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서울대학교 정시 논제


【논제】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를 논술하시오.
※ 아래의 내용을 반드시 논술문에 포함시킬 것.
1.【제시문 1】에 드러나 있는 사물의 인식 방법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에 근거하여【제시문 2】의 내용을 논할 것.
2. 다음 문장들을 논술에 활용하되, 그 가운데 한 문장을 반드시 직접 인용할 것.
  ① 큰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큰 깨달음이 없다. 의심나는 것을 쌓아놓고 모호하게 두는 것은 캐묻고 따지는 것만 못하다. (홍대용, 담헌집)
  ②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공자, 논어)
  ③ 사실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해석뿐이다. (F. W. 니체, 권력에의 의지)
  ④ 진리를 발견하는 것보다도 오류를 인식하는 편이 훨씬 쉽다. 오류는 표면에 나타나 있으므로 쉽게 정리할 수 있지만, 진리는 깊은 곳에 숨겨져 있으므로 그것을 탐구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J. W. 괴테, 잠언과 성찰)
  ⑤ 어떠한 사람의 지식도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아니다. (J. 로크, 인간 오성론)



【제시문 1】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흘러 나와 돌에 부딪혀 싸우는 듯 뒤틀린다. 그 성난 물결, 노한 물줄기, 구슬픈 듯 굼실거리는 물갈래와 굽이쳐 돌며 뒤말리며 고함치는, 원망하는 듯한 여울은 장성을 뒤흔들어 쳐부술 氣勢가 있다. 수만의 전차와 수만의 군사와 수만의 포대와 큰 북으로도 그 퉁탕거리며 무너져 쓰러지는 소리를 충분히 形容할 수 없을 것이다. 모래 위엔 엄청난 큰 돌이 우뚝 솟아 있고, 강 언덕엔 버드나무가 어둡고 컴컴한 가운데 서 있어서, 마치 물귀신들이 서로 다투어 사람을 엄포하는 듯한데, 좌우의 이무기들이 솜씨를 試驗하여 사람을 붙들고 할퀴려고 애를 쓰는 듯하다.
어느 누구는 이 곳이 전쟁터였기 때문에 강물이 그렇게 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런 때문이 아니다. 강물 소리란,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나의 居處는 산중에 있었는데, 바로 문 앞에 큰 시내가 있었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어 큰 비가 한 번 지나가면, 시냇물이 갑자기 불어서 마냥 전차와 기마, 대포와 북소리를 듣게 되어, 그것이 이미 귀에 젖어 버렸다. 나는 옛날에, 문을 닫고 누운 채 그 소리를 區分해 본 적이 있었다. 깊은 소나무에서 나오는 바람 같은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淸雅한 까닭이며, 산이 찢어지고 언덕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흥분한 까닭이며, 뭇 개구리들이 다투어 우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교만한 까닭이며, 수많은 축(筑)*의 격한 가락인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노한 까닭이다. 그리고 우르릉 쾅쾅 하는 천둥과 벼락같은 소리는 듣는 사람이 놀란 까닭이고, 찻물이 보글보글 끓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韻致 있는 性格인 까닭이고, 거문고가 궁우(宮羽)**에 맞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슬픈 까닭이고, 종이창에 바람이 우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疑心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소리는, 올바른 소리가 아니라 다만 자기 흉중에 품고 있는 뜻대로 귀에 들리는 소리를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어제 하룻밤 사이에 한 강을 아홉 번이나 건넜다. 강은 새외(塞外)로부터 나와서 장성을 뚫고 유하, 조하, 황화, 진천 등의 여러 줄기와 어울려 밀운성 밑을 지나 백하가 되었다. 내가 어제 두 번째 배로 백하를 건넜는데, 이것은 바로 이 강의 下流였다. 내가 아직 요동 땅에 들어오지 못했을 무렵, 바야흐로 한여름의 뙤약볕 밑을 지척지척 걸었는데, 홀연히 큰 강이 앞을 가로막아 붉은 물결이 산같이 일어나서 끝을 볼 수 없었다. 아마 천리 밖에서 暴雨로 洪水가 났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을 건널 때에는 사람들이 모두들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기에, 나는 그들이 모두 하늘을 향하여 묵도를 올리고 있으려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랜 뒤에야 비로소 알았지만, 그 때 내 생각은 틀린 생각이었다. 물을 건너는 사람들이 힘차게 돌아 흐르는 물을 보면, 굼실거리고 으르렁거리는 물결에 몸이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아서 갑자기 현기증이 일면서 물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그 얼굴을 젖힌 것은 하늘에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숫제 물을 피하여 보지 않기 위함이었다. 사실, 어느 겨를에 그 잠깐 동안의 목숨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었으랴!
그건 그렇고, 그 危險이 이와 같은데도, 이상스럽게 물이 성내어 울어 대진 않았다.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은 요동의 들이 넓고 평평해서 물이 크게 성내어 울어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물을 잘 알지 못하는 까닭에서 나온 誤解인 것이다. 요하가 어찌하여 울지 않았을 것인가? 그건 밤에 건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에는 눈으로 물을 볼 수 있으므로 그 위험한 곳을 보고 있는 눈에만 온 정신이 팔려 오히려 눈이 있는 것을 걱정해야만 할 판에, 무슨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젠 전과는 반대로 밤중에 물을 건너니, 눈엔 위험한 光景이 보이지 않고, 오직 귀로만 위험한 느낌이 쏠려, 귀로 듣는 것이 무서워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아, 나는 이제야 道를 알았도다. 마음을 잠잠하게 하는 자는 귀와 눈이 누(累)가 되지 않는데,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밝아져서 큰 병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까지 나를 시중해 주던 마부가 말한테 발을 밟혔기 때문에, 그를 뒷수레에 실어 놓고, 내가 손수 고삐를 붙들고 강 위에 떠 안장 위에 무릎을 구부리고 발을 모아 앉았는데, 한번 말에서 떨어지면 곧 물인 것이다. 거기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물로 땅을 삼고, 물로 옷을 삼고, 물로 몸을 삼고, 물로 性情을 삼을 것이라. 이러한 마음의 判斷이 한번 내려지자, 내 귓속에선 강물 소리가 마침내 그치고 말았다. 그리하여, 무려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게 되었는데도 두려움이 없고 태연할 수 있어, 마치 방 안에서 편안히 앉아있는 것과 같았다.
옛적에 우(禹)가 강을 건너는데, 누런 용이 배를 등으로 져서 지극히 危險했다 한다. 그러나 生死의 判斷이 일단 마음속에 정해지자, 용이거나 지렁이거나, 혹은 그것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아무런 關係도 될 바가 없었다 한다. 소리와 빛은 모두 外物이다. 이 외물이 항상 사람의 耳目에 누(累)가 되어, 보고 듣는 機能을 마비시켜 버린다. 그것이 이와 같은데, 하물며 강물보다 훨씬 더 험하고 위태한 人生의 길을 건너갈 적에 보고 듣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致命的인 병이 될 것인가? 나는 또 나의 산중으로 돌아가 앞내의 물 소리를 다시 들으면서 이것을 經驗해 볼 것이려니와, 몸 가지는데 교묘하고, 스스로 총명한 것을 自信하는 자에게 이를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 축(筑) : 거문고 비슷한 현악기.  ** 궁우(宮羽) : ‘宮’과 ‘羽’는 옛날의 음계 이름.



【제시문 2】
어느 산골에 작고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우물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물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우물 벽에는 구멍이 숭덩숭덩 나 있고 돌이 여기저기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깊은 바닥 한가운데에는 진흙 웅덩이도 있었습니다. 밑바닥 쪽은 언제나 어둑하였지요. 이 우물 안에 페페, 필라, 페트라, 푸투라고 하는 개구리 네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좁고 어두운 곳이었지만 네 마리의 개구리가 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개구리들은 이 우물 안에서 아무런 불만도, 걱정도, 다툼도 없이 아주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개구리들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단순했습니다. 우물 밑바닥에서 개구리들이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면, 가끔씩 가마득히 하늘이 보였습니다. 하늘은 밝고 푸르렀으며, 작고 동그랬습니다. 개구리들의 먹이는 여기저기 널려 있었습니다. 우물 안으로 날아든 맛 좋은 파리와 날벌레, 벽을 기어 다니는 벌레들은 모두 개구리들의 재빠른 혓바닥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개구리들은 배불리 벌레들을 잡아먹고는 저희들끼리 즐겁게 놀았습니다. 우물 안 진흙 웅덩이에서 팔짝팔짝 뛰어다니기도 했고, 우물 벽을 타고 오르다가 뛰어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제 자리에서 발 구르기를 하며 놀다가 싫증이 나면 솟구쳐 뛰어올라 보기도 하였지요. 우물 안으로 빗방울이 내리칠 때면 ‘개굴개굴’ 노래도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답니다. 그러면서 개구리들은 좁고 어두운 우물과 가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하늘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페페가 친구들과 떨어져서 혼자 우물 벽을 기어올랐습니다. 개구리들은 항상 우물 안에서 놀다가 가끔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 보기도 하였지만, 캄캄한 구멍이나 불쑥 솟아나온 돌멩이를 중간에서 마주치면 오싹 겁이 나서 더 이상 위로 오르지 못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오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페페는 늘 우물 꼭대기로 작게 보이는 하늘이 궁금하였답니다. 그래서 꼭 한번 우물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페페는 우물 안의 벽에 붙어 후미진 곳에서 쉬기도 하며 돌 틈을 비집고 벽을 기어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물 꼭대기 바로 아래에 튀어 나온 돌멩이에까지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페페는 크게 한 번 도약을 해서 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런데 페페는 깜짝 놀랐어요. 예전에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너무도 밝아서 페페의 눈을 아프게 할 정도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태양이었습니다. 페페는 놀라서 바로 우물 안으로 황급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로 되돌아가 소리쳤습니다.
“이봐 필라, 페트라, 푸투! 이리 좀 와 봐.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페페, 왜 그래? 무슨 일인데?”
“페페, 너 어디 갔다가 오니? 뭐가 문젠데?”
필라와 페트라와 푸투가 뛰어오면서 물었습니다.
“내가 저 꼭대기까지 올라갔었어. 간신히……”
“무슨 소리야? 네가 혼자 어떻게?”
“그런데 저기서 아주 크고 눈부신 빛을 보았어!”
“정말로?”
필라와 페트라가 놀란 눈으로 다가섰습니다.
“그래. 그 빛나는 것을 보는 순간 나는 겁이 나서 눈을 감고 우물 안으로 뛰어 들어온 거야.”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믿기 어려운 걸?”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필라도 눈을 치켜뜨고는 손을 내둘렀습니다.
“페페, 그건 아니야. 네가 무얼 잘못 본 거지. 우린 여기서 한평생을 살았어. 여기서 우리는 저 꼭대기의 작고 둥그스름한 푸른 하늘만을 보아 왔어. 저것이 우리들 세계의 크기이자 진실이야. 너는 정말로 눈이 멀었구나.”
“그렇지만 내 말은 사실이야.”
페페는 계속 주장했습니다.
푸투는 아무 생각도 없다는 듯이 눈만 두리번거렸습니다. 페트라는 흥미가 없다는 듯이 진흙 웅덩이로 뛰어가 버렸고, 필라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페페는 친구들을 설득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친구들이 그 크고 환한 빛을 스스로 직접 보기 전에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필라, 너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니? 제발 내 말을 믿어줘. 네가 직접 한번 저 꼭대기 위로 올라가보지 않을래? 저쪽 오른편 구석으로 돌아가서 돌 틈으로 기어오르면 불쑥 튀어 나온 돌멩이에 도달하게 될 거야. 그 돌멩이까지 오르는 것도 굉장한 힘이 들어. 그러나 그 돌멩이 위에 오르기만 하면 바깥세상을 보기가 쉽지. 거기서 펄쩍 한번 뛰어오르면 우물 바깥으로 나갈 수 있어. 만일 바깥으로 뛰어 나가지 못하고 우물 턱에 걸리면 너는 이 바닥으로 처박히게 될 거고. 자, 봐! 그런데 네가 그 곳에 도달하면 넌 내가 보았던 그 크고 환한 빛을 보게 될 거야! 참, 그 빛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지 마. 네 눈이 상할 걸.”
페페는 흥분된 목소리로 설명했습니다.
“필라, 네가 그걸 보고 오면 페트라도 쉽게 내 말을 믿겠지.”
“그래, 좋아.”
필라가 대답했습니다.
“페페, 그건 너무 위험해. 제발 그만 둬.”
푸투는 겁을 잔뜩 먹고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필라는 페페의 말대로 하여도 해로울 게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팔다리 운동을 하고 목을 돌리고 무릎 운동을 하며 몸을 푼 후에, 필라는 벽을 기어올랐습니다. 우물 벽에는 여기저기 어둑한 구멍이 있고 미끈거렸지만, 그럭저럭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필라는 튀어 나온 돌멩이 위에 올라서서 크게 한 번 숨을 쉰 후, 힘껏 돌바닥을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어요. 그러나 우물 턱에 머리를 부딪치고는 돌멩이 위로 내리박히고 말았습니다. 필라는 머리통이 아팠지만 다시 한번 도전했습니다. ‘얏’ 하고 뛰어 올라 우물 턱을 간신히 손으로 잡았지만 몸이 다시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필라의 도전은 계속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한 시간이나 되풀이되었고, 필라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답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습니다. 사방이 어둑해지면서 앞뒤를 분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필라는 거의 자포자기의 상태였습니다. 정확한 거리를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무엇보다도 몹시 피곤했습니다. 필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곧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필라가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필라는 주위가 훤하게 밝아졌음을 알고 의아해 했습니다. 우물 위로 하늘이 훤하게 트여 있었습니다. 필라는 용기를 얻어 자세를 고쳐 앉고는 다시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거리를 가늠하고, 약간 뒤로 움츠렸다가, 셋을 센 후에 뒷다리에 있는 힘을 다 주고 솟구쳐 뛰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멋지게 우물 턱 위에 올라섰습니다.
“페페가 말했던 크고 빛나는 것이 뭐지?”
필라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부드러우면서도 밝고 둥그런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필라는 몹시도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페페가 말한 것이 저건가?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이랬는데. 저 빛은 너무도 부드럽고 곱잖아?”
필라는 달을 지긋이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둥그런 달빛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말았습니다. 한참 뒤에 필라는 사방을 두리번대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필라가 돌아오자, 페페와 페트라와 푸투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필라에게 달려왔습니다.
“그래, 필라야. 너도 그 환하고 강렬한 빛을 봤지?”
페페가 흥분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아니야. 강렬하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것은 부드러운 느낌이었어. 난 그 빛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니까.”
“뭐? 2초 이상 빛을 보면 눈이 멀고 만다구.”
“아냐. 그건 크고 둥글고 곱고 부드러웠어.”
“그래? 네가 뭔가 잘못 봤나보다. 그게 아닌데……”
페페가 필라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내가 알아.”
필라도 지지 않고 페페에게 말했습니다.
이때 페트라가 끼어들었습니다.
“그만들 해. 너희들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난 누구 이야기를 믿어야할지 모르겠어.”
페페는 머뭇거리고 있는 페트라에게 다가섰습니다. 페트라를 설득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페트라, 넌 내 말을 믿지? 내가 제일 먼저 저 꼭대기 위로 나가 보았잖니? 내가 개척자야. 필라는 저기까지 올라가는데 지쳐 쓰러졌었다고 하지 않았니?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하늘을 쳐다보아서 뭔가 혼동하고 있는 거야.”
페페의 말을 들은 페트라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곁에서 보고 있던 필라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냐, 페트라. 그렇지 않아. 내가 분명히 두 눈으로 보았어. 은은하게 빛을 내는 하늘의 둥근 것을 보았다니까. 넌 내 말을 믿어야 돼. 내가 페페보다 뒤에 올라가 보았으니, 내 생생한 경험이 맞지.”
필라가 힘주어 하는 말에 페트라는 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였습니다. 페페와 필라는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야단이었습니다. 둘의 논쟁은 페트라가 질릴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페트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둘 다 이젠 그만해! 너희 둘 다 옳다.”
“아……”
“음……”
페페와 필라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더듬었습니다.
“아니면, 둘 다 잘못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
페트라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어. 우리 모두가 가서 확인해 보는 거. 우리 모두.”
페트라의 뜻밖의 제안에 둘은 손뼉을 쳤습니다.  
“그래, 우리 모두 가보자. 우리 모두.”
“난 필라가 다칠까봐 내내 걱정만 했다. 나는 안 갈래. 너희들이 무얼 보았든지 그게 우리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니?”
푸투는 그냥 진흙 웅덩이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페페가 약간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습니다.
“페트라, 너 정말 저기까지 가 보겠니? 너무 힘들어서 너는 못 올라 갈 거야.”
“난 할 수 있어.”
“좋아. 내 생각도 페트라는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봐. 푸투는 언제나 저런 식으로 빠지니까 그냥 내버려 둬. 페페, 우리 둘이서 페트라를 도우면 돼.”
필라가 페트라의 손을 잡았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다음날 푸투가 채 일어나기도 전에 이른 새벽부터 우물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대로 페트라가 자꾸 뒤쳐졌습니다. 어려운 등반이었습니다. 방향을 잘못 잡기도 했으며, 이끼에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 뱀이 옆을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되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페트라가 몇 번이나 돌 틈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바람에 필라와 페페가 페트라를 붙잡아 끌어 올려야 했습니다. 우물 꼭대기 바로 아래의 돌멩이 위에 이르기까지 거의 한나절을 보냈고, 돌멩이 위에서 우물 턱으로 뛰어 오르는 데에 힘을 다 쏟았습니다. 개구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페트라가 마지막으로 우물 턱으로 뛰어 오르는 순간, 페페와 필라는 뛰어오르는 페트라의 손을 위에서 꽉 잡아 이끌었습니다. 드디어 페트라가 우물 턱 위로 올라왔습니다. 세 마리의 개구리들은 서로 힘을 합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때는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해가 서쪽 지평선 위로 넘어가면서 붉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개구리들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페페와 필라는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페페는 이것이 자신이 전에 보았던, 따가운 빛이 눈부시게 비치던 물체와 똑같은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필라 역시 자신이 밤하늘에서 보았던 것보다 이 물체가 확실하게 더 밝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기 저게 너희들이 말한 것이니?”
페트라가 물었습니다.
“……”
페페와 필라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좀 더 기다려보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페트라가 제안했습니다.
“좋은 생각이야.”
필라가 대답했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처음으로 일몰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광경은 정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하늘에 달과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들은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개구리들은 밤을 꼬박 새우며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벽이 되자, 빛나는 아침 해가 떠올랐습니다. 사방이 눈부시게 환해지고 나뭇잎들도 반짝거렸습니다. 필라, 페트라, 페페는 실눈을 뜨고 이 빛을 보았고, 점차로 빛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개구리들은 점차로 서서히 새로 발견한 놀라움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사방에 나무들과 풀이 우거져 있고, 꽃 위로 나비들이 날고 있었습니다.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봤지? 너희들 둘이 한 말이 모두 맞네. 우리가 서로 도와 여기까지 올라오기를 잘했어. 이렇게 많은 것을 다 보게 되었으니. 푸투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개구리들은 자신들이 살았던 우물보다 더 넓고 복잡한 새로운 세계가 무한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2005학년도 대학신입학생 정시모집 논술고사 해설

Ⅰ. 출제 의도
  □ 서울대학교 논술고사는 (1) 논제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2) 문제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그 내용을 분석한 후, (3) 그에 따라 설정된 주장들을 자신의 논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4) 합리적이면서도 일관성 있게 논증하는 능력과 함께 (5)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이 적절히 조화되어 나타나는지를 아울러서 평가 한다.
  □ 2005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는 이러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식의 부분성 및 주관성의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들을 학생들에게 제시문으로 주고 그것을 소재로 자신의 논지를 발전시키도록 하였다.

Ⅱ. 문항 구성
  □ 2005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는 두 개의 제시문을 사용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그 두 글이 함의하는 요지를 연결하여 자신의 주장을 완성하도록 하였다. 두 개의 제시문은 직접적으로 어떠한 주장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비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할 때 다양한 맥락을 인도해 줄 수 있는 짧은 참고문들을 별도로 제시함으로써 그것들을 직접 인용하거나 혹은 사고의 단초로 삼을 수 있도록 하였다.
  □ 학생들은, 【제시문 1】을 읽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 후 그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초반부에 제시한다. 그리고 그 관점을 적용하여 【제시문 2】의 내용을 분석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설명하되, 사물의 인식과 관련하여 이야기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핵심 요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고의 유추를 인도해 줄 수 있는 다섯 개의 짧은 참고문을 필요에 따라 활용하되, 그 중 하나는 반드시 자신의 글 속에 직접 인용하여야 한다.  
  □ 【제시문 1】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朴趾源)이 1780년(정조 4) 청(淸)나라 고종(高宗)의 칠순연(七旬宴)을 축하하기 위하여 파견된 사신 일행의 수행원으로 중국에 다녀온 견문을 기록한 책인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의 한 부분이다. 이 글은 그가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면서 느낀 감회를 적은 것으로,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 어떻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 【제시문 2】는 외국의 한 시민교육기관의 자료집에 나와 있는 우화를 각색한 것으로서, 무지의 상태에 놓여 있던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 몇 단계를 거치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 가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기존의 ‘우물안 개구리’나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담고 있는 의미구조를 넘어서 새로운 쟁점들을 담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 밖에는 언제나 태양(진리)이 떠 있으며 그리고 누구라도 동굴 밖으로 나가면 동일한 태양을 볼 수 있다고 전제하는 반면, 이 우화에서 밖의 세계는 변화와 모순을 함께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관찰자가 보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세계이기도 하다.
  □ 위의 두 제시문을 보면 첫 번째 제시문이 ‘보이는 것의 주관성’을 강조하는 반면, 두 번째 제시문은 ‘부분적이고도 경험적인 객관성’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핵심은 이들 부분적 진리들을 하나의 체계적 구조로 구성해 냄으로써 부분들 속에 숨겨져 있는 진리의 편린들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완성해 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