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2016년 초등독서논술지도자 53기 바탕과정 제 9강 수업내용
강 의 : 박형만 선생님
여는 날 : 2016년 11월 14일 달날
신문에 쌓여있는 너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풀어 보았을때
손안에 잡히는 느낌이 좋았다 너무 두껍지도 너무 얇지도 않고 내 손안에 쏙~~들어왔지
길이도 적당한게 도토리 키재기라는 말이 생각난다.
두녀석을 굴려도 보고 통통 두들겨도 본다. 소리는 묵직하면서도 맑다.
두녀석 다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한쪽으로 휘어있다.
휘어진 각도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휘어진 곳을 이용해 서로 포개어 보니 얼추 맞아 떨어진다.
사이좋은 친구처럼.......
나이테를 보아하니 5~6년은 되어 보인다. 세상에 나와서 5~6년동안 햇빛과 바람과 비를 맞으며 자라다가 어떤 인연으로 나에게 들어온 너희들... 그 중 한 나무는 벌레를 먹은 자국에 송진이 붙어있었다
자라면서 고통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안타깝다. 어린나이에 몸의 일부에 흉터가 있으니...
하지만 이제 부터는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너희들을 치료해 주고 보호해 줄테니... 일단은 몸부터 다듬어 주고 너희들의 집도 만들어 줄거야
나는 처음엔 감자 깎는 칼로 너를 다듬으려 애써 보았지 하지만 너희는 너무 단단한게 감자 깎는 칼로는 역부족 이었지 몇번을 시도하다 그만두고 우리 아이가 사용했던 조각칼을 어렵게 찾아서 조금씩 조금씩 다듬어 나갔지. 너희는 말 잘 듣는 어린아이 마냥 얌전히 기다려 주었고 나는 최대한 너희들이 아파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듬어 나갔지. 보기 좋게 다듬으려 애쓰며~~~
연필로 표시된 부분을 정교하게 다듬으려 애썼지만 솜씨부족으로 애쓴것처럼 정교하지는 못했지.
아쉽게도....그래도 난 매끈한 피부를 주고 싶어서 사포로 매일매일 거칠고 모난 부분을 다듬어 주었지.
잘린 단면 모서리 부분까지도 신경쓰며, 중간중간 우리 아이들도 와서 도와 주었고,소나무향이 엷게 날리는게 싫지는 않았는지 우리 아이들도 코를 벌름거리며 향기에 취해갔지.
일주일 동안 사포로 다듬어 매끈하게 만들어 놓고, 어울리는 천을 찾아 보았지.
그 중 예쁜 천을 골라 나무집을 만들기 시작한다. 작아서 버려진 아이들 옷들중 선명한 줄무늬가 있는 면제품을 골라 가위로 자르고 접어 바늘질을 시작한다. 홈질보다는 버튼홀 스티치가 모양내기에 더 좋을것 같아 인터넷을 찾아 몇번 다른천에 연습해보고 시도해 보았다.
새벽 3시까지 힘든줄 모르고 바느질을 했다.
완성된 나무집에 들어가 편안히 있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고 또 보기 좋았다.
세상에 없는 것을 내가 창조해 낸것 마냥 기쁘고 기쁘고 또 기뻤다.
오늘은 소나무들의 긴급가족회의가 있는 날이다.
오늘 낮에 주인아저씨가 이웃집아저씨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내일 드디어 말로만 듣던 가지치기가 있을 예정이란다. 15년 동안 함께 자라온 소나무들은 처음 겪는 가지치기가 두렵기도 하지만 이제 많이 자랐다는 것을 인정받는 성인식이기도 하기에 할아버지 소나무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얘들아. 10년 동안 잘 자라주어서 고맙구나. 우리 소나무들은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기도 하고 혹독한 자연 속에서도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하여 선비의 절개에 비유되기도 하였단다. 또한 그 쓰임도 다양해서 땔감 뿐 아니라 식품(송화가루), 약재(송진), 관재 등으로도 쓰였지. 사람들에게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주었단다. 각자 어떤 모양으로 쓰이던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면 그 삶이 길거나 짧거나 상관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산 거란다. 내일은 너희가 처음 겪는 가지치기가 있을 거야. 우리가 더 튼튼하게 자라려면 가지를 잘라내는 작업이 필요하단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잘려지는 가지들도 그들 나름의 쓰임에 순종하며 자신의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면 좋겠다.”
“네~ 할아버지! 남겨진 나무도 잘려진 가지도 각자의 소명을 다하는 거라는 걸 기억하며 담대한 마음으로 준비하겠습니다.”
10년 지기 소나무들의 반장인 ‘꿈꾸는 소나무’가 동기들을 대신하여 씩씩하게 대답했다. 대답은 씩씩하게 했지만 ‘꿈꾸는 소나무’와 친구들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밤잠을 설쳤다. 잘려지는 가지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드디어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가지치기가 시작되었다. 잘려진 가지들은 땔감이 되든 건축자재가 되든 그냥 버려지는 것만 아니면 다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상자에 담겨 트럭에 실렸다. ‘꿈꾸는 소나무’도 상자에 담겨 서울에 있는 한 사무실로 옮겨졌다. 무엇에 쓰일지 모르지만 하루하루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꿈꾸는 소나무는 날마다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기도를 드렸다.
다섯 달은 족히 지난 것 같은 어느날!
‘꿈꾸는 소나무’가 신문지에 싸여 한 아주머니의 선택을 받았다. 아주머니는 ‘꿈꾸는 소나무’를 집에 데려가자마자 감자 깎는 칼을 들고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몇 번 시도하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다시 커터 칼을 들고 다시 껍질을 벗기는 것이 아닌가? 한 시간이 넘도록 자리 한 번 뜨지 않고 ‘꿈꾸는 소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꿈꾸는 소나무’는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주인이 예쁜 무늬를 넣어주니 그나마 위안이 되는 듯하다. 주인의 돌봄에 감사의 표시로 소나무 향기를 선물하기까지 했다. 주인은 모래종이를 가져와서 모난 부분과 잘려진 부분도 문질러서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문지를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소나무 향기에 취한 주인의 얼굴을 보니 ‘꿈꾸는 소나무’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게다가 자신의 몸이 주인에 의해 딱딱 마주치니 아름답고 맑은 소리까지 난다. 누군가에게 한 순간 뜨거움을 선물하는 땔감이 되어도 감사한데 평생 아름다운 소리를 선물할 수 있는 악기가 되었다는 놀라움에 ‘꿈꾸는 소나무’는 감사의 눈물이 흘렀다.
오늘은 날씨가 참좋다. 바람은 휘파람을 부르며 산책길에 나섰다.
아래 화단에 어제 새로 심어진 나무들이 보인다.
바람이 작은 소나무 묘목으로 가까이 내려가 인사를 건네자, 씩씩하고 맑은 기운의 소나무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어제는 나무를 심더니 오늘은 꽃과 잔디를 심는다고 한다. 앞으로 이쪽 산책이 더 즐거워질 것 같다.
몇 달이 지나자 나무도 뿌리를 단단히 내려 자리를 잡고, 그새 서로 친해져서 제법 속깊은 이야기도 할 수 있게되었다.
이 나무는 어리지만 생각이 많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재미가 있었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기대하며 인사를 건네자, 조용하게 생각에 잠겨있던 나무가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자기는 화단에 심어져 나무로 자라는 것도 좋지만 세상을 더 돌아보고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옛날에는 나무로 지게 같은 도구도 만들고, 가구나 집도 만들었다지만 이제는 나무를 쓰는 일이 많지 않다. 저기 먼곳의 큰 나무들은 종이를 만들기도 한다는데, 화단에 심겨진 나무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지... 쌩뚱맞은 꿈을 꾸는 나무가 바람은 신기하면서도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벌써 주변의 나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좋은 삶을 두고 별 소릴 다한다고.
초롱초롱 빛나던 기운이 조용해진다. 하지만 시무룩한 것 보다는 속으로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바람은 나무가 희망을 가질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얼른 세상을 돌아보러 날아갔다. 내가 모른다고 남의 희망이 쓸데없는 것이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바람은 자신이 모르는 게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몇 해가 가도 별 소득은 없었고, 나무는 점점 자라 청년이 되어갔다. 초롱초롱하던 여린 기운은 사라졌지만 속으로 더 단단해지, 잎은 더 짙은 초록빛이 되었다. 작던 껍질도 더 크고 거칠거칠해졌다. 나무는 아직도 꿈을 잃지 않았다. 언젠가는 새로운 신나는 일을 만날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어느날 다른길로 지나가던 바람에게 관리소 사람들의 이야기가 얼핏 들려왔다. 이제 몇 년전에 심었던 나무들도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겠다는 말이었다.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은 버려지거나 톱밥의 재료로 쓰인다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괜히 기분이 가라앉았다.
다음날 아침부터 요란한 전통톱 소리와 함께 분위기가 분주하다. 길가에 온통 잘린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흩어져있다. 나무가 걱정되 주변을 맴도는데, 한곳에 쌓인 잘라진 가지들을 누군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주변엔 혼통 잘린 나무에서 흘러나온 소나무 냄새로 가득하다. 나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표정이 자뭇 비장하다.
잘려진 가지들은 보통 차가 와서 한꺼번에 실어가는게 보통인데, 이번엔 누군가 톱질을 하더니 작은 몽둥이처럼 잘라서 박스에 담아갔다. 바람은 저 가지들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잘하면 나무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생길 것 같아 가슴이 떨렸다.
생전처음으로 다니던 길에서 벗어나 가지들을 기켜보기로 했다. 한참을 가지들이 어떻게되나 궁금해하다 지칠 무렵, 사람들이 가지를 나눠가지고 헤어지는게 보였다.
그중 한 사람을 따라가자, 집에서 이상하게 생긴 칼로 껍질을 긁어내는게 보인다. 사방으로 튀는 껍질들, 물씬 나무향기가 주변에 가득하다. 한참 이칼 저칼로 표면을 긁더니, 까만천으로 문지른다. 어느새 짙은 갈색이던 껍질이 벗겨지고 옅은 노란 빛의 속살이 드러났다. 바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무가 변신을 하고 있다!
투박하고 거칠게 말라붙은 껍질이 벗겨지고, 매끄러워지고 부드러워진 나무가 바람은 눈물나도록 예뻤다. 두 개를 부딪히니 땅땅하는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함께 밖으로 스며나오는 노랫소리로 바람은 알 수 있었다. 너는 악기가 되었구나. 너의 꿈이 이뤄졌구나.
바람은 이제 마음편히 제 갈 길을 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