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태어나는 문화

- 문화 변동과 문화 지체-

 

 

문화 변동이란 무엇인가

문화는 변화한다. 문화가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라면 사회 변동은 문화가 변동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문화 변동은 사회의 전체적인 변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화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여 가는 현상을 일컬어 문화 변동이라고 한다. 문화 변동은 개별 요소의 변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전체적인 구조가 변동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문화 변동 과정은 새로운 문화 양식의 발명, 발견, 차용에 의해 혁신이 일어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수용되어 종래의 문화 요소가 선택적으로 배제되고 새로운 문화적 통합에 기초한 체제가 형성되고 이것이 전승되어 이루어진다. 문화 변동은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한 사회의 문화 변동을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발명․발견 및 새로운 문화 요소의 전파와 수용이다. 발견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어떤 사실이나 실체의 측면을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증기 기관의 원리, 지렛대의 원리 등은 발견이다. 이에 반하여 발명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전화, 비행기, 핵과 같은 물질적 발명과 한글, 알파벳 같은 사회적 발명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발견 및 발명이 반드시 문화 변동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발견과 발명이 인간 생활에서 활용되지 못한다면 문화 변동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러나 사회가 그런 혁신을 수용하고 이용하게 된다면 문화 변동을 촉진시키는 요인이 된다.

문화의 전파란 한 사회의 문화 요소가 다른 사회에 전달되는 현상을 말하며 문화의 전파는 문화 변동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실제로 어떤 사회의 문화이건 다른 사회로부터 전파되지 않고 순수하게 그 사회의 독자적인 힘으로 발명, 발견된 문화 요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문화 전파는 서로 인접하고 있는 두 문화간의 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경우도 있고 매스미디어를 통한 간접적인 전파의 경우도 있다. 문화는 미시적 변동이건 거시적 변동이든 언제나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관습과 같은 행위도 극히 작은 변화를 거치면서 이것이 반복되고 누적되어 결국에는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문화 지체란 무엇이냐

문화 변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문화 지체(Cultural Lag)이다. 물질 문화의 발달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비해 비물질 문화의 발달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현상을 문화 지체라고 한다.

문화는 물질 문화(Material Culture)와 비물질 문화(Nonmaterial Culture)로 구분할 수 있다. 물질 문화는 건물, 컴퓨터, TV, 자동차 등과 같은 것들이며 비물질 문화에는 가치 체계, 규범, 신념, 언어 습관 등이 포함된다.

비물질 문화는 사회 성원들에게 공유되고 있으며 배타적으로 독점될 수 없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인사 예절은 우리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어느 개인이나 집단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사회 성원이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고갈되거나 손실되지 않는 문화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물질문화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공유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항상 소유와 통제의 문제를 야기시킨다.

비물질 문화는 무한하게 축적되고 손실이 없이 대대로 전승될 수 있지만, 물질 문화는 그 문화적 자원의 가치가 점차 고갈된다. 주택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지만 무한정 사용이 불가능하다. 물질 문화와 비물질 문화는 이렇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고대 유적이나 유물을 발굴해서 당시의 가치나 규범, 풍속, 제도, 생활 양식 등을 이해할 수 있듯이 물질 문화란 비물질 문화가 물질적으로 정형화된 것이다. 동시에 물질 문화는 비물질 문화 구조와 변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질 문화의 변화는 빠르게 진행된다. 그러나 일정한 사회 질서의 유지에 필요한 이론․도덕․법률․관습 등의 비물질 문화는 물질 문화에 비하여 빠르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 지체 현상이 발생하고 사회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문화 지체의 원인으로 첫째, 물질 문화의 진보에 대하여 물질적 조건의 조정을 수행하는 지식, 경험과 기술 등의 적응 문화의 변화 순응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적응 문화가 새롭게 개발되더라도 낡은 관습과 문화에의 향수․집착에 의한 정신 문화의 정체감이 있다. 컴퓨터의 발달로 모든 업무를 컴퓨터로 하게 되고 전자 우편까지 등장하게 된 새로운 문화에 대하여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넷째, 물질 문화의 빠른 변화에는 잘 적응하면서도 비물질 문화의 변화에는 여러 가지 집단 저항이 있다. 물질 문명의 발달로 생활의 편리는 모든 사람이 다 누리면서도 가치 체계나 신념 등의 정신 문화의 변혁에는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 지체 현상은 현대와 기계 문명 사회에서는 그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물질 문화 발달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데 비해 인간의 정신 문화는 물질 문화와 발맞추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질 문화의 발달과 정신문화의 발달을 분화하여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문화 접변이란 무엇인가

문화 변동의 또 하나의 요인은 문화 접변(acculturation)이다 문화 접변은 어떤 사회가 다른 사회의 문화로부터 그 문화 요소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말한다. 문화가 전파되는 문화 요소를 중심으로 설정된 개념이라면 문화 변동은 그 문화 요소를 받아들이는 측에서 본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 접변은 먼저 상이한 두 문화의 접촉에서 시작된다. 만일 문화 접촉에서 저항력이 약하면 문화 변동은 특정한 문화 요소의 전파에 의해서 진행된다. 다른 사회로부터 전파된 문화 요소는 그것이 기존의 문화 체계에 대하여 적합하면 할수록 그 전파와 수용은 용이하지만 만일 그 문화 요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이념적인 반발이 있는 경우에는 거부되거나 배제될 수 있다.

문화 접변은 흔히 전파되는 문화 요소의 성질,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 전파를 뒷받침하는 힘의 존재 여부에 따라 변용, 변차가 나타난다. 전파되는 문화가 복잡하고 세련된 것이나 특별한 자질과 훈련이 있어야 사용되고 향유될 수 있는 것은 비교적 전파와 수용이 어렵고 때로는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 권력, 돈, 권위, 선전 조직의 힘을 얻고 들어오는 문화 요소는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전파되고 수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특정 사회에서 과도한 문화 접변이 지속되어 기존의 문화 체계까지 변동이 일어나면 기존 문화의 통합성이 붕괴되어 독자적인 문화 체계가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러한 현상을 ‘문화 해체’하고 한다. 특히 문화의 수용이 권력에 의한 경우에는 문화 해체 현상이 쉽게 일어난다. 일제하의 우리 나라는 전형적인 문화 해체를 경험한 나라의 예가 된다. 일제 치하에서의 우리말 부활 운동처럼 전통 문화를 되찾으려는 복고 운동을 일으켜 지배 문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를 반문화 접변 운동이라고 부른다. 문화 접변의 말기에는 흔히 문화의 융합이나 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문화의 융합 현상이란 두 개의 상이한 문화가 전면적으로 접촉하는 과정에서 문화 변동이 진행되어 원래의 문화 체계도 변하고 외래 문화도 이것을 수용한 문화에 의하여 변용되어 그 어느 것과도 같지 않은 또 다른 문화가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문화의 동화 현상은 문화 접변이 발전하여 이질 문화의 내용을 문화 체계 속에 동화하여 본래의 이질 문화의 특성이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동화는 상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두 집단이 서로 유사하게 되어 가는 과정을 말한다. 미국에 이주한 교포의 자녀들이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에 한국인의 감정이나 태도 및 기타 문화적 관습이 미국화되는 경우가 바로 동화 현상이다.

문화 접변은 말하자면 문화 전파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문화 전파는 개인적인 접촉에서 발생하는 변화 현상까지 문제로 삼기 때문에 문화 접변보다 대상이 광범위하다. 문화 전파는 모든 종류의 모방․차용 그리고 문화 이행이 인정될 때 문제가 되지만 문화 접변은 직접적이고 계속적인 접촉만을 문제시하기에 문화 전파가 더 광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1. 문화 지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미래 사회 주체가 될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2. 우리는 대화 중에 ‘세대 차이를 느낀다’라는 말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세대 차이는 문화의 어떤 속성 때문에 느끼는 것일까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