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논강 토론논제 3 - 인간의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토론 논제 : 인간의 정체성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현대사회는 무한 복제(複製)에 의한 상품의 대량 생산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오늘날의 무한 복제는 단순한 인쇄물에서 생명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인간의 경험까지도 복제, 반복, 확대시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대의 사회적 상황을 개인의 실존 문제와 대비할 때, 다음 이야기가 함축하고 있는 인생의 의미를 자신의 입장에서 논술하시오.

옛날에 어떤 왕이 살았는데, 그는 이 지구상의 모든 권력과 금은보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불행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자기의 궁정 요리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는 오랫동안 충직하게 나를 섬겨 왔고 나의 식탁을 가장 훌륭한 요리로 가득 채워주었다. 그래서 그대가 내 마음에 들었지. 하지만 나는 그대의 요리 솜씨를 마지막으로 한 번 시험해보고 싶네. 그대는 내가 50여 년 전에 시식해 보았던 산딸기 오믈렛 요리를 만들어야 하네.
50여 년 전 나의 선왕(先王)은 동쪽에 있는 이웃 나라와 전쟁을 했었지. 그 때 우리는 싸움에 져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망을 쳐야만 했네. 드디어 어느 날 어두컴컴한 숲 속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허기와 피로에 지쳐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지. 그러던 중 어느 조그만 오두막을 발견하게 되었어.
그 오두막에는 한 노파가 살고 있었네. 그 노파는 뛰어 나와 우리를 반기면서 손수 부엌에 나가 일하더니 곧 무엇을 들고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산딸기 오믈렛이었어. 그 오믈렛을 한 입 입에 넣자마자 나에겐 기적처럼 힘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고 또 새로운 희망이 샘솟았다네.
그 때만 해도 나는 너무 젊었었기 때문에 그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제대로 몰랐고, 오랫동안 그 맛에 대해 잊고 있었지. 그런데 내가 나중에 이 요리 생각이 나서 온 나라를 뒤져 그 노파를 찾아보게 했지만, 그 노파는 물론이고 그 노파의 산딸기 오믈렛과 같은 요리를 해 줄 만한 사람도 찾을 수가 없었어. 그대가 만약 나의 이 마지막 소원을 성취시켜 준다면 나는 그대를 내 사위로 맞아 후계자로 삼겠네. 그렇지만 만약 이런 나의 기대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 그대는 죽어야만 하네.”
이 말을 듣던 궁정 요리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폐하! 정 그러시다면 형리를 곧장 불러 주십시오. 물론 저는 산딸기 오믈렛의 요리법을 잘 알고 있고 하찮은 야채에서 고상한 향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와 양념을 훤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오믈렛을 만들 때 어떻게 저어야 제 맛이 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하! 저는 죽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제가 만든 오믈렛은 폐하의 입에 맞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폐하께서 그 당시 드셨던 모든 재료와 양념을 제가 무슨 수로 마련하겠습니까. 전쟁의 위험, 쫓기는 자의 절박함, 부엌의 따뜻한 온기, 휴식의 달콤함, 낯선 곳에서 보내는 시간, 어찌될지 모르는 어두운 미래- 이 모든 분위기는 제가 도저히 마련하지 못하겠습니다.”

<토론하기>
1. 왕이 불행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왜 왕은 과거를 그리워하는가?

2. 요리사가 오믈렛을 만들지 못하겠다고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현대사회에서 경험의 무한복제가 이루어지는 양상은 어떤 것인가?

4. 왜 현대사회에서는 경험의 복제, 반복, 확대가 이루어지는가? 무엇을 위해서?

5. 경험의 복제와 반복, 확대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6.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구성된다고 생각하는가?