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능부정 사태를 접하면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 글입니다.
우리 현실을 날카롭게 빗댄 은유적 수사를 보면서 가슴 답답함이 천근만근입니다.


*** 우울한 고교 교육헌장 ***


우리는 명문대 입학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선배의 빛난 입시성적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는 이기주의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는 친구 타도에 이바지 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입시의 지표로 삼는다.



영악한 마음과 빈약한 몸으로 입시의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무시하고

우리의 성적만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아 찍기의 힘과 눈치의 정신을 기른다.

시기심과 배타성을 앞세우고 능률적 찍기 기술을 숭상하며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완전히 타파하여

메마르고 살벌한 경쟁정신을 북돋운다.



나는 눈치와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성적이 향상하며

남의 성공이 나의 파멸의 근본임을 깨달아

견제와 시샘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남의 실패를 도와주고 봉사하는 척하는 학생정신을 드높인다.

이기정신에 투철한 입시전략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명문대 입학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배에게 물려 줄 영광된 명문대 입학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눈치 빠른 학생으로서 남의 실패를 보아

줄기찬 배타주의로 명문대에 입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