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입니다. 온 산과 들에 봄 기운이 완연하게 들어차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거대한 도시 회색 빛 서울에도 봄 기운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 온 우리 아파트 목련 나무에 보송보송한 움이 터오르고 있는 걸 보면.



봄은 '보다'의 이름씨(명사형)입니다.  무엇을 보는 것일까요?

아마도 언 땅을 녹이며 솟아오르는 아지랭이를 보는 것이겠지요.

땅 속에 숨어 오랜 휴식을 즐겼던  뭇 생명들이 하나씩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모습이

아지랭이가 되어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부터 겨울이 깊어 갈 때쯤 봄을 기다리는 습관이 생겨났습니다.

도반들에게도 느낄 수 있습니다.

활짝 피어난 봄 얼굴이 생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고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그런데 요즘

봄을 맞이하는 몸들은 무척 피곤한 것 같습니다.

오랜 겨울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무척 바빠졌기 때문이겠지요.

몸이 바쁘고 마음도 덩달아 조급해 지는 것은 누구나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소회가 참 다양합니다.


우선 고1 도반들 -

새로 차려입은 교복이 풍기는 신선한 새내기 모습이 교실을 환하게 밝혀 줍니다.

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 동아리 들어 간 이야기, 새로이 만난 선생님들 품평까지 곁들여진

풍성한 이야기 성찬으로 교실이 한참이나 왁자지껄 하지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즐겁고 흐뭇합니다.

그러다가 벌써 중간고사  이야기가 나오면 금방 얼굴이 어두워집니다.

시험 같은 것 쫌 안 보고 사는 세상이 없나? 웹~!!!


고2 도반들은 한결 의젓해지고 성숙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알아서 수업 준비도 잘 해오고

토론때도 적극성을 보이는 도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수업에 재미가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년 정도 논술수업을 통해 나름의 내공을 연마해 온 흔적이 물씬 풍겨납니다.



아, 고3 도반들이 뿜어내는 눈빛은 무서우리 만치 형형합니다.

1학기 수시 준비를 벼르고 있는 도반들로부터

3월 말에 있을 전국모의고사에 바싹 긴장한 도반들까지

눈 앞에 성큼 다가 온 입시가 많은 부담이 되는 것 같습니다.


봄은 나름함을 즐기는 계절이지요.

가끔씩 집 밖을 나가 산책을 즐기기도 하고

볕 잘드는 곳에서 뒹굴거리면서 온갖 게으름을 부리는 여유를 가져보셔요.

철새들이 멀리 그리고 높이 날기 위해선 겨우내내 게으름을 피우며

영양보충에만 관심을 가지듯

가끔씩 충분한 휴식을 가지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나른한 일상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여유는

내 자신을 더 명확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주기도 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