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뭄을 달래는 봄 비가 하루종일 내립니다.

지난 주 강원도 양양을 불태웠던 화마에 찟겨진 대지의 아픔을 어루달래듯

내리는 봄 비는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 생명을 북돋워 주는 것 같습니다.

그 때 시커멓게 재로 변한 아름드리 소나무, 갈참나무, 잣나무들의 영혼이

이 다정스런 봄 비로 몸을 씻으며

안식의 세계로 들어서길 기대합니다.


오늘처럼 마음을 적시는 봄 비가 내리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아래 시 한수 절절하게 나눠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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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에게 갈래

                   임희배

                        
당신에게 갈래,

빛의 가장자리 쉼표처럼 고요한

당신 눈에서 길을 잃어 천길 낭떠러지 당신 마음속에 갇힐래,

새벽녘을 서성이는 나무처럼

헝크러진 당신 머리를 감싸 안으며 물렁하게

심드렁하게 늘어지게 아프게 환하게

당신을 안을래,

젖은 달빛을 물레질하듯

긴긴 밤 당신 마음 풀어 촘촘히 바람 들지 않게

베를 짤래,

젖은 기억들 조용히 볕에 말릴래



시름없이 펴진 당신 눈에 나른한 내 몸 뉘일래

달이 지고 해가 떠도 당신 마음 할퀴며

세상 일 다 지울래



별을 핥는 바람처럼 당신에게 스밀래, 이파리가

봄볕에 몸을 열 듯 당신 손길에서 피어날래

할퀴고 찢긴 내 맘 고스란히 당신에게 풀어

당신이 엉성하게 짜준 그 마음 지닐래, 듬성듬성

바람 들고 햇살 간질이면 까르르 소르르 스르르

여리게 아리게 시리게 쓰리게 기쁘게 생생하게  

당신 마음에 깃들래, 당신의 헐렁한 마음 야금야금

갉아 내 맘 채울래, 간간이 내리는 비처럼

당신에게 젖어들래, 슬프지 않게 기쁘지 않게

당신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으로 숨 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