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 속의 대통령 노무현은 떠나지 않았다.

그의 육신은 비록 죽어서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영혼과 정신은 영원히 되살아나 우리와 함께 한다.

그러나

이명박 육신은 멀쩡하게 너무나 짱짱하게 살아있지만

그의 잔인하고 야만적인 권위와 영혼과 정신은 죽었다.

우리들 몸과 마음과 정신은

그를 우리 삶에서 영원히 지워 버렸기 때문이다.

 

평화를 사랑했던 사람 노무현의 죽음을 두고

참 많은 이들이 슬픔과 아픔과 분노를 토해내었다.

상중에 흘린 민초들 눈물은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상중에 새긴 분노는 땅이 되고 하늘이 되었다.

노무현의 죽음은 민초들의 죽음이었지만,

그가 되살아남은 민초들의 되살아남이다.

 

기억해야 한다.

내 몸과 마음과 정신이 살아있는 한

우리들 삶이 한시라도 이어지고 있는 이 순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그가 그토록 간절하게 꽃피우려 했던 평화의 가치를

그가 그토록 애절하게 목놓아 불렀던 푸르른 삶의 희망을

 

분노할 수 있는 자만이

이 땅의 정의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슬퍼할 수 있는 자만이

이 땅의 슬픔을 지울 수 있다고 했다.

서러워할 수 있는 자만이

서러운 이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분노와 슬픔과 서러움을 모두 버리고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삶을

한 땀 한 땀

엮어가고 이어가며

한 줄기 바람처럼, 강물처럼 흘러가야만 한다.

이 땅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아래 글은

노무현 전대통령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가 다시 되새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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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마지막도 바보, 그 바보와 사랑했네

 

박노해

 

가슴에 별 심어주던, 부끄러움 빛낸 사람

오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웁니다

기댈 곳도 없이 바라볼 곳도 없이

슬픔에 무너지는 가슴으로 웁니다

 

당신은 시작부터 바보였습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도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살 수 있다고

웅크린 아이들의 가슴에 별을 심어주던 사람

 

당신은 대통령 때도 바보였습니다

멸시받고 공격받고 또 당하면서도

이제 대한민국은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군림하던 권력을 제자리로 돌려준 사람

 

당신은 마지막도 바보였습니다

백배 천배 죄 많은 자들은 웃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고, 저를 버려달라고,

깨끗하게 몸을 던져버린 바보 같은 사람

 

아, 당신의 몸에는 날카로운 창이 박혀 있어

저들의 창날이 수도 없이 박혀 있어

얼마나 홀로 아팠을까

얼마나 고독하고 힘들었을까

표적이 되어, 표적이 되어,

우리 서민들을 품에 안은 표적이 되어

피흘리고 쓰러지고 비틀거리던 사랑

 

지금 누가 방패 뒤에서 웃고 있는가

너무 두려운 정의와 양심과 진보를

두 번 세 번 죽이는 데 성공했다고

지금 누가 웃다 놀라 떨고 있는가

 

지금 누가 무너지듯 울고 있는가

“당신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인생을 사셨는데”

“당신이 지키려 한 우리는 당신을 지켜주지도 못했는데”

지금 누가 슬픔과 분노로 하나가 되고 있는가

 

바보 노무현!

당신은 우리 바보들의 ‘위대한 바보’였습니다

목숨 바쳐 부끄러움 빛낸 바보였습니다

 

다들 먹고사는 게 힘들고 바쁘다고

자기 하나 돌아보지 못하고 타협하며 사는데

다들 사회에 대해서는 옳은 말을 하면서도

정작 자기 삶의 부끄러움은 잃어가고 있는데

사람이 지켜가야 할 소중한 것을 위해

목숨마저 저 높은 곳으로 던져버린 사람아

당신께서 문득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그리운 그 음성으로 말을 하십니다

이제 나로 인해 더는 상처받지 마라고

이제 아무도 저들 앞에 부끄럽지 마라고

아닌 건 아니다 당당하게 말하자고

 

우리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처럼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향해

서로 손잡고 서로 기대며

정직한 절망으로 다시 일어서자고

 

우리 바보들의 ‘위대한 바보’가

슬픔으로 무너지는 가슴 가슴에

피묻은 씨알 하나로 떨어집니다

 

아 나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

속 깊은 슬픔과 분노로 되살아나는

우리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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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

  시인 신동엽은 자신이 꿈꾸는 정치적 유토피아를 이렇게 노래한 바 있다.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시민들 위에 있기보다 그 옆에 선 친구이기를 원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에야 비로소 신동엽이 꿈꾼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봉하마을 점빵에서 담배를 피우고, 손녀를 손수레에 실어 자전거로 끌고, 동네 사람들과 농사를 짓고, 방문한 사람들과 환담을 나누었다. 그는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삶의 주기를 시작하고자 했고, 공동체를 만들고 생업을 일구는 ‘완전히 다른’ 정치를 시작하고자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실험은 싹도 내밀기 전에 짓밟혔고, 더불어 그가 구현한 신동엽의 풍경도 너무도 짧게 스러져버렸다.

  생각해보면 그는 사자의 ‘용맹함’을 갖추었던 지도자였다. 그 용맹함은 원칙을 심지로 활활 타오르는 것이어서 그를 사랑하는 자들을 뜨거운 열정으로 이끄는 힘을 가졌지만, 그를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진정으로 두려운 것이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이 땅에서 반칙을 일삼고 특권 위에 올라타 있는 기회주의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그는 반칙과 특권 없는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기에는 여우의 ‘교활함’이 모자랐던 것같다. 예컨대 그는 스스로 그렇게 열렬히 소망했던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오히려 경제개혁과 분배개혁을 통한 세력연합의 공고화라는 에움길을 잰 걸음으로 걸어가야 함을 미처 생각지 못했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기울인 지극한 노력이 도리어 부동산 거품이 되어 되돌아올 수 있음을 통찰하지 못했고, 검찰을 개혁하기 전에 그들에게 먼저 자율성을 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반칙을 없애기 위해서 반칙을 저지를 생각이 없었으니 그 만큼 정치적 운산은 더 깊고 지혜로운 것이어야 했지만 거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로 인해 그는 하이에나 같은 수구 세력들의 집요한 공격을 받으며 이리저리 떠밀리고 상처를 입었고, 퇴임 후에는 친구와 동지와 가족이 물어뜯기는 것을 봐야 했다. 그 자신이 도덕의 기준을 높이고자 했기에 그것이 작은 허물이라 할 수 없지만, 현정부의 공격은 덫과 같은 것이어서 그것에 저항하는 것이 도리어 피붙이와 동지와 친구를 사지로 내몰게 만드는 표독한 것이었다.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는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져 하이에나들에게 마지막 살 한 점까지 낱낱이 뜯기는 것만은 거부했고, 그렇게 사자의 존엄함을 지켰다.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용맹한 사자의 마음 속이 한없이 여리고 따뜻했다는 것을, 매일 타협하고 포기하고 염치없이 살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그리 되고 싶은 염결성을 그가 보여주었다는 것을, 한동안 잊었지만 우리가 그로 인해 그리고 그와 더불어 꿈꾸었던 바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패배가 우리의 패배임에 불구하고 부당하게 상처받고 있는 그를 수수방관했다는 것을... 그토록 길고 열렬한 추모행렬에 흐르는 서러움과 자책과 분노의 감정이란 그런 깨달음 외에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 깨달음에 보태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한계는 실은 우리의 한계였다는 점이 그것이다. 용맹함에 있어 우리는 그보다 못했고, 그의 지략을 보충하기에 우리의 능력과 균형감각이 모자랐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의 용맹함을 우리 것으로 하되 모자랐던 여우의 교활함을 갖추어야 한다. 그를 죽음으로 몬 수구세력들은 반칙에 꺼림이 없고 집요하고 억센 턱과 이빨을 가졌다. 더 많은 돈과 권력과 네트웍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을 딛고 넘어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여우인 사자, 사자인 여우가 되어야 한다. 그의 묘지 위에 태양은 붉게 타오를 것이다. 허나 한낮의 찌는 더위는 우리의 시련으로 남아 있다. 서러움을 버리고 용맹함에 교활함을 더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