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싯누런 모랫바람 쓸고 가더니
오늘은
봄 시샘하는 듯
저 만치 돌아서 가던  차가운 겨울 바람이 시린 가슴 파고드네요.

멀리 떨어져 있는
벗들 만난지 오래되어 그립기만 한데
들려오는 소식은 쓸쓸하기만 하여....
시 한 수 가슴에 파묻고 되새겨 봅니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 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