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제기 : 교육정보공개 특례법-어디까지 공개 해야 하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려면 교육정보는 어디까지 공개돼야 할까.
지난달 말 서울고등법원이 “각 학교의 수능점수 및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원자료까지 공개하라”고 판결한 데 이어 ‘교육정보공개 특례법’까지 국회를 통과하며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교육부는 자칫 평준화 원칙이 무너져 사교육 과열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정보공개를 통해서만 붕괴 위기에 놓인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능점수 공개 소송 당사자인 이명희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운영위원장(공주대 교수)과, 교육부 김양옥 초중등교육정책과장이 직격 찬반 대담을 벌였다. 토론은 지난 4일 경향신문에서 열렸다.
아래 대담은 교육정보공개에 대한 전문가들의 찬반양론을 실은 것이다.

이명희 교수=본인은 6년 전 처음 ‘수능점수와 학업성취도 평가자료 공개’ 법정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1심은 수능 원데이터를 공개하라고 판결했고 지난달 27일 2심은 여기에 추가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매년 10월 초등 6, 중3, 고1학생 중 3%를 대상으로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등 5개 과목 학력을 측정하는 시험) 자료도 추가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학업성취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사장시킬 경우 교육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분석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 것입니다. 해당 자료를 공개해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진단함으로써 해결방안도 모색하라는 사법부의 준엄한 명령인 셈입니다. 국회에서 통과된 교육정보공개 특례법 역시 교육기관의 활동, 성과, 상황에 대해 수요자인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공개함으로써 교육기관의 책무를 다하도록 하는 조치라고 봅니다.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의 모든 정보가 공개돼야 할 것입니다.

김양옥 과장=모든 정보가 교육수요자들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며, 정보공개가 정책개발에 효과가 있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정부가 정보공개를 꺼린다는 이 교수님의 지적은 사실이 아닙니다. 지금도 정보공개법에 의거해 가능한 정보를 공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로 학부모들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서 ‘내 자녀 정보보기’ 등을 통해 알 권리를 보장받고 있습니다. 대학의 경우 대학정보공시제도를 통해 학과별 취업률을 공개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공개를 통한 피해가 최소화돼야 한다는 원칙이 우선돼야 합니다. 순서와 보안책 없이 급진적인 정보공개가 가져올 역풍 역시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이교수=사생활이나 공익까지 해치면서까지 정보공개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에서도 그 점을 감안하지 않았겠습니까.

김 과장=정보공개의 파급효과를 고려해봐야 됩니다. 일단 대학의 정보공개를 통해 상급학교의 경쟁력과 질이 개선되고, 하급학교로 확산되는 형태가 돼야 합니다. 때문에 학업성취도 공개에 신중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연구자에만 제한적으로 제공되며, 영국에서도 원자료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필요성 반영된 것 아니겠습니까.

이교수=대학부터 먼저 공개하라는 원칙은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한 교육정보공개법에서 학교명이라던가, 원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돼있는 것은 굉장히 실망스럽습니다. 대학으로 갈수록 사적 성격이 강해집니다. 초·중등교육이 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민 모두에게 그와 관련된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국민교육기관으로서,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김과장=요즘 교육부는 정보와 관련해 다소 폐쇄적이던 옛날과 다릅니다. 또한,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학업성적을 공개는 하되 피해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점을 이 교수님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교수=학업성취도와 수능성적 공개로 누가 어떤 피해를 입는다는 말인가요.

김과장=학업성취도 평가의 경우 전국 대상학생 중 3%가 표본집단입니다. 제주도의 경우 2개 학교 밖에 참여 안 하고, 서울은 30여개 학교입니다. 자료는 자료일 뿐, 지역을 대표하지 않음에도 공개될 경우 여러가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들이 표본집단에 참여하기를 기피할 경우 아예 원자료 자체를 얻기 힘들어지는 상황도 될 수 있습니다.

이교수=정부에 현재 수능자료나 학업성취도 평가 원자료를 몽땅 다 달라고 하는 것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고정된 정책방향이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평준화가 영향받을 것을 우려해 사전 차단 목적에서 공개를 엄격하게 금하는 것 아닌가요.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평준화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평준화에 따른 잇점도 많고 국민들의 지지도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평준화의 영향을 투명하게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정도 평준화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국민도 판단의 근거를 가져야 하지 않는가요.

김과장=학업성취도나 수능점수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 인해 학교간, 교사간 긍정적인 경쟁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정부는 다양한 정보공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일부 공개함으로써 어느 정도 효과 거두고 있습니다. 다만 이 위원장께서는 그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말씀 아닌가요.
이교수=정보를 공개한대서 평준화가 흐트러지는 것 아닙니다. 교육부는 반발할 것이 뻔한 교원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에 대한 의무를 게을리 하고 있습니다. 학교별 성적 공개하면 교사들도 더 힘들어질테고요.

김과장=학업성취도에 포커스 맞추는 것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대학진학 숫자, 수능성적 비교에 따른 학교간의 과다한 경쟁, 사교육비 증가 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초중등교육과정 정보 공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됩니다.

이교수=현재 학생들은 가혹할 정도로 경쟁에 몰려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나 교육기관들은 얼마나 경쟁하는가. 현 정보공개 형태로는 이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학부모가 가장 관심있는 부분이 학업성취도 아니겠어요. 교육부는 무엇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일 계획인가요.

김과장=지금도 교육부는 교육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원평가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현 수준에 맞춰서 성취도 정보 등을 공개하자는 겁니다.

이교수=현재 평준화의 전제는 ‘모든 학교가 똑같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학입학시험에서도 모든 학교의 내신성적 역시 똑같은 가치로 취급돼야 합니다. 현실과 괴리가 큽니다. 정보공개를 통해서 여건이 열악하고 교육열 낮은 학교에 인력을 더 투입해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지 않은가요.

김과장=차이는 현실입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교육부도 학교간 학력차 해소를 위해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 선정 등 평준화 정책 보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교수=그런데 교육부는 교육정보공개 특례법이 국회 통과됐을 때도 “절대로 개별학교 성적은 공개 안 한다”며 먼저 단정부터 짓고 추후 정책마련을 논하더군요. 현재 수능성적 공개 등도 ‘누구도 책임 안 져도 되는 범위’에서만 하지 않나요.

김과장=정보 공개는 워낙 민감합니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입니다. 정보 공개 원칙에 동의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교수=학교간 또는 지역별 정보를 공개하면 서열화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긍정적일 것입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 열풍이 심화된다고 하는데, 학교간 성적이 공개되면 학생이 아닌 교사와 학교, 교육청이 경쟁하는 체제가 되면서 사교육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공교육 경쟁력 높아지면 사교육 과열은 식을 것입니다.

김과장=우리 사회는 학교서열화에 따른 홍역을 70년대는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공교육의 내실운영을 위해서 정보를 단계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점수위주의 공개는 안 됩니다.

이교수=사설교육기관의 경우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수시로 평가합니다.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니까 학생들 성과도 좋습니다. 현 교육부도 교육성과에 대해 교사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교육부의 고집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김과장=교원평가제가 진통 속에 도입되고 있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정보공개의 활용가치를 높이돼 순서와 보완책이 필요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교수=교사와 학교, 교육행정기관이 더 분발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십사하고 교육부에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교육계 일각에서 이같은 시스템에 우려하고 비판·반대하는 것도 잘 알지만, 전체 국민의 여망을 살펴서 전향적으로 학업성취 관련 정보를 공개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김과장=정보공개도 중요하지만 정보 보호도 중요하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교육정보공개에 대한 견해

1. 교육정보공개법, 교육부가 왜곡 못하게 해야

출전: 조선일보 사설 : 2007.05.01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졸업생 進路진로, 교육과정, 학교시설 현황 같은 정보를 학교 단위로 1년에 한 차례씩 공개토록 하는 교육정보공개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교육정보공개법의 핵심은 수능이나 전국 학력평가에서 드러나는 학교 교육성과의 공개 여부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정보공개법의 시행령을 통해 학업 성취도 공개의 범위와 내용을 구체화해야 할 교육부는 벌써부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다. “학교별·지역별 서열이 드러나지 않도록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공개범위와 자료 가공방법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학력평가 자료를 시·군이나 학교 단위로 비교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결국 교육정보공개법의 제정 취지를 시행령을 통해 지워버리겠다는 말이다.
교육부는 학력정보를 공개하면 학교 간 실력差차가 드러나 序列化서열화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서열화될까 봐 공개 못하겠다는 것은 실력차가 실제로 있다는 뜻이다. 이런 교육부의 태도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자기 자식과 본인이 다닐 학교의 교육능력을 알지도 못한 채 눈먼 사람 문고리 잡듯 학교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는 그러면서도 학교의 전체 학력 수준이 어떻든 간에 4% 안에 들면 내신 1등급이고, 11% 안에 들면 2등급으로 정하라는 ‘指令지령’만 내려왔다.
교육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그렇게 해야 학교와 교사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학원 강사는 학생 졸음방지용 30초짜리 유머 하나를 준비하려고 몇 시간씩 인터넷을 뒤지기까지 하면서 기를 쓰고 경쟁한다. 학교라고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학교 선생님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열심히 실력을 쌓고 정성을 다해 가르쳐야만 公敎育공교육이 살아난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교육의 마당도 좁아지게 된다. 이것이 교육 정상화다. 서울고법이 지난달 27일 “사교육 의존을 개선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확한 자료를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수능과 학업성취도 평가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도 같은 취지였다.
지금의 교육부에 교육정보공개법 시행령 제정을 맡겨두면 국회의 입법 취지를 완전히 無力化무력화해 버릴 게 뻔하다. 국회가 법 제정의 實效실효를 거두려면 교육부의 시행령 제정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감시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2. `모든 정보 학부모에 줘야` `대학부터 단계적으로` [중앙일보 특집]

성적·급식·교사 정보 모두 공개되면 정보 불평등 해소되고 사교육비 절감  
수능성적·학업성취도 등 교육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격론을 벌였다. 참석자는 조전혁 인천대 교수,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 강치원 강원대 교수, 박경재 교육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엄기형 한국교원대 교수이다.

초.중.고교는 학업성취도 등 15가지 정보를, 대학은 졸업생 취업률 등 13가지 정보를 매년 한 차례씩 공개토록 한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별법안'이 4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서울고법이 "수능성적 원데이터와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 간, 지역 간 실력 차이 등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한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 서열화가 우려된다"며 공개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 정보 공개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합당한가. 논란의 해법을 찾기 위해 교육부 박경재 정책홍보관리실장과 특별법을 발의한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 정보 공개 소송을 낸 조전혁 인천대 교수, 교육정책 전문가인 엄기형 한국교원대 교수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머리를 맞댔다.

▶강치원=수능 원데이터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에 이어 교육정보 공개 특례법이 통과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이주호=이 법의 취지는 학력 정보뿐 아니라 초.중등 교육의 급식, 안전, 학교 폭력, 보건, 교사 등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성적만 궁금한 것이 아니다. 단순한 정보 공개가 아니라 공시다. 학교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 문제가 안 풀린 것은 정보 부족으로 문제 파악조차 안 됐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막연한 정보만으로 학교 개혁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었다. 수요자 참여와 전문가 개입을 통한 교육 개혁의 기반이 생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조전혁=학생.학부모가 알고자 하는 모든 교육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비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교육과 조기 유학 등을 포함하면 국내총생산(GDP)의 12~15%에 이른다. 그런데도 국민의 교육 만족도는 매우 낮다. 학생과 학부모는 정보 접근에서 소외돼 왔다. 학교 간, 지역 간 학력 격차는 숨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드러내 놓고 어떻게 고칠지를 생각해야 한다.

▶박경재=수요자 중심의 교육 정보 제공은 많은 진전이 있었다. 필요한 정보는 교육정보시스템(NEIS)에 등록돼 있다. 급식.보건 문제를 비롯해 교수 학습과 관련된 사항은 학부모와 교사가 필요에 따라 찾아보면 된다. 개인정보 가운데는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보호해야 할 게 있다. 학업성취도가 가장 큰 문제다. 공개 효과와 부작용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대학 정보부터 공개하고 효과를 봐 가며 초.중등 교육 정보 공개를 논의해 가자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엄기형=개방과 공개는 시대적 추세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대상의 특수성과 한국 교육의 특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학의 정보 공개는 대학교육공시제가 시행 중이어서 큰 문제는 안 된다. 초.중등 교육, 이른바 공교육이 문제다. 정보 공개가 문화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도 단계적 접근이 필수다.

▶강치원=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
▶이주호=이미 많은 정보를 공개했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매우 불충분하다. 어떤 학교의 학교 폭력이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없지 않으냐. 단순 공개가 아닌 공시가 그래서 필요하다. 개인 정보 유출 우려를 말하는데 공개하자는 것은 개별 학생의 정보가 아니라 학교의 정보다. 학부모들이 여러 학교의 다양한 정보를 비교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교육부가 시행령 제정 때 수능 정보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한 것은 법률의 취지를 훼손하려는 의도다.

▶조전혁=수능 성적 등 학부모들이 알고 싶어 하는 많은 정보가 모두 제공돼야 한다. 학교가 관청화되고 교사가 관료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교사 임용고시가 치열해진 것은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다. 소위 '철밥통'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다양한 정보가 공개되면 학교와 교사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
▶박경재=고등교육기관부터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대학 평가를 거부하는 대학들을 지적한 것이다. 초.중.고교 중에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쉬쉬하는 학교가 있고, 교사들이 관료화됐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특례법이 요구하는 공개 범위에 수능 성적과 학업성취도가 포함돼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다만 공개 수준과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갈 것이다.

▶엄기형=학부모를 교육의 중요한 주체로 보는 시각은 꼭 맞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는 후원적 주체일 뿐이다. 학부모가 교육 정보를 많이 알아야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알아야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정보 공개도 중요하지만 정보 보호도 필요하다. 어느 학교인지를 알 수 있는 형태의 정보는 제공해서는 안 된다.

▶강치원=교육부는 상고하겠다고 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박경재=법원의 판결은 교육 관련 정보 중 학생.교사.학부모의 신상에 대한 내용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가 불명확하다. 수능도 학교별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했는데 학교명을 명시하라는 것인지 아닌지 불명확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연구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학교명은 익명 처리한다. 시행령 제정 때 이런 부분을 집중 논의하겠다.

▶이주호=서열화를 걱정하는데 서열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다만 차이를 드러낼 수 없는 획일적 서열화가 문제다. 정보를 은폐하면 오히려 학부모들의 관심은 성적으로만 몰린다.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공개하면 다양한 잣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는 서열화를 부추기기보다 획일적인 서열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엄기형=정보를 공개하면 서열이 파괴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미 알려진 정보만으로 학부모들은 입소문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그것만으로 이미 고정 서열제가 형성돼 있지 않나. 연구자에 대한 정보 제공도 무턱대고 다 줄 것이 아니라 적정한 수준을 협의할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

▶강치원=평준화의 틀이 깨진다는 논란이 있다.

▶조전혁=획일적 평준화에 반대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송을 제기했던 것은 평준화 폐지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다. 학교가 열심히 가르치는 방향으로 변하도록 유인을 제공하려는 목적이 전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은 학생들만 힘겹게 경쟁시켰다. 이제 경쟁을 학교와 교사에게 돌리자는 것이다.

▶이주호=지금 강남의 엄마들이 사교육 정보를 어디서 구하나. 학원에서 돈을 주고 사는 경우가 많다. 입시 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사교육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모든 정보를 교육청 홈페이지만 열어도 알 수 있게 된다면 정보 불평등도 해소되고 사교육비도 절감된다. 평준화 틀과는 관계없다.

▶박경재=공개될 정보는 학교장의 교육 철학, 학교 폭력, 급식, 안전 문제 등이 망라된다. 전인.인성교육 경쟁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이 학교에 몇 점 이상의 학생이 몇 명이다 식의 정보는 문제가 있다.

▶강치원=대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가.

▶이주호=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하고 그것을 인정받아 대학에 진학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려면 학생부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 3불의 고교등급제가 여기에 걸리는 문제다. 대학들이 각 고교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야 학생부를 반영할 근거가 생긴다. 고교등급제 금지는 현재 이런 학교 간 차이를 드러내는 모든 길을 막고 있다. 학교 간 차이를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길을 터 줘야 학생부 반영 비율이 높아진다.

▶박경재=정보 공개 문제를 대입과 연관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대입제도를 바꾸려면 3년의 기간은 있어야 한다. 지금 바로 연결시키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대학이 고교에 대한 정보는 공시를 통해 얻고, 학생 개인 정보는 학생부를 통해 얻어 원하는 학생을 뽑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일부 대학이 주장하는 고교등급제는 전년도에 그 고교에서 합격한 학생들의 성적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지원자 입장에선 부당한 연좌제다. 학교 간 다양한 질적 차이를 고려해 뽑기 시작하면 고교등급제 논란은 자연히 사라진다.

▶조전혁=고교등급제는 실시해도 차별이고 안 해도 차별이다. 현행 대입은 학생이 대학에 왜 붙었느냐 떨어졌느냐 하는 게 성적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문제다. 질적인 면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 선발 자율권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다.


학교 정보 공개 왜 논란인가?
교육정보 공개가 쟁점이 된 것은 관련 법안 입법과 사법부 판결이 계기가 됐다.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와 수능 데이터 등이 공개되면 학교.지역 간 실력 차이가 드러나게 돼 고교등급제를 금지하고 있는 3불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육정보 공개법=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이다. 내년부터 초.중.고교 학생들의 성적 등 학력 정보나 졸업생의 상급 학교 진학률 등을 연간 한 차례씩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에는 "교육 관련 기관(교육부.교육과정평가원.교육개발원 등)의 장은 학술연구의 진흥과 교육정책 개발을 위해 해당 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자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해 연구자 등에게 제공하라"고 명시돼 있다. 공개 자료는 수능,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수능 모의고사, 고교 학력평가, 학교 만족도 조사 등이 망라돼 있다. 또 ▶교육과정 운영▶학교 급식▶학교 폭력▶학교 운영 전반 등에 대한 내용도 공개하도록 돼 있다.

◆법원 판결=서울고법 특별2부는 4월 27일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원데이터와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조전혁 인천대 교수 등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정보 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항소심 재판에서다. 지난해 9월 "수능시험 원데이터만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던 1심보다 공개 범위를 넓힌 것이다. 교육부는"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3. 학교별 수능점수 공개는 입시경쟁을 부추긴다
  교육정보공개는 입시서열공개를 의미할 뿐

하재근(학벌 없는 사회 사무처장)    
자료 출전 : 2007년05월22일 ⓒ민중의 소리

조전혁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 이명희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운영위원장와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지난 2005년 5월에 교육부를 상대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대입 수학능력시험(수능)’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었다. 교육부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이들은 2006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 공개청구기각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06년 9월에 ‘학업성취도평가를 제외한 수능 결과 자료는 공개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시민사회에 파문을 던졌고 교육부는 항소했다. 지난 4월 27일 서울고등법원은 ’학업성취도평가와 수능 결과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며 1심에 비해 더욱 공개범위를 넓힌 판결을 내렸다.
  또,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제출한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안’(약칭 교육정보공개법)이 4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학교의 정보를 공개하려는 정치적 흐름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은 5월 들어 ‘(가칭) 교육정보공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올 초 3불 논란에 이어, 이번엔 교육정보공개를 둘러싸고 다시 대립각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의 발의로 교육정보공개법이 통과되자마자, 5월 1일자 사설을 통해 교육정보공개 논란의 핵심을 아래와 같이 정확히 짚었다.
  “교육정보공개법의 핵심은 수능이나 전국 학력평가에서 드러나는 학교 교육성과의 공개 여부다.”
  학교의 교육성과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그 학교에 다님으로서 인간적으로 보다 성숙했는가, 혹은 아이들의 시민적 비판의식이 발달했는가, 혹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사회 통합에 기여했는가 등 학교는 수많은 교육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 사설이 적시한 ‘수능이나 전국 학력평가’에서 드러나는 학교의 교육성과란 결국 입시서열일 수밖에 없다.
  교육정보공개는 입시서열공개를 의미할 뿐인 것이다. 입시서열이란 특수한 부문이 교육이라는 일반적 이름으로 불리는 것 자체가, 교육정보공개를 압박하는 세력의 비교육적 사고방식을 웅변한다. 교육정보공개라는 이름으로 학교별 학생인권보호 정도, 장애아동 학습권 보호 정도, 학교자치실현 정도, 교육관료 및 재단의 부패전횡 정도 공개 등의 내용을 담을 수도 있지만 입시서열공개라는 가장 비교육적인 것을 주 내용으로 삼은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것은 교육정보공개 그 자체가 아니라, 학교별 입시서열, 입시점수 공개다.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망국적 입시경쟁으로 황폐해져가는 우리 교육에 극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같은 사설에서 정보공개를 해야 하는 이유로 ‘그렇게 해야 학교와 교사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 학교 선생님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열심히 실력을 쌓고 정성을 다해 가르쳐야만 公敎育공교육이 살아난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교육의 마당도 좁아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도 인정했듯이, 또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이나 뉴라이트들이 제기한 소송이 학업성취도 점수와 수능 점수 공개요구라는 것을 보더라도, 교육정보공개 논란의 핵심은 분명히 입시정보에 있다. 이것을 통해 학교와 교사가 자극을 받고 경쟁이 시작된다는 것은 입시경쟁체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겠다는 말이 된다.
  학생인권보호경쟁이나 학교자치실현경쟁, 인간교육내실화경쟁 촉진 같은 것은 교육정보공개의 취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셈이다. 오로지 입시경쟁체제심화를 위해 교육정보를 공개하라는 세력은 도대체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한국사회에 입시경쟁이 부족한가?
  학교별 수능 점수 경쟁이 지금보다 아무리 더 격화되어도 공교육이 살아나는 일은 없다. 입시경쟁과 교육은 서로 상극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입시경쟁에 몰두하면 할수록, 그래서 입시경쟁이 격화되면 될수록 사교육의 가치는 커져간다. 사교육이란 나무는 입시경쟁이라는 양분을 통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교육정보를 공개하라는 세력은 경쟁촉진 외에도 연구목적을 위해서, 또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또 수요자를 위해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연구목적이라 하더라도 일단 공개로 방향성이 잡히면 결국엔 일반에게 다 알려지게 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새삼스럽게 수능 점수를 더 공개할 필요는 없다. 대도시보다는 지방, 강남보다는 강북, 부자보다는 저소득층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는 걸 이 나라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수요자를 위해 각 학교별 점수가 세세히 공개되면 수요자들은 선택하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배정 방식의 고교 평준화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학교별 점수차는 학교별 서열로 이어진다. 결국 고등학교 서열화로 가는 것이다.
  대학교의 학교별 입학고사 점수는 과거부터 공개되어 있었다. 그 결과는 기득권세력이 주장하듯 대학교간의 경쟁촉진, 양극화 해소 등이 아니라 대학서열체제 고착화, 명문대 자원 독점 심화였다.
  만약 점수차에 의해 고교별 서열이 정해지고 나면, 지금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세력은 그때 가선 엘리트 중심주의, 국가경쟁력 등의 논거를 들며 일류학교 집중지원정책을 역설할 것이다. 또, 대학부문에서와 같은 입시자유화를 주장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 걸음씩 역사가 후퇴하게 된다. 입시경쟁으로 황폐화된 한국 교육에서 그나마 유의미하게 교육의 공공성을 지켰던 평준화의 불씨가 꺼지는 것이다. 교육정보공개라는 말로 치장된 입시정보공개는 막아야 한다. 정책당국이 입시정보를 파악해 뒤쳐진 학교들을 지원하면 될 일이지, 대중 앞에서 공공연히 입시서열을 공표할 이유는 없다.


4. 점수공개 빌미로 '평준화, 3불 흔들기'

글쓴이 : 송원재 선생
(저는 서울 공항고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절망보단 희망, 미움보단 사랑이 넘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선생입니다. 그런 학교가 어딨냐구요? 함께 만들면 되지요! )  언론비평 모음 2007년 05월 08일
* 이 글은 언론전문 비평매체인 [미디어 오늘]의 <미디어 바로미터> 코너에 매월 연재되는 칼럼입니다.


- 성급하고 균형 잃은 수능·성취도 점수공개 보도 -

지난 4월 27일, 서울고법은 한 보수단체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대입수능 원데이터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자료를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바로 뒤를 이어 4월 30일,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발의한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전국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 정보와 대학의 졸업생 취업률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동안 교육부는 “수능이나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을 공개할 경우 학교별 지역별 격차가 드러나 모든 학교가 서열화 되며 평준화정책의 근간이 흔들린다”며 일체의 정보공개를 꺼려 왔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들 정보는 비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보다는 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교육정책의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이 더 크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판결을 이끌어낸 자유주의 교육운동연합은 “학력자료가 공개되면 오히려 학교 간 서열화를 해소할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교육부는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을 주체가 법원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교육부를 비난하며, “두 자료가 공개될 경우, 교육부가 고수하고 있는 3불제 가운데 고교등급제 금지정책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아가 교육부가 학교 간 실력차이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도 평준화를 고수하려는 정책기조가 흔들리기 때문이라며, 교육부가 더 이상 고교등급제를 금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평준화와 공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고교 간 실력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내신 반영방법 등의 허점이 드러나” 교육부가 금지해 온 고교등급제 등 3불정책도 견뎌내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았다.
<동아일보>도 “학업성취도가 공개되면 모든 고교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동일하게 인정하는 현행 대입전형의 모순이 드러나 정부의 3불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며, 교육부가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학교정보 공개로 인한 학교 간, 지역 간 과열경쟁과 고교서열화로 인한 교육과정 파행이 아니라 ‘무리한 평준화정책의 실패를 자인해야 한다는 점, 학력격차가 없다는 가정 아래서만 가능한 내신등급제를 부정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비꼬았다.
이들 언론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번 판결과 법 제정으로 지금 당장에라도 3불정책과 고교평준화가 폐지될 것처럼 기정사실화 하고 나섰다. 그 중 일부는 소송의 양 당사자인 교육부와 보수단체의 의견을 같은 비중으로 다루지 않고, 원고인 보수단체의 핵심인물에 대한 인터뷰 기사만을 실어 한쪽 입장만을 크게 보도했다.
이런 성급하고 균형을 잃은 보도태도는 다른 언론의 보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다른 언론은 제목부터 "수능성적ㆍ학업성취도 평가 공개해야(연합뉴스)",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공시해야(한국일보)", “법원, ‘고교 학업성취도 공개해야’(경향신문)”라고 달아 판결취지와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전달하거나, ”수능공개 판결…교육부 즉각 상고방침(연합뉴스)“이라고 달아 양쪽의 입장을 균형 있게 다루거나, ”교육정보 공개 특례법 통과, 성적공개로 이어지나?(CBS 노컷뉴스)“, ”초중고 각종 정보공개 의무화, 학교 간 서열화 우려도(세계일보)“ 등으로 달아 예상되는 논란과 파장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루고자 했다.
반면에 이들 언론은 “교육정보공개법, 교육부가 왜곡 못하게 해야(조선일보)”, “법원이 교육정책 결정하는 나라(조선일보)”, “교육부, 법원판결 받아들여야(중앙일보)” 라는 식으로 한쪽 당사자인 교육부만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고교 학력차 모두 드러나 3불·평준화 명분 흔들려(중앙일보)”, “학교 간 무한경쟁 예고(중앙일보)”, “지역 학력차 드러나, 평준화정책 논란 예고(동아일보)“ 식으로 3불정책·고교평준화 폐지 쪽으로 의도적으로 기사를 몰아갔다.
이처럼 언론이 내부적으로 특정 방향을 미리 결정해 놓고 의도적으로 기사를 몰아가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국가기관의 정보공개’ 라는 판결의 취지마저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가기관이 정보공개 자체를 거부한 것을 잘못이라고 지적했을 뿐, 공개하는 정보의 구체적 범위와 내용에 대해서는 국가기관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수능점수와 학업성취도 점수공개를 반기는 이들 언론의 속내는 딴 데 있는 것 같다. 이들 언론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교평준화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 왔으며, 이번 판결과 정보공개법 통과를 빌미로 전국 모든 고교를 성적순으로 일렬로 세워놓고, “자, 이래도 평준화 할래?”, “이래도 고교등급제 안 할래?”하고 다그치고 싶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무모하고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도시와 농어촌학교 간에 극심한 학력격차가 존재하고 있으며, 대도시 명문학군과 특목고 출신 학생들에게 유형무형의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고교평준화는 그것을 모르거나 무시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모든 국민은 동등한 교육기회를 가져야 하고, 국가는 모든 학교가 평등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차별을 현실로 인정하는 순간, 평등교육을 지향하는 국가의 정책적 노력은 딛고 설 땅을 잃게 된다. 평준화가 무너지면 차별은 한순간에 정당화되고, 고교등급제가 도입되면 차별은 마침내 제도화된다.
공교육은 현실로 존재하는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차별로 인해 사장될 지도 모르는 가난한 아이들의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평준화의 바람막이가 사라지는 순간, 우리 공교육은 가진 자들이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승자독식의 밀림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들 언론에게 묻고 싶다. 진정 그것을 바라는가?



5. 학교 서열화 조장, 평준화 해체하는 교육기관정보공개법의 문제

김학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부회장)


Ⅰ. 들어가며

지난 4월 27일 서울고법이 "2002∼2005학년도 수능 원데이터와 2002, 2003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하고  "수능 원데이터와 학업성취도 평가는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이후 4월 30일에는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발의한, 초중고교는 학업 성취도 등 15가지 정보를 공개하고, 대학은 졸업생 취업률 등 13가지 정보를 매년 한 차례씩 공개하도록 한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한 달 후 대통령이 원안대로 공포하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학 수학능력시험 원점수, 그리고 학업 성취도 평가의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고, 이렇게 되면, 그 동안 쟁점이 되어 왔던 고교 평준화 정책, 입시 제도, 그리고 서울시의 학교 선택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교육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에 신자유주의 논리로 무장한 뉴라이트 진영이나 한나라당은 학교나 지역차를 바탕으로 그들이 지속적으로 추구한 평준화 해체, 3불 정책 폐지, 학교간 입시 경쟁 강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교 평준화나 교육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일종의 위기이며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육개혁시민운동 연대를 비롯한 진보 진영의 제 단체들은 정보 공개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정보 공개 소송에 대해서는 차후 대법원에 올바른 판결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보내기로 하였고, 또 지난 5월 일 청와대 앞에서 ‘정보 공개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기자 회견을 하였고, 이후 교육부 차관 면담을 통해 진보 진영의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가자 비공식적으로 진보 진영에 속한 한 단체를 방문하여, ‘정보 공개법을 지지하는 여론도 많고, 대통령도 임기 말이라 거부권을 행사할 힘이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하고 법률안을 그대로 공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정부에서는 시행령 마련을 위해 위원을 인선하고, 7월 3일 1차 회의를 열었으며, 이어 정보 공개의 범위와 자료 공개 방법을 정하는 시행령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록 정보 공개법이 통과되어 시행령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잘 대응하여, 학교 서열화 방지와 평준화 해체 기도에 잘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Ⅱ. 정보 공개법의 문제점과 대책

1. 정보 공개법의 문제점

(1) 정보 공개법의 핵심은 학업 성취도 결과를 공개하여 평준화를 해체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개방 사회이기 때문에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로 정보 공개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도 공개 대상으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정보들은 이미 당사자들에게 공개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정보 공개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이유는 학교 서열을 나타낼 수 있는 정보,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원래 학업 성취도는 원래 비공개를 전제로 한 것이며, 학교 간의 서열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질 관리를 위해 치르는 평가이다. 학업 성취도와 같은 정보가 공개되면 학교 간의 서열이 만들어지고, 이것은 결국 학교 간 또는 지역 간 경쟁을 심화시켜, 고교 평준화 체제 해체로 연결될 것이다.  
수능 원점수나 학업 성취도 결과가 공개되면, 이른바 성적 좋은 학교로 옮기겠다는 학생·학부모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대학들의 고교 등급제 요구도 거세질 수밖에 없으며, 또  “아무리 좋은 교육, 다양한 교육을 하려 해도 시험점수가 나쁘면 안 좋은 학교로 평가되고, 결국 특성화·다양화 교육은 무가치하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카톨릭대 성기선 교수의 표현)
“수능 결과 공개는 고교 서열화와 등급화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러잖아도 이미 암암리에 대학들이 고교 서열을 매기고 입시에 활용해온 상황에서, 학교 등급제 논리를 합법화하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며, 또 평준화마저 해체되어 살인적 입시 교육과 사교육은 초중등교육까지 완전히 무력하게 만들 것이다.               (전교조 논평)
그런데 이런 정보를 공개하라고 하는 이유로 그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내부적인 약속 등 보다는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2006.9.11 수능정보공개 초심 판결에 대한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의 성명서), "원고들이 청구한 이들 정보는 비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피고의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의 이익보다는 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과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교육정책의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이 더 크다"며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하고있다.  (정보 공개 관련 판결문)

이것은 보수 진영의 논리를 100% 수용한 것이 이번 정보 공개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보 공개가 가져올 파장을 인정하면서, 보수 진영의 입장을 전적으로 대변하여 마치 고교 평준화가 해체되더라도 긍정적인 결과가 더 큰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에게 학업성취도평가와 수능시험자료가 제공될 경우 우리나라 현행 교육문제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가능하고 생산적인 정책토론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며 관련 정책을 입안하거나 기존 교육정책을 개선하는 등의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미 만연해 있는 과도한 입시경쟁과 공교육 파행, 사교육 의존 등의 현 실정을 개선해 우리의 교육현실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교육상황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연구 및 토론의 기초로 국민과 전문가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더욱 크다"고 한다.
(학업 성취도 관련 고등법원 판결문)

그런데 지금까지 학업 성취도와 같은 학교 관련 정보가 부족해서, 또는 학교나 지역 간의 차이를 몰라서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 불평등 문제이고, 지역 간 학교 간 교육 격차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로 발생하는 지역 간, 학교 간 교육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굳이 전문가에 의한 연구의 필요성과 ‘국민의 알 권리’ 등을 내세우면서 학업 성취도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학교 간의 경쟁, 대학의 입시 자율성 확대, 소비자로서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확대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2) 치열한 입시 경쟁의 문제점에 눈감고 학교 학원화를 조장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자들에게는 경쟁 자체가 좋은 것이며, 모든 것을 자유 경쟁에 맡기자고 주장하며, 자유 경쟁의 폐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에 대해서 대답하지 않는다.
그들은 현대 사회에서 입시 경쟁은 자연스런 것이며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교조 등이 경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입시 경쟁의 문제는 오히려 학생들만을 경쟁시키고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 그리고 지역사회 등은 아무런 책임의식도 못 느끼게 사실이 은폐되어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자유주의 교원연합의 성명서)
"독점구조를 깨고 자율, 창의, 다양성으로 가야 우리 교육이 제대로 된다.  지금 학교는 무경쟁인데, 학생은 무한경쟁하고 있다. 애들은 지금 안 틀리려고 반복적으로 암기하고 있는데, 이 짓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조전혁 오마이뉴스 2006. 12. 26 인터뷰)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경쟁 논리에 대한 신화이다. 경쟁은 좋은 것이며, 교육 정책은 정부가 통제하지 않고 자율화하고, 자유 경쟁에 맡기면 바람직한 모습을 찾아간다고 믿고 있다. 즉 신자유주의 이념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열한 입시 경쟁에 따른 학생들의 고통, 공교육의 파행, 사교육비 격차에 따른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뉴라이트 진영에서는 사교육은 공교육 실패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공교육이 기관이 사교육의 욕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리어 그들은 공교육 기관의 학원화를 공교육 정상화로 보고 있다.

공교육 질이 떨어지다 보니 사교육에 의존하고, 그래서 저소득층이 불리한 것이다. 격차 해소는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이들은 다 다르기 때문에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양한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을 하려면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이주호 의원)  
                                                  
이렇게 사교육= 공교육 실패로 보는 입장에서는 곧 공교육 기관의 입시 학원화를 정상적인 교육의 모습으로 보고 있다. 그렇데 사실 공교육 정상화는 공교육이 입시 교육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이 입시 교육으로부터 벗어나 위해서는 학벌 사회나 대학 서열화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이런 구조적인 측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 그리고 이들은 교육 목적과 무관하게 교사들이 학원 강사처럼 맹목적으로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을 공교육 정상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교육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그렇게 해야 학교와 교사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학원 강사는 학생 졸음방지용 30초짜리 유머 하나를 준비하려고 몇 시간씩 인터넷을 뒤지기까지 하면서 기를 쓰고 경쟁한다. 학교라고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학교 선생님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열심히 실력을 쌓고 정성을 다해 가르쳐야만 公敎育공교육이 살아난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교육의 마당도 좁아지게 된다. 이것이 교육 정상화다. (조선일보 사설 5. 1)
학력공개는 고교 간, 지역 간의 경쟁을 강화시켜 공교육의 질을 올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교사가 학생을 잘 가르치든, 못 가르치든 각 학교에는 같은 비율의 우수학생이 존재한다. 이 같은 여건에서 교사가 교수. 학습의 질적 수준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앙일보 5. 1 박제남 칼럼)

하지만, 요즈음 학생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휴일도 없이 학교와 학원을 드나들며 생활하는 것을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이 교육과정을 왜곡하면서까지 문제 풀이에 열심이고, 입시 지도에 열을 올리는 것이 정상적인 교육은 아니다. 공교육 정상화는 맹목적인 입시 교육이나 점수 경쟁 교육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도록 하는 것, 민주 시민으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것, 그리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미덕을 갖추는 것과 같은 올바른 교육 목표의 실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3) 자료 공개가 마치 교육 격차를 해소할 것처럼 거짓말 하고 있다.
수능 성적이나 학업 성취도 결과가 공개되면, 학교 간에 서열화가 이루어지고, 결과적으로 일부 대학 등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고교 등급제, 본고사 실시의 주장이 힘이 실리게 되고,  3불 정책과 같은 입시 정책의 근간도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교육 불평등으로 심화시키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데 뉴라이트 진영에서는 ‘평준화가 교육 불평등을 야기하고 사교육의 원인’이라고 보며, ‘자사고나 특목고 같은 특성화교를 많이 설치하고, 지역 차(다양성)를 인정해야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괴상한 논리를 편다.

이주호 의원은
“학교를 다양화하고 학교 선택권을 보장해야 저소득층에게 희망이 생긴다. 학교를 다양화하면 저소득층 학생을 배려하는 교육을 하는 학교도 나올 수 있다. 대학 입시도 자율화해야 잠재력 있는 저소득층도 대학에 갈 수 있다. 또 격차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학업성과 등 교육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경쟁 논리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 정책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고, 오히려 자율화 다양화와 같은 신자유주의 논리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궤변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승자 독식의 논리, 패자 배제의 논리가 어떻게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가? 정상적인 사고라면 그런 사고를 할 수 없다고 본다.

사실 학교간 차이를 드러내고 경쟁을 시키면 자칫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학교·지역 격차가 드러날 경우 소외지역, 저소득·저학력 학생들이 좌절을 맛보게 되고, 격차도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자율화는 필연적으로 경쟁을 부추기고, 룰이 공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을 시키면 저소득층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자율화하게 되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정보공개도 마찬가지다. 만일 학교별·지역별 학업성취도 정보가 공개돼 명확하게 우열이 드러나게 되면, 더 많은 학부모들은 집을 팔아 전세를 얻어서라도 강남 등 성적이 좋은 지역으로 옮기려 하지, 낙후한 지역에 남아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학교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 공개에 대한 유기홍 의원간의 주장)
2. 어떤 대책이 가능한가

(1) 교육의 공공성과 사회적 통합을 위한 교육 불평등 해소 대안을 내세워야 한다.
정보 공개법은 우리 사회를 신자유주의 식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정책의 일부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 예컨대 자사고, 특목고, 공영형 혁신 학교 등 학교 다양화 정책, 3불 폐지와 대학의 학생 선발권, 7차 교육과정의 도입과 수준별 수업 확대, 경쟁 완화책이 없는 입시 제도 변화(도리어 경쟁이 강화되는 대학별 논술 고사 도입), 경쟁 논리를 앞세운 교사 평가, 학교 평가, 교장 공모제, 그리고 국공립대 법인화와 대학 영리 법인화 등의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이런 정책들은 보수 진영이 줄기자체 주장하는 내용이면서 동시에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승자 독식의 논리를 적용하여, 소외 계층과 다수 민중을 배제하여 결국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이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공공성과 사회 통합을 위해 교육 불평등을 해소, 민중의 교육권 확보를 위한 평준화 내실화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나 지역 간의 교육 격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교육 격차의 원인이 되는 학교 간의 교육 경비, 학교 간 학생 수, 학생이 처한 사회 문화적 환경 차이, 그리고 지역과 학교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입시 중심의 획일적 교육 과정, 그리고 교육 내용과 방법 및 평가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입시 교육의 문제점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2) 입시 경쟁 완화 방안과 입시 폐지를 거론해야 한다.
정보 공개법을 제정한 근거는 ‘국민의 알 권리’라고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국민은 구체적으로 교육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국민’이란 구체적으로 경쟁 논리를 적용하고자 하는 기업이고, 대학이고, 소비자로서 학부모이다.  그리고 그들은 대학 입시에서, 그리고 학교를 선택할 때  교육 기관의 정보를 요구한다, 이것이 입시 제도와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이주호 의원의 주장을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주호 의원은 신자유주의 입장에서 대학 입시의 완전 자율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대학의 내신 반영의 자율화를 강조하면서도,  고교와 교사의 학생 평가권을 존중 내신 중심의 입시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내신은 단지 학생의 학업 성취도 뿐만 아니라, 학생의 개성적 능력, 잠재력 등을 다양하게 특성화된 방식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자가 이수한 교육과정, 학업 성취도, 전인 교육 등 다양한 측면이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 고교에서는 교육기관의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고, 대학에서는 ‘입학 사정관 제도’의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신자유주의자답게 국가 주도의 수능 시험 폐지를 주장하고, 고교 평가와 교사 평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런 논리의 바탕에는 ‘교과 성적 경쟁’ 뿐만 아니라, ‘비교과 부분의 경쟁’도 중요하며, 단순히 입시가 학생만이 아니라 학교 및 교사들도 경쟁하는 구조로 만들어 놓는 것을 큰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정보 공개법은 단순히 성적을 나타내는 어떤 전형 방법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선발 기재를 도입하든지 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경쟁 논리를 확대 적용하고자 한다. 예컨대, 학업 성취도와 같은 고교 성적 뿐만 아니라, 비교과 영역의 점수화와 공개를 통한 경쟁 의 확대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와 같은 신자유주의자들에게는 국가 주도의 수능이나 논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쟁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교육기관 정보 공개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신 경쟁, 더 나아가 비교과 영역에서의 경쟁 강화도 부정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경쟁 논리를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입시 경쟁 완화 방안이나, 입시 폐지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요구는 학교나 지역 간의 불평등의 심화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을 자사고, 특목과 공영형 혁신학교 의 확대와 같은 학교 유연화 정책, 또는 강남을 지향하는 이기적인 발상으로라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는 고교 평준화 내실화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에 관한 자세한 것은 정보 공개법과 학교 선택제의 문제에서 다룰 것으로 보고 생략한다.

  
Ⅲ. 나오면서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수능 원점수 및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에 대한 서울 고등법원의 판결 결과는 보수주의자들의 입장을 100%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보수주의자들이 의도하는 입시 경쟁 강화, 평준화 해체, 입시에서의 대학 자율성 등의 주장에 힘이 더 실리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이주호 의원이 발의에 의해 통과한 정보 공개법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더 강화시킬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전 사회의 보수화 흐름 속에서 앞으로 전개될  대법원 판결이 유리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정보공개법에 따른 시행령도 법률 취지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하지만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맹목적인 정보 공개가 .학교나 지역 서열화와 평준화 해체와 연결될 수 있음을 알리는 여론화 작업에 좀 더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보 공개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 되도록, 그리고 정보 공개가 학생들에 대한 인권 침해로 연결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정보 공개에 따른 서열 문제가 쟁점이 되지 않도록 학벌 체제나 대학 서열화 문제, 나아가 입시 철폐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