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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골드만삭스 / 정남기 (한겨레 논설위원) 출전: 한겨레 유레카
전직 교사였던 독일계 유대인 마르쿠스 골드만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1848년이었다. 행상으로 돈을 모은 그는 1869년 뉴욕 맨해튼에 작은 가게를 열고 어음거래를 시작했다. 연 8~9%의 이자와 수수료를 받고 어음을 할인해주는 업무였다. 1882년 막내사위 샘 삭스가 합류하면서 회사 이름이 ‘M. 골드만앤삭스’로 바뀌었고, 두 가문의 공동경영이 시작됐다. 이후 거침없는 성장으로 굴지의 금융회사로 도약했다.
그러나 회사를 현대적인 금융기업으로 발전시킨 사람은 오너 일가가 아니라 청소부 출신의 시드니 와인버그였다. 계기는 대공황이었다. 골드만삭스는 1928년 골드만삭스거래공사(GSTC)라는 투자기금회사를 설립했다. 지금의 뮤추얼펀드 같은 투자회사다. 주식투자 열풍 속에서 100달러짜리 주식은 326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1930년 대공황이 터지자 주가는 순식간에 1.75달러까지 추락했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92%의 손실을 안겼고, 골드만가와 삭스가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해결사는 1930년 38살의 나이로 회장에 오른 와인버그였다. 청소부로 재떨이 비우던 일을 했던 그는 어음 영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고, 이를 바탕으로 회장에 올랐다. 한국 사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밑바닥에서 시작했던 그는 39년 동안 회장 자리를 지키면서 만신창이의 회사를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든 셈이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사기 혐의로 제소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금융위기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내부거래로 투자자들에게 1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다. 미국 정부도 금융회사들에 대한 추가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위기를 타개할 구세주가 다시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