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2009학년도 정시논술문제

 

                                                                             김태우

1.

 

사회의 내부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이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삶의 양상은 다양해져 왔다. 통신과 운송기술의 발전을 통한 외부사회와의 교류는 이러한 다양성의 증대를 가속화하였다. 이와 같이 다원화된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타인과의 차이점을 존중하는 것은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선 그 중요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삶의 다양성에 대한 정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삶은 신체적인 조건과 같은 선천적 요인과 교육이나 그들이 속한 환경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 때 각 구성원들의 특징이 모두 같을 수 없기 때문에, 그 개인들이 구성하는 삶의 방향과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삶의 다양성이 도출되는 것이다.

사회의 속한 개인의 측면에서 볼 때, 삶의 다양성이 없다는 것은 곧 그 개인의 삶이 언제든지 부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그로 인한 사회의 발전이 항상 위협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1984’에서 묘사된 사회가 바로 그러한 사회의 예이다. 이 사회에서는 모든 삶의 목표가 ‘대형’이라는 가상의 존재에 수렴하게 되며, 이에 저항하고 자신만의 특성을 찾으려는 개인은 철저히 탄압받고 조용히 ‘삭제’된다. 개인의 삶이 철저히 부정당하는 이러한 사회에서 그 누구도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하지 않게 되며, 이는 곧 사회 전체적으로 발전이 아닌 같은 사회의 무한반복만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인 측면을 두고 볼 때 삶의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할 경우 이는 사회 내부 소수자들의 사회적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회 내부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인적 자원들이 자신들의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해 떨어져 나갈 경우 이는 결국 사회 발전에 있어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배척받는 성적소수자들이 거의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것이나 유럽에서 신교 인사들이 종교적 자유를 위해 신대륙으로 향한 것들은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이 특화된 사회적 영역에 배치하지 않았으며 이를 통한 사회적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손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아야 될 경우 역시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사회 외부적으로 큰 적이 있어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해야 하는 경우가 이에 속할 수 있다. 70년대 우리나라가 북한이라는 거대한 적을 설정하고 ‘반공’을 통해 모든 개인의 삶의 목표를 정한 것과 중세시대에 한 국가의 안정을 위해 왕과 그 이데올로기로서 사용되었던 신에 대한 충성과 믿음만을 개인의 일생의 목표로 만들었던 것이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획일화는 결론적으로 국가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내부적 결속력을 강화함으로써 국가 내부에서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70년대 우리나라가 이루어낸 눈부신 고속 성장이나 중세 장원경제의 발달은 일방적인 획일화의 장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삶의 다양성을 무시했을 때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이러한 장점들을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확고히 구축된 아성에서 기득권층만이 그들의 결속력을 다졌고, 이로 인해 그에 어긋나는 개인들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쫓겨났기 때문이다. 장원에서 쫓겨난 이들이 도시를 건설하고, 신과 왕이 아닌 철저한 개인중심의 사고를 통해 장원경제를 월등히 초월하는 문화를 이루어 냈음은 획일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 사회에 있어 어느 누구도 같은 삶을 살기는 힘들다. 이는 곧 개인이 자신이 특화된 곳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삶의 다양성이 존중받아야함을 의미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만의 능력을 인정받고, 그에 따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결국 사회가 발전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

(1)

오존층 파괴 문제의 해결에 있어 쟁점이 되는 것은 비용 부담의 비율 문제이다. 즉 지금까지 환경오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온 선진국의 부담 비율을 높일 것인지, 아니면 아직 친환경적 기술이 없어 환경 파괴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루어야만 하는 개발도상국의 부담 비율을 높일 것인지가 문제인 것이다. 이 문제는 공동사업의 문제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공동사업의 기본 원칙은 각 구성원들의 개별사업을 통한 이익보다 공동사업을 했을 때 분배받는 이익이 더 커야한다는 것이며 공헌도에 따라서 분배이익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동 명의 저축의 예를 분석해 보면, 우선 개별 저축을 했을 때 발생하는 이익을 나눠 가진 후 이익 증가분인 3만 달러에 대해서 분배하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공헌도의 원칙에 따라서 3만 달러를 예금의 비인 1:2로 분배하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상호간 협력이 없다면 120만 달러를 넘는 예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3만 달러를 1:1로 나누어 가지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오존층 파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는 두 번째 경우의 이익분배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첫 번째 분배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어느 국가에 얼마만큼의 파괴의 책임소재를 물어야하는지가 애매하다. 또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지구의 오존층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자원을 공유하고 있는 셈인데, 이를 두고 협력하지 않고 각자의 대기층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파괴의 가속화만을 가져올 뿐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분배원칙을 적용하는 경우 하나의 공유자원에 대해 두 진영 모두가 연대 책임을 지는 형식이 되며, 이 경우 선진국은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공유해야 하며, 개발도상국은 저탄소 개발을 추진하는 노력을 할 때에 사회문제 해결의 기본 원칙인 합법성, 호혜성, 효율성에 어긋나지 않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환경문제에 있어서 합리적 선택은 현재까지의 환경파괴를 복구하는 데에 따르는 비용의 분배를 지금까지 파괴한 정도 만큼에 따라서 분배하고, 앞으로의 파괴에 대해서는 연대책임을 지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데, 우선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그 이유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큰 축으로 나누어 볼 때, 선진국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파괴의 책임을, 개발도상국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파괴의 책임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국가에 대하여 얼마만큼의 피해를 집계하고 추산해 낼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해결해 내기 힘들다. 또한 환경 자체가 공유 자원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 역시 문제이다. 두 개의 축 모두 다 환경에 대해 자신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는 한 환경 문제를 서로 떠넘기려고만 할 뿐 실제 문제의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선진국이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낮아지는 문제해결방식이라는 것 역시 하나의 문제이다. 이미 선진국은 파괴를 통한 발전을 완료 했으며, 이는 곧 앞으로의 환경파괴 비용을 연대책임으로 했을 때에 선진국의 비용이 편익보다 커지는 결과가 되어 큰 반대의 이유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축의 국가 간 작용하는 권력의 불균형 역시 하나의 문제가 된다. 선진국으로서 가지는 일방적인 권력이 개발도상국의 목소리에 비해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문제의 해결 원칙 중 호혜성과 효율성이 제한 받는 결과를 낳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다.

 

 

 

 

 

 

 

 

3.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생활환경은 기존의 문화에 외래문화가 혼합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우리 민족 주거 문화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 한옥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대부분의 한옥이 서양식 주거형태를 대표하는 아파트로 바뀌었으며, 대부분의 건물이 한옥의 목조양식이 아닌 철조양식과 콘크리트로 지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주거 문화에는 한옥의 구조가 많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문화의 계승에 있어서 ‘진정성’은 큰 역할을 차지한다. 하나의 전통이 계승되는 척도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한옥에 적용해 볼 때, 한옥의 진정성은 한옥이 지니고 있는 기본구조와 재질, 즉 온돌과 마루를 기본으로 하는 구조와 목조 건물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문화재 한옥과 한옥마을 한옥은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한옥의 기본적 구조에 생활의 편의를 위한 서양식 생활공간이 접목된 양식의 한옥이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식 아파트에서도 한옥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식 아파트와 미국식 아파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거실의 위치이다. 한국식 아파트가 거실 중심으로 방을 배치하고 거실과 베란다가 바로 통하는 데에 비해, 미국식 아파트에서의 거실은 또 하나의 방 개념으로 작용한다. 한국식 아파트는 마루가 중심이고 툇마루와 마루가 연결되어있는 한옥의 구조와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아직 한옥의 특징이 서양의 주거 양식인 아파트에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식 아파트와 한옥의 구조차이는 친족 간 교류정도의 차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제시문 (마)에서 볼 수 있듯이 명절이면 대부분의 가족이 모이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상 가옥 내부에 하나의 큰 모임장소가 필요하며, 이는 마루와 안방의 크기 확장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식 아파트의 경우 거실과 침실의 크기가 비슷한 수준이거나 거실이 약간 큰 수준인데 이는 대가족 단위 보다는 핵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서구적 삶의 방식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서양식 건축 양식인 아파트에 우리의 주거 양식인 한옥이 접목되어 있는 한국식 아파트는 현재 우리의 전통문화가 계승되어 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외래화가 많이 진전된 우리사회에서 전통문화는 갈수록 무시되어가고 있지만 전통문화는 나름의 진정성을 지니고 서구문화와 융합되어 전승되고 있다. 서양음악에 밀려 거의 들리지 않는 국악은 서양음악과의 접목을 통해 국악 관현악단 등을 결성하며 계승되고 있으며, 한글을 활용한 디자인 상품이 제작되는 등 현대의 우리 전통은 외래문화와의 융합을 통하여 전승의 길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