 맘을 탁 놓고 쉴 수는 없을지라도

몸과 맘을 조용하게 내려놓고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상태를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꼭 그래야 할 것 같은 것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고

이제 겨우 한 고비를 넘어서는 인생의 자락에서

휴식이 주는 기쁨은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다리 힘을 곧추 세우게 하기 때문입니다.



결전을 앞둔 도반들이여~!

시험을 치루는 그 시간조차도

자신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의미와 기쁨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늘 주어지는 시간시간이 감사하고 의미가 있으며

그로인해 내 삶이 올 곧게 설 수 있음을 채워나가시길 바랍니다.


이 땅의 모든 수험생들과

마니샘과 함께 길게 혹은 짧은 시간동안 숨결을 나누었던 아름다운 도반들이여,

맑고 힘찬 정신으로

정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훌륭하게 완수하시길 바랍니다.


모두들에게 건투를 빕니다.

마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