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로소득을 부추기는 사회, ‘토본주의(土本主義)’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1970년, 김지하 시인은 잡지 <사상계>에 당시 오적촌이라 불리는 동·서빙고동의 힘 있고 끗발 있는 다섯 도적의 도적질 시합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의 주범들을 절묘하고도 기상천외하게 풍자한 탁월한 창작 판소리 ‘오적(五賊)’을 발표했다.
오적은 구악(舊惡)청산하겠다는 명분으로 1961년 5월 16일 밤 탱크를 앞세워 한강을 넘어온 군인들이 총칼로 권력을 장악하였으나, 총칼로 장악한 절대권력층이 오히려 신악(新惡)으로 등장하여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던 세태를 을사조약 당시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에 비유하여 적나라하게 풍자한 것이다.
김지하 시인이 지목한 오적은 재벌, 국회의원(국獪의猿), 고급공무원(고급功無猿), 장성(長猩) 장차관(獐차관)들로, 오적이 짐승에 가깝다는 이미지를 주기위해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한자까지 섞어서 쓰고, 당시 인쇄소에는 활자가 없어 기존 활자를 쪼갠 뒤 조합해서 찍었다고 한다.
2007년, 필자도 부동산 광풍을 일으켜 폭리를 챙기는 개발 권력을 ‘개발오적’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발을 계획하고 사회적 자원들을 집중시키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경제, 개발주의의 성공 신화가 살아있는 나라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주도의 개발주의 사회는 개인의 행태나 정서, 집단주의, 일상문화, 정부정책과 행정 등 개발이 모든 것에 우선하여 최고 가치로 인정되고 우선시된다.

이때에 개발을 발전으로 둔갑시켜 개발사업들을 쏟아내는 세력들이 득세하는 데, 이들은 자기들의 생존을 위하여 사회적으로 불요불급하지 않음에도 긴급한 사업으로 포장하여 개발 폭리를 취한다. 또한 이 개발세력들은 경제개발이 새로운 단계로 성장하면 그에 따라 개발의 제도와 의제도 변화시키면서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를 만들어 내면서 ‘개발의 세력화, 정치화, 권력화’를 추진한다.
필자가 지목하는 개발오적은 개발부처인 재경부나 건교부의 고위관료, 학자나 연구기관의 전문가, 건설재벌로 표현되는 건설업자, 개발법을 만드는 정치인, 그리고 개발여론을 조성하는 언론 등이다.
개발오적들의 얼개는 견고하다. 첫째는 정경유착 政經癒着이다. 기업과 정치인의 불법정치자금 사건에는 항상 재벌 건설사가 자금책이며,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다면 대부분 건설 인허가 로 인한 뇌물사건으로 나타난다.
둘째는 관경유착官經癒着이다. 개발만능주의에 빠진 관료들이 국가개발사업체인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앞세워 국민 땅을 빼앗아 국민에게 땅장사 집장사를 하고, 관료들이 퇴직 후 민간건설협회의 고문을 맡아 정부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일부는 국회의원이 되어 경제 활성화를 구실로 규제 완화나 개발특별법을 만들어 낸다.
셋째는 학경유착學經癒着이다. 일부 학자나 전문 연구자들이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여 개발사업의 절차적 합법성을 부여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개발에 관련된 용역을 하면서 관료들이 미리 제시한 결론에 따라 용역보고서를 제출하는 ‘OEM용역(주문자의 의사에 따라 결론을 맞춰주는 용역)’을 한다.
그리고 언경유착言經癒着이다. 일부 언론들이 부동산 개발의 부산물인 부동산 광고비를 받고,  건설사들의 수조원의 폭리와 시스템 개혁에는 외면하며, 개발주의를 기조로 하여 개발 여론 을 만들거나 홍보에 나서는 사례들이 이를 입증한다. 이 개발오적들은 서로 합종연횡으로 엉켜서 폭리로 돈 잔치를 벌이는 것, 그들의 생존방식이다.
이러한 개발오적의 본질은 기득권 수호와 집단 이기주의이며, 개발독재시대의 잔재이다. 그들에게 국민들의 안위는 없고, 단지 국민은 개발오적을 위한 개발정책이나 부동산 대책 발표할 때 빌려 쓰는 수사적 표현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개발오적들의 행태와 실체는 철저하게 숨겨져 있고, 이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자기 생존을 위해 군수산업을 확장하고 전쟁을 부추기듯이, 건설과 개발로 얽히고 설켜 개발주의를 유지하고 확산시켜나가는 개발오적은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가 표현한 보이지 않는 손이다.

개발 오적이 만들어 낸 분양가 폭리 구조
개발오적들의 실체는 부동산 정책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단군 이래 최대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왔던 주범인 선분양제도(입주금선납)와 분양가 자율화가 바로 이들이 만들어낸 폭리 구조이다.
선분양 제도는 1977년에 정부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도시의 주택 부족과 가격 급등을 해결하고자, 분양가격을 규제하는 대가로 건설업계의 공사비마련을 위해 아파트입주금을 미리 받을 수 있도록 한 특혜였다. 그러나 건설사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지만 소비자 권리 보호는 취약한 선분양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1995년에 후분양제로 이행을 발표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후분양제를 시행하려면 먼저 시장원리에 위배되는 분양가 규제부터 자율화’할 것을 요구하였고,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 활성화를 건설경기에 매달리던 김대중 정부는 1998년 분양가를 자율화하면서도 특혜였던 선분양제도 유지시켰다. 즉 분양가 규제와 선분양제를 분양가 자율화와 선분양제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후 건설업체들은 선분양으로 공사비를 선납 받고, 분양가도 마음대로 책정하고, 공공택지도 헐값에 공급받는 등의 특혜를 받으면서, 주변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결정하는 ‘분양가 인상 경쟁’을 벌여 폭리를 취해왔다.
한편 분양가 검증과 승인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분양가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건설사들이 총분양가를 미리 결정하고 택지비와 공사비를 끼워 맞춰 제출한 서류 확인조차 않고 승인해줘 고분양가를 묵인 방조했다. 여기에 부동산의 낮은 보유세, 소득과 무관한 주택담보대출의 투기자금화, 부동산 투기 성공담이 곁들어 지면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몰아치게 된 것이다.
이것이 1998년 분양가 자율화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고분양가의 실체이다. 때문에 부동산 투기 광풍 뒤에는 바로 개발오적들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개발관료들이 후분양 실시하겠다면서 주택공급제도 개선을 추진하더니 건설업계만을 위한 선분양을 유지시키면서 오히려 분양가를 건설사가 알아서 결정하도록 하고, 정치인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건설경기를 살려야한다면서 지방정부가 분양가를 검증하고 조정할 법적 권한을 없애버린 것이다.
그리고 일부 학자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정상화와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85%의 국민들을 반시장주의자, 사회주의로 비판하면서 한편으론 용역을 받아 개발논리를 만들어 제공하고, 개발언론들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대책들을 경기침체, 주택시장 냉각, 공급 부족, 가격 폭등 우려 등으로 여론을 호도하면서 분양광고비를 챙겼다. 
건설업계는 선분양, 분양가 자율 책정, 공공택지 헐값 매입 등 이중삼중의 갖가지 폭리 특혜로 축적된 자본으로 정치인에게는 정치자금을, 관료들에게는 퇴직 후 재취업이나 해외여행 등 각종 편의를, 학자들에게는 용역을, 언론에는 분양광고비를 제공하는 물주(자금책)가  되어 자신들의 기득권과 집단이익을 실현한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자면 개발오적들의 이 강고한 카르텔을 해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최근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들도 개발오적의 고리를 끊지 않는 것이라면, 한건주의식 발의이거나 근본을 놔두고 곁가지만 더듬는 땜질식 법안에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